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14:59 (목)
쉬! 대체 불가능한 사랑 앞 숨죽인 우주
쉬! 대체 불가능한 사랑 앞 숨죽인 우주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5.08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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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삶을 묻다 19
문인수 시인 '쉬'

아들이 아버지 오줌 뉘일 때
사랑의 진심에 전율 흘러
문인수 시인
문인수 시인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대체 불가능한 사랑이라고 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고, 먹인 후에는 우주에 돌려주는, 오줌과 똥을 치우고, 싸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루에 몇 번을 싸든 그것을 치우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없다.

잘 먹고 잘 싸는 것만 봐도 기쁘다. 아이가 할 일은 기본적으로 그저 먹고 싸고 자는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는 그저 기쁘다. 부모이기 때문에 더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남이라면 하루에 몇 번 대신하기에도 버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자식은 부모에게 어디까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자식도 부모가 했던 것처럼 부모님의 부모가 돼 줄 수 있다.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인수 시인의 시 '쉬'에 나오는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뉘는' 이런 아들이 세상에는 아직 곳곳에 있다고 믿는다.

인스턴트 식품이 넘치는 세상이다. 사랑도 인스턴트다. 간편해서 간단하게 후루룩 먹는다. 그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할 사이도 없이 그저 먹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사골 육수처럼 깊고 진한 사랑이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의 끈은 어디까지 이어갈 수 있는가? 물론 부모가 건강하고 여유가 있을 때는 얼마든지 달콤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문제는 부모가 기력을 잃었을 때다. 그럴 때도 길게 끝까지 사랑을 이어가기란 쉽지가 않다. 긴 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이 있다.

참으로 간사한 것이 사람이다. 사랑도 시대를 따라간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돈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자식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아무리 사랑을 실천하고 가르쳐도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식은 부모의 발자취를 보고 배운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경우에 가장 큰 불편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대소변 누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오줌을 뉘는 것은 문인수 시인의 말처럼 따뜻한 끈으로 우주와 연결해 주는 것이다. 우주와 연결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이다. 그 어떤 화려한 사랑을 노래한들 이 사랑을 대체할 만한 것은 없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한 송이, 꽃바구니, 선물, 식사 등 온갖 부모를 기쁘게 할 것들이 많다. 러나 이 시에서처럼 시적 화자가 상가에서 들은 '아버지의 오줌을 뉘는 아들'이 나는 될 수 있는가를 조용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들이 아버지의 오줌을 안고 뉘며 '쉬!'라고 했을 때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그 따뜻한 사랑만큼이나 따뜻한 '아버지의 쉬'의 순간, 우주도 조용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의 사랑은 얼만큼의 진심을 가지고 있는가? 우주가 숨죽일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문인수의 시 '쉬'를 몇 번이나 차분히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쉬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의 시집 '쉬!'에서
 

* "따'는 땅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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