국도 14호선을 따라 창원에서 통영으로 가다 보니 벌써 길가에 옥수수를 파는 노점상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옥수수의 원산지는 아메리카로 영국,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에 유럽으로 가지고 와서 전 세계에 다양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밀, 벼, 옥수수를 세계 3대 곡물이라고 하는데 공통점은 모두 볏과에 속한 한해살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옥수수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작물이다. 지난해 2020년 통계를 보면 옥수수의 전 세계 생산량은 약 11억 6000만 t, 밀은 7억 8000만 t, 쌀은 5억 2800만 t이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지구 최후의 작물은 옥수수였다. 영화 초반부에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과 엄청난 규모의 모래폭풍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옥수수밭을 재현하기 위해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30만 평이 넘는 옥수수밭을 6개월 동안이나 실제로 경작했다고 한다.
옥수수의 가장 큰 장점은 줄기 중간에 많은 종자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옥수수의 조상인 테오신트(teosinte)는 다른 볏과 식물들처럼 줄기 중간이 아니라 꼭대기에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돌변변이가 나타나 줄기의 중간에 열매가 열리는 개체가 나타났고 이 개체가 자연선택을 받고 더 번성하게 되었다.
두 번째 장점은 다른 작물에 비해 성장이 빠르고 수확량도 많다는 것이다. 또한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재배지의 제약이 적다. 그 이유는 옥수수는 C4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식물이 에너지를 흡수하고 탄소를 고정하는 방법인 광합성에는 크게 C3, C4의 두 종류가 있다. 벼를 비롯한 식물종의 95%는 C3 광합성을 하고 있다. 약 30억 년 전 미생물이 광합성을 하기 시작했을 때 대기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았고 산소는 별로 없었기에 C3 광합성만으로도 충분했다. 기후변화로 대기 중의 산소가 늘어나고 이산화탄소가 줄어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약 3000만 년 전 등장한 C4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별도의 세포에서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효율을 높였다. 예컨대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물종의 약 5%가 이에 해당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감소와 대기 건조라는 광합성에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현재 옥수수는 인간의 식용 범위를 넘어섰다. 가장 많은 소비는 소, 돼지, 닭 등 가축들이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옥수수는 수출 물량을 뺀 내수의 약 45%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또, 바이오 에탄올 연료로 34%, 전분이나 물엿 등 공업용에 11%가 사용된다. 나머지 10% 정도만 식용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