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0 09:38 (목)
콜라 - 고 영 조
콜라 - 고 영 조
  • 경남매일
  • 승인 2024.04.17 2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콜라 - 고 영 조

콜라병
버려져 있다
검붉은 콜라
반쯤 남아 있다
노을이 반쯤
담겨있다
허리가 잘록한
구름과 콜라
섞여 있다
자연에서
인공으로
인공에서
사물로
붉게 담겨 있다

시인 약력




- 1946년 창원시 귀현리 출생. 1972년 詩 「어떤 냄새의 서설」을 《현대시학》에 발표로 작품 활동 시작. 
- 1986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
- 1996년 편운(조병화)문학상, 경남도문화상, 토지문학 특별상 外. 시집 『귀현리』, 『새로난 길』, 『길모퉁이카페』 등 9권. 
- 시노래집 《감자를 굽고 싶다》, 연가곡집 《불목하니의 연가》. 
- 창원·경남오페라단장, 경남문인협회장,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역임.

☞  앤디 워홀은 1962년에 '코카콜라'란 작품을 발표했다. 112개의 빈 콜라병을 프린팅해서 만든 작품이다. 마르셀 뒤샹이 1917년 '샘'이란 제목으로 소변기에 서명을 하여 발표한 작품이 개념 미술의 시작이다. 뒤샹이 길을 예비한 자라면 앤디 워홀은 팝아트라는 이름으로 그 길을 화려하게 꽃 피운 사람이다. 빈 콜라병은 비워짐으로 그 역할을 다했지만, 워홀의 손에 붙들려 미술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검붉은 콜라가 반쯤 남아' 버려진 콜라병은 시인의 시선에 꽂혀 시로 승화되었다. 반쯤 남은 콜라는 노을이 되고 병의 잘록한 허리는 노을에 젖은 구름이 되었다. 모든 인공은 자연의 소재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인공에서 사물이 되려면 그 인공에 영혼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시인의 영혼을 담은 빈 콜라병은 붉은 노을을 품고 있는 미술품으로 남게 되었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