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6 19:45 (월)
'의령 우 순경 총기난사 사건' 유족 한(恨) 절반은 풀었다
'의령 우 순경 총기난사 사건' 유족 한(恨) 절반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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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5.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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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취한 소총과 총알, 수류탄으로 56명 사망·34명 부상
유족 등 1500여명 참석 의령군 주도로 위령제 지내
오태완 의령군수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 위로 다행"
류영환 유족대표 "사건 내용 다른 것 전수조사 할 것"
궁류면 평촌리에 8891㎡ 규모 '4·26추모공원' 조성
의령군이 사건 발생 42년 만인 지난 4월 26일 유족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위령탑 제막식을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첫 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추모공원에서 열린 첫 위령제 모습.
의령군이 사건 발생 42년 만인 지난 4월 26일 유족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위령탑 제막식을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첫 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추모공원에서 열린 첫 위령제 모습.

의령군 궁류면에서 발생한 '우범곤 순경 주민 총기난사 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유족(대표 류영환)들의 애탔던 한이 42년 만에 절반은 풀렸다.

의령군이 사건 발생 42년 만인 지난 4월 26일, 유족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궁류면 평촌리 궁류공설운동장 인근에 조성중인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위령탑 제막식을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첫 위령제를 지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머지 남은 것은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 56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을 입은 만큼 유족들이 염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7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5월 정례조회에서 "위령제를 치른 공무원과 군민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많은 응원과 위로를 보내주신 국민께도 감사 드린다"며 "42년 만에 개최된 총기사건 '4·26 위령제'의 의미를 알리고 앞으로의 추진도 구상 하겠다"고 밝혔다.

위령탑 앞에서 류영환 유족대표(왼쪽)가 오태완 군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위령탑 앞에서 류영환 유족대표(왼쪽)가 오태완 군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의령 우순경 총기난사 사건은 지난 1982년 4월 26일,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27) 순경이 집에서 동거녀(25)와 말다툼을 벌인 뒤 지서 무기고에서 소총과 총알, 수류탄을 탈취했다.

이어 저녁 8시 30분∼27일 오전 4시 30분,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평촌마을 한 집에서 수류탄으로 자폭하기까지 8시간 동안 미친 광기를 부리며 4개 마을(평촌, 운계, 압곡, 토곡)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터트려 총 90명이 숨지거나 부상을 입었다.

대한민국은 물론, 의령군 역사상 가장 큰 사건에다 2010년까지 경찰 한명의 단시간 최대 살인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지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시국이 격렬하게 요동칠 때, 같은 해 12월 12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 군부(전두환·노태우)가 언론을 강제로 통폐합하고 격렬하게 통제하면서 사건을 철저하게 은폐했다.

위령탑 앞에서 참석 대표들이 헌화하는 모습.
위령탑 앞에서 참석 대표들이 헌화하는 모습.

격동의 세월이 흘러 1993년 2월 25일, 김영삼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위령비 건립을 추진했으나 사회 여건이 좋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7월 5일에는 한 방송국에서 총기 사건을 보도하자 잠깐 반응은 좋았지만 유족들이 바라는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유족과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의령경찰 총기 난동사건 희생자 위령비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전병태)'를 구성해 사회 각계각층에 편지를 하고, 사건을 알리며 위령비 건립 청원서에 3500여 명의 서명을 받는 등 혼신을 다했다.

전병태(88)위원장은 지난 1982년 12월부터 1991년 8월까지 궁류면사무소 면장을 역임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으며, 당시 총기사건으로 대학생 아들을 잃어 유가족이 됐다.

오태완 군수가 위령탑에 셔진 희생자 명단을 점검하고 있다.
오태완 군수가 위령탑에 새겨진 희생자 명단을 점검하고 있다.

전병태 위원장은 지난 2021년 4월 7일 실시된 의령군수 재선거(임기 1년)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오태완 군수에게 '경찰의 공권력에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위령비를 건립해 달라'며 간곡히 요청했다.

이어 오태완 군수는 1년 후인 지난 2022년 6월 1일 실시된 의령군수 선거(임기 4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 되었고 4개월 후인 10월, 유족들의 간곡한 요청에 역대 의령군수가 추진하지 못했거나, 추진하지 않았던 일을 강단 있게 추진하면서 사건 발생 40년 만에 분위기는 고조됐다.

오태완 군수는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와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 그래서 국비로 위령비를 건립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국가의 책임과 당위성을 건의 한 후 국비를 지원 받는 등 총 3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지난 2022년 10월 31일 의령군청에서 열린 '궁류 총기사건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사업추진위회' 첫 회의에서 유족대표10명과 지역 대표 위원 21명은 공원 명칭을 '의령 4·26 추모공원'으로 확정했다.

의령군청에서 열린 제1회 궁류사건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사업 추진위원회 회의 모습.
의령군청에서 열린 제1회 궁류사건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사업 추진위원회 회의 모습.

또 위원장에는 오태완 군수를, 부위원장에는 유족대표로 총기사건 때 어머니(46)와 여동생(20)을 잃은 류영환(66)씨를 각각 추대하고 사업을 추진한 후 사건 발생 42년 만에 위령제를 지내면서 유족들의 애탔던 한이 절반은 풀린 셈이 됐다.

처음으로 열린 위령제에서 오태완 군수는 추모사를 통해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을 참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전 군민이 함께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사업을 완수했다. 특히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저지른 만행으로 반드시 정리하고 가야 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유족들의 감사한 마음을 담은 감사패를 오태완 군수에게 전달한 류영환 유족대표는 "역대 어떤 군수도 이루지 못한 일을 오태완 군수께서 유족들의 한을 풀어 주셨다"며 "이제 부모님, 형제들을 볼 면목이 생긴다. 오늘 한이 풀리는 날이다. 오태완 군수를 비롯해 애써주신 의령군 관계자 모두에게 고맙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위령제는 하루라도 빨리 위령제를 소망하는 유족들의 뜻을 받들어 완공된 위령탑 앞에서 첫 번째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류영환 유족 대표(왼쪽)가 TV방송에서 그날의 참상을 설명하는 모습.
류영환 유족 대표(왼쪽)가 TV방송에서 그날의 참상을 설명하는 모습.

위령탑은 희생자·유족·현세대, 이 모두를 위한 것으로 건립됐다. 희생자 넋을 '추모'하고, 생존자인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금 우리 세대에게는 다시는 비극적인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세 가지 요소를 위령탑 디자인에 담았다. 또 비문에는 희생자 이름과 사건의 경위, 위령탑 건립 취지문을 새겨 기록했다.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는 류영환 유족 대표는 "언론에서 우순경이 동거녀와 파리 때문에 다툰 후 사건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순간 원인 제공은 있겠지만 평소에 청와대 경비단에 근무하던 자신을 궁류지서로 좌천시킨 국가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며 "한번 씩 만나 술을 마실 때마다 '가만히 안 있고 다 죽여 버리겠다'고 말 할 때는 섬짓한 생각이 들었고, 그날 사건은 평소 품고 있던 앙심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류영환 유족 대표는 또 "사망자 56명과 부상자 34명은 42년 만에 위령제를 앞두고 의령군과 3개월에 걸쳐 유족 등을 상대로 전수 조사를 해서 정리된 수치"라며 "그 밖에 다른 내용도 정확하지 않는 것이 많아 전수 조사를 해서 정확하게 정립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헷갈리게 언론 등에 보도되고 있는 그날의 참상에 대해 반드시 전수 조사를 해서 정립해야 할 내용들이다. 사망자, 부상자 수치와 사건 발단 등은 류영환 유족 대표가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참고하면 된다.

△사망=50명, 56명, 57명(기네스 기록), 62명, 72명 △부상=29명, 33명, 34명, 35명(기네스 기록), 50명 △총알=129발, 144발, 176발(기네스 기록), 180발 △수류탄=5개, 6개, 7개, 8개 △자폭시간=27일 새벽 3시 40분, 5시 35분 △동거녀도 총으로 쏴 죽였다 △동거녀와 다툰 이유 △동거녀 외에 좋아하는 여자 있었다 △청와대 경비단에 근무하다 의령경찰서 궁류지서로 좌천(더 낮은 자리나 좋지 않는 곳으로 옮기는 곳)된 경위 △술만 먹으면 성질이 난폭해진다 △궁류지서 첫 근무한 날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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