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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 경남매일
  • 승인 2024.05.0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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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은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Hispaniola)섬을 양분하여 360㎞의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양국은 언어, 문화, 민족, 자연환경, 소득 수준 등에서 차이가 크다. 동쪽 도미니카 공화국은 중남미에서는 그나마 견고한 중진국 수준의 경제를 보여주며 1인당 명목 GDP는 1만 달러를 상회한다. 그러나 서쪽의 아이티는 조직폭력배(조폭)가 나라를 점령한 생지옥이다. 지난 1804년 프랑스부터의 독립할 당시만 해도 도미니카 공화국보다 더 부강했던 아이티가 지금은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전락했다.

이 두 나라 모두 유럽의 식민지였고 미국의 점령지였으며, 가톨릭과 부두교(아이티인 토속종교)가 혼재하고, 아프리카계와 유럽계가 섞여 살고 있다. 그리고 역사상 세 번에 걸쳐 하나의 식민지 또는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었다. 아이티는 19세기에 수차례에 걸쳐 도미니카공화국을 침략했고, 한때 22년간 도미니카공화국을 점령한 적도 있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지난 50여 년 동안 군(軍)의 개입 없이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으며, 20만 명이 종사하는 수출자유지역, 보크사이트, 니켈, 금 등 광물자원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투자기업들, 3000㎿의 전력공급시설, 수도 산토도밍고의 지하철로 대표되는 교통 인프라의 국립공원 내지 자연보호 구역이 74군데 지정돼 녹지 공간이 국토의 32%에 이른다.

아이티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독립을 이룬 나라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 8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극빈국이고, 길거리에서는 시신이 방치되고 약탈과 방화가 난무하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이 되고 말았다. 아이티에서도 슬럼가로 유명한 시테 솔레일(Cite Soleil)에는 배가 고파 진흙쿠키를 만들어 먹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아이티에서 가장 위험한 갱단 9곳이 연합한 조직(G9)의 수장인 지미 셰리지에(Jimmy Cherizier)는 총리퇴진을 압박해 왔기 때문에 앙리 총리는 지난달 25일 결국 사임했다.

조폭들이 설치게 된 이유는 2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010년 대지진 당시 쏟아졌던 막대한 지원 때문이었다. 구호물자를 둘러싼 이권 싸움이 시작된 후부터 아이티에 총을 든 조폭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조폭단체가 G9과 GPEP인데, 두 조폭들의 주도권싸움은 전쟁수준이다.

아이티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지만 지배국이었던 프랑스에게 배상을 한 나라로 유명하다. 독립전쟁을 거쳐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경제적인 종속은 그대로였다. 과거 설탕 무역 거래처들을 백인 지주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백인들이 거의 다 도망가거나 학살당한 후, 설탕을 생산해도 프랑스의 허락 없이는 팔 수가 없었다. 결국 아이티는 독립 이후 프랑스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아이티 근대화 비용 및 아이티에 경제적 이권을 가지던 프랑스인들을 위한 배상금 1억 5000만 프랑을 요구했고(1825년), 아이티가 사정사정해서 9000만 프랑으로 깎았음에도(1844년) 아이티는 국가 예산의 80%를 1947년까지 122년간이나 이를 지불하는데 지출하여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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