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의해 민간인 억울한 죽음
국가 사과·피해 회복 조치 등 권고
의령군에서 비극적인 6·25 전쟁 발발 직후 경찰 공권력에 의해 주민 16명이 억울하게 희생된 '의령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이하 국민보도연맹)이 74년 만에 헌법에 보장된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살해' 행위로 '진실규명' 결정됐다. 진실규명이란, 어떤 사실을 자세히 조사하고 따져서 바로 밝힌 것을 뜻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이하 위원회)는 제77차 위원회에서 "'의령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조사한 결과 살해(학살) 행위가 사실로 인정된 진실규명 결정했다. 이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유족에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추모사업 지원, 가족관계등록부 등 공적기록 정정,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전국에 수많은 억울한 희생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시체가 발굴되고 있는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의령에서도 진상이 드러났다. 의령군 의령면, 가례면, 대의면, 부림면, 정곡면, 지정면에 거주하던 주민 16명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예비검속돼 의령경찰서 및 관할지서 등에 구금됐다가 경찰에 의해 정곡면 중교리 막실재와 진등재에서 집단으로 살해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20~30대 남성으로 농업과 상업에 종사하는 비무장 민간인이었다.
위원회는 희생자들이 좌익에 협조할 수 있거나, 과거 좌익 단체 가입 및 활동 경력이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법적근거와 적법절차 없이 살해한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 신체의 자유, 재판받을 권리침해, 영장주의 등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판단 근거는 지난 2006년도에 신청된 사건 16건(16명)에 관한 행형기록, 생활기록부, 대한민국과 미국에서 발행한 공간사, 1기 위원회의 조사기록, 제적등본, 족보, 신청인과 참고인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사건 외에도 의령군에는 경찰 공권력에 의해 주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건이 또 있다. 42년 전인 지난 1982년 4월 26일 밤, 광기(청와대 경비단 근무 중 의령경찰서 궁류지서로 좌천시킨 국가에 대한 평소 앙심 폭발)에 미친 우범곤 순경이 무기고에서 탈취한 소총과 총알로 무차별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으로 자폭하기 전까지 8시간 동안 4개 마을을 돌며 56명을 살해하고 34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지난 1950년 북한의 남침(남한 공격) 전쟁으로 인한 격동의 시대와 1980년 서슬 퍼런 신군부 정권 시대에 터진 두 사건은 의령경찰서 관할지서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 주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됐는데도 불구하고 국가는 철저하게 은폐와 통제만 했다.
그렇게 무심한 세월이 흘러오고 시대가 변하면서 의령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진실이 규명되고, 특히 궁류면 경찰 총기난사 사건은 42년 만에 대전환점을 맞았다. 역대 의령군수가 추진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던 것을 지난 2022년부터 오태완 의령군수가 유족들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국비 등 30억 원을 투입해 궁류면 평촌리에 조성 중인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지난달 26일, 유족(대표 류영환, 66, 궁류면)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위령탑 제막식을 하고 첫 위령제를 지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인데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에 책임이 있다. 그래서 국비로 희생자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정부에 당위성 있게 건의한 후 국비를 지원받는 등 예산을 확보했다.
따라서 위원회가 의령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사건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사항을 의령군이 이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의령군은 국민보도연맹 사건이 발생한 지 65년 만인 지난 2015년 11월, 의령군 한 사찰에서 의령군수, 경남유족회 회장, 유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명예회복을 위한 '제1회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추모제'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