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1 14:39 (금)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버려진 우편물 창고, 이상가 꿈의 공간 피다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버려진 우편물 창고, 이상가 꿈의 공간 피다
  • 한지현
  • 승인 2024.04.17 22: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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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파리 12구 그라운드 컨트롤
일상·도시 속 비밀스러운 복합문화공간
문화예술단체·프랑스 국영철도청 협업 활기
소통의 장서 펼치는 자유예술 프로젝트 즐겨
환경·사회 고민, 지속 가능한 일상 추구의 장
독특한 현판이 눈길을 끄는 파리 12구 그라운드 컨트롤의 입구.
독특한 현판이 눈길을 끄는 파리 12구 그라운드 컨트롤의 입구.

파리 12구 길 한쪽, 알록달록 채워진 담벼락 너머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과거 파리의 옛 흔적을 간직한 기차 창고의 위치를 가리키는 빛바랜 표지판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도시의 속살을 보여주는 듯한 비밀스러운 공간이 베일을 벗는다. 드넓은 테라스에 앉아 예술의 활력을 음미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 파리 시민들이 사랑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 그라운드 컨트롤(Ground Control)이다.

그라운드 컨트롤은 '자유롭고 호기심 많은 이들(libres et curieux)'이라는 구호 아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꾸려나가는 문화예술공간이다. 록 음악계의 카멜레온이라 일컬어지는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그 이름처럼, 이곳은 예술에 대한 실험정신과 연대정신을 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생활 터전화를 목표로 한다. 테라스와 창고로 나누어진 두 공간은 연중 내내 먹거리 장터, 아트마켓, 콘서트, 전시, 아틀리에, 공유정원 등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들로 마련돼 있다.

테라스에 앉아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는 방문객들의 모습.
테라스에 앉아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는 방문객들의 모습.

약 6500m² 규모의 공간을 자랑하는 그라운드 컨트롤은 과거 파리와 리옹을 잇는 기차 노선의 우편물을 담당하던 샤롤레(Charolais)라고 불리우는 창고였다. 지난 2016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질 뻔했던 이 우편물 창고는 문화예술기획단체 라 륀느 루스(La Lune Rousse)와 프랑스 국영 철도청(Societe nationale des chemins de fer francais, SNCF)의 협업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서신만이 오가던 우편물 창고가 문화예술을 만나 세상을 향한 새로운 비전을 꿈꾸게 하는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변한 것이다.

그라운드 컨트롤 프로젝트는 2014년 첫 시작을 알렸다. 파리 13구의 문화예술센터 시테 드 라 모드(Cite de la mode)에서의 1년간 시범 운영 이후, 파리 18구, 아를, 파리 8구를 거치며 프로젝트는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6년 12구 샤롤레(Charolais) 우편물 창고에 정착한 이래 프로그램은 보다 다채로워졌다. 더욱 많은 사람들과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하는 취지에 따라 현재 음악, 공연예술, 문학, 조형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전문가, 기업들과 협업해 더욱 자유롭고 진취적인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고 있다.

예술가들이 직접 소개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아트마켓.
예술가들이 직접 소개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아트마켓.

미디어는 그라운드 컨트롤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표현의 핵심이다. 창고 한쪽에 자리한 녹음실에서는 환경, 인권, 문화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팟캐스트 방송이 송출되고, 공연장에서는 여러 미디어단체와의 협업을 통한 컨퍼런스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러한 대안적 미디어의 활용이라는 시도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표현하는 대화의 장을 형성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이 의의에 따라 대부분의 콘퍼런스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일상'의 추구라는 이념은 환경 및 사회를 향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그라운드 컨트롤의 먹거리 장터는 지역 농업인과의 협업 아래에서 만들어진 유기농 농산물과 특산품을 활용한 음식·음료를 선보인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화한다. 난민들의 정착을 돕고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에는 난민 음식 축제(Refugee Food Festival)를 열기도 했다. 나눔의 음식 접시 하나에도 '공존'을 꿈꾸는 진심이 녹아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는 창고 안 전경.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는 창고 안 전경.

모두 함께 마시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은 오늘날 그라운드 컨트롤이라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 추구하는 목표다.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찾은 작은 여유를 통해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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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김해낙후됨 2024-04-18 11:46:31
동김해도 이처럼 '지속가능한' 발전이 잘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