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06:48 (금)
도공 백파선 혼, 무대서 춤으로 빚어내다
도공 백파선 혼, 무대서 춤으로 빚어내다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4.14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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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무용단 '도자기' 주제 공연
여성 도공 백파선 정신 재해석
김해 도자기에 김해인 생새겨
매화무용단의 '도자기' 1장 '빚다'의 한 장면
매화무용단의 '도자기' 1장 '빚다'의 한 장면

김해에 예술의 꽃이 한국무용으로 피고 있다. 역사 속의 인물을 불러내서 재조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것도 '도자기'에 담긴 선을 춤으로 해석하는 일은 더더구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춤에 이야기를 넣어 리듬 있는 선을 만들어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술은 끝없는 변형으로 빛난다.

매화무용단이 김해를 대표하는 '도자기'를 주제로 조선시대 김해 출신의 여성 도공 백파선을 조명해 우리춤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 공연이 있다. '도자기'가 빚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비친 백파선의 삶과 의지, 혼과 정신을 단아한 선의 흐름으로 표현한 춤을 선보였다. 바로 '生자기' 공연이다.

'生자기' 공연은 매화무용단 기획공연으로 지난 6일 오후 5시 김해서부문화센터 하늬홀에서 50분 동안 선보였다. 이 공연에 장유1동주민자치위원회 이병영 회장을 비롯해 사할린 동포들과 많은 관객들이 관람했다.

이영실 매화무용단 단장겸 예술감독은 모시는 글에서 '이천 년 이상을 이어온 도공들의 도시 김해, 김해 도자기에는 분명 김해인의 생(生)이 아로새겨져 있을 것이다. 이번 무대를 통해 김해의 젊은 춤꾼들은 소박하면서도 파란만장한, 선명하면서도 아련한 김해인들의 삶의 흔적을 도자기와 함께 무대 위에서 빚어보려 한다'고 공연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2장 '품다'
2장 '품다'

총괄 기획한 배민지 부단장은 "이 공연은 김해 출신의 사기장 백파선의 삶과 도자기를 모티브로해 몸짓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짜여진 구도나 동작에서 벗어나 '도자기의 구워지는 과정, 도자기의 형태, 그리고 우리 삶과 예술 속에 깃들어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형상화해 표현한 한국 창작춤이다"라고 말했다.

공연 설명

1장 빚다 - 6명의 무용수가 도자기를 굽는 과정을 제각기 표현한 장면이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형상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2장 품다 - 불가마속의 뜨거운 열기로 깨질 듯 말 듯 아슬한 경계 위에서 서로를 품어내며 견고해지는 과정을 나타낸 장면이다.

3장 '담다'
3장 '담다'

3장 담다 - 도자기의 외형과 내형의 미, 그리고 비움이라는 철학을 통해 무한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나타냈다.

4장 피다 - 인내와 감내, 변화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도자기 속에서 피어나는 꽃과 차 향기를 담았다. 과하지 않고 정도를 지키면서도 자유로움을 표현했고, 동시에 질서와 균형을 이뤄내어 우리 선조들의 삶에 깃들어 있는 근본정신을 나타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임했냐는 질문에 배민지 부단장은 "제작진과 무용수들의 직업이나 활동지역이 다르다 보니 모두 만나서 작업하기가 어려웠다. 지방에서는 예술가로서 경제적인 부분을 충족하면서 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총 4장으로 나눠 각자 맡아서 하고, 가끔 직접 대면을 통해 여러 번의 회의를 하며 진행해 나갔다"고 밝혔다.

허모영 수필가는 "흙과 물과 불이 모여 빚어내는 새로운 생명이 자기다. 모든 탄생에는 인고가 배어있다. 한 점의 도자를 빚기 위해 도공은 수많은 시간과 땀, 정성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 도자기의 탄생을 춤으로 표현한 이번 공연은 또 다른 인고가 담겼다. 분청도자의 고을 김해서 도자를 모티프로 판을 만들어간 춤꾼들의 몸짓에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 빚고 품고 담고 피워내는 네 가지 주제로 이뤄진 공연은 백자의 담박함을 보는 듯했다"고 공연 소감을 피력했다.

4장 '품다'
4장 '품다'

이 공연에 조명된 백파선이란 도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음은 김선미의 '백파선(百婆仙)' 연구(여성학논집, 40권, 2호,2023)를 참조했다.

백파선은 조선 출신 여성 도공으로, 아리타 지역에서 도공들을 이끌며 도자기 생산에 임한 도공집단의 리더였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백파선은 현재 아리타 도자기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는 이삼평과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며, 이삼평과 백파선이 이끄는 두 집단은 아리타의 대표적인 도공집단이었다. 백파선이라는 이름 자체도 본명이 아니다. 역사 속 많은 여성들이 그러하듯 백파선 또한 실제 이름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백파선이라고 불리게 된 계기만 남아 있다. 도공은 역사 속에서 존중받지 못한 직업군이었고, 게다가 여성은 역사 속에서 호명되지 않는 존재였다. 백파선은 남성 중심적이었던 도자기술계에서 여성 도공으로서 도공 집단을 이끌었던 여성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심교신의 '조선의 사기장 백파선'이란 시를 이다겸 시낭송가가 읊었다. '자나 깨나 꿈속에서도 도자기를 품고서/ 고향을 그리며 조선인의 마음을 새긴다'(2연 일부) 도자기의 선을 춤으로 표현하고 재해석한 매화무용단의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갈채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앞으로 매화무용단의 주목할 활동을 기대한다.

매화무용단은 지난 2005년에 창립된 단체로 무용단원 모두 김해지역 출신이다. 한국춤을 사랑하는 무용인들이 모여, 한국전통 예술에 대한 연구와 창작활동을 한다. 김해시를 거점으로 지역 문화예술을 알리고 한국춤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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