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7 01:49 (화)
마산 봉암 추억의 맛 꼬시락 회
마산 봉암 추억의 맛 꼬시락 회
  • 경남매일
  • 승인 2024.05.07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부산이나 마산에서는 망둥어를 '꼬시락' 또는 '꼬시래기'라고 하는데, 경남 사람들 특히 마산 사람들은 망둥어를 회로 먹을 때 맛이 고소하다 해서 '꼬시락'이라 했다.

우리 속담에 '꼬시래기 제 살 뜯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낚시할 때 미끼가 없어 꼬시래기 제 살을 잘라 미끼로 사용해도 덥석덥석 잘 문다 해서 나온 말이다.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망둥어가 한문으로 망어( 魚)라 했으며,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오망동으로 나온다.

한편 조선 후기 순조 14년(1814) 정약용의 형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조상도 알아보지 못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무조어(無祖魚)라 하였고,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는 문절어(文節魚),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의 '전어지(佃漁志)'에는 민물에 사는 망둥어의 눈이 망원경 모양과 같다고 해서 망동어(望瞳魚), 머리가 크다고 대두어(大頭魚)라는 기록들이 보인다.

또한 문절어를 두고 잠을 잘 자는 고기라고 수문이라고 하였다. 문절어는 머리를 물 밖으로 내어 놓고 자는데, 사람이 잡아도 모를 정도로 잠을 잘 잔다고 한다.

1801년 신유박해(辛酉迫害)에 연루(連累)되어 그 해 4월부터 유배를 살았던 담정 김려(1766~1821)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울화증이 생겨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그가 살고 있던 진해현(현재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원) 사람들이 꼬시래기를 많이 먹으면 잠을 잘 자게 된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주인 이일대(李日大)에게 부탁하여 꼬시래기를 사다가 쌀죽을 쑤어 먹고 날것으로도 먹었더니 꽤나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추억의 별미가 되었지만 60~70대까지만 해도 '봉암 꼬시락회'는 한 여름 마산의 별미 중에 별미였다. 당시 봉암에서는 꼬시락이라는 고기가 아주 많이 잡혀, 그 일대에 꼬시락 횟집이 꽤 많아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봉암다리 밑에서 적현 쪽으로 접어드는 바다와 바위 위에 징검다리를 놓아 해상 꼬시락장 간이 횟집을 만들어 고객을 맞이했다. 대부분이 둥근 지붕형이어서 봉암다리 위를 건널 때마다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형태의 봉암꼬시락장은 봉암장, 여사장집, 청학장, 그리고 진해 방향의 제일옥별장 등 5~6개나 되었는데 대부분 고객들은 마산 진해 등지에서 온 꼬시락 회 애호가들이었다.

봉암 앞 바다에서 잡히는 꼬시락으로는 다 충당하지 못하여 진동과 진해 어부들이 꼬시락을 잡아 배에 싣고 와 공급하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봉암에는 꼬시락을 사고파는 장(場)이 형성될 정도였다.

박정희 대통령도 이곳을 지나다 수상 횟집이 있는 것을 보고 차를 돌려 들어가 사람들에게 "먹는 회가 무엇이냐?"고 묻자 꼬시락 회라고 하니 시켜서 매우 맛있게 드시고 가셨다는 입소문이 나며 봉암 꼬시락 회는 더 알려지게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