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02:24 (일)
참지 마라 내가 아프다
참지 마라 내가 아프다
  • 경남매일
  • 승인 2024.04.1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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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BD partners 이사
이도경 BD partners 이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결론이 하나 있다. 즉, 아주 착한 아내 곁에는 대체로 나쁜 남편이 있고, 반대로 착한 남편 곁에는 대부분 못된 아내가 있더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본즉, 남편이 가정의 질서를 깨는 생활을 하여도 심성이 어질고 착한 아내는 참고 넘어간다. 반면 남편의 그런 나쁜 행동이 반복되어도 상대방에게서 별다른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니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못 느끼고, 그것이 습관처럼 당연시되어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식이 된다.

얼마 전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가이면서 시 낭송가인 친구는 늘 목소리가 맑고 밝았다. 그날은 목소리에 왠지 힘이 없고 무겁게 들렸다.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더니 간암 판정을 받았는데 보험금 청구를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결혼생활 내내 남편은 가정경제에 무책임했고 친구가 그림을 그려서 팔고 시 낭송 등 각종 행사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아이 둘을 키웠다.

한번은 넋두리처럼 "내가 먹고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정작 그리고 싶은 그림을 못 그린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가 많아"라고 내색을 하기도 했다. 남편이 수입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생활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러한 남편은 외도까지 했다. 얼마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 이제 마음이라도 조금 편하게 살겠구나 했는데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또다른 친구 한 명은 얼마 전 집을 나왔다. 남편과의 불화가 결혼 초부터 이어져 왔고 나이 들면 나아지려나 기대하며 참고 살았으나 변화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폭언과 폭력과 외도) 신경성 위염은 늘 달고 사는데 이제 갑상선에도 이상이 생겼단다. 본인이 살기 위해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렴풋이 알긴 했으나 그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었다.

그러했다면 진작에 이혼했어야지, 라고 하니 말은 쉬우나 용기가 없었단다. 아이들이 너무 착하게 잘 자라주니 나만 참으면 되는데 하고 지내왔지만 이제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이들 친구 둘 다 너무도 심성이 착한 친구이다. 즉, 너무 착한 아내인 것이다.

모든 암의 주요 원인 1위에 스트레스를 꼽는다. 간암을 진단받은 친구가 남편에게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몫했다고 아니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잊고 천 년을 살 것처럼 살고 있다. 행복으로만 채워도 부족한 날들을 그날그날 쫓기며 고통이라는 창고를 만들고, 그곳에 차곡차곡 쌓고 있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서 암이나 우울증, 공황장애 등 각종 질병의 형태로 나에게 되돌려 주는데 말이다.

길어도 100년이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은 더 짧다. 우린 서로의 다름에 끌려서 결혼을 한다. 결혼 전에는 그 다름이 매력으로 느껴졌지만 살아보니 그것이 원인이 되어 불화가 생긴다. 인정하고 마음에서 내려놓든지, 그게 쉽지 않으면 아예 환경을 바꾸든지. 내 삶은 내가 주인이 되어야 행복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존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참지 마라. 그리하면 내가 아프다. 화가 나면 화났다고 말하고 견뎌 내리라 고집하지 마라. 정작 나는 그런 나를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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