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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클림트' 찬란한 여정, 예술과 관광의 만남
'진해 클림트' 찬란한 여정, 예술과 관광의 만남
  • 경남매일
  • 승인 2024.04.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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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숙 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
지연숙 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

창원특례시 진해에서는 지난 1월 1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세계적인 미술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레플리카 전시가 펼쳐졌다. 여성성을 통한 삶과 죽음, 그 속에 펼쳐지는 신비한 내면의 세계를 경남도민에게 소개하는 문화예술의 자리였다. 예상대로 전시는 초반부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진해야외공연장(2006)이 개관된 이래, 최초로 관객 만 명 돌파라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76일간의 대이변! 문화예술의 변방이라면 서러울 진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필자는 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을 맡은 후 진해의 빛나는 바다와 해군, 군함의 상징적 위상에 매료되었다. 1910년 일제가 군사기지로 만든 계획도시! 100여 년이 넘는 건축물과 세계 최대 36만 그루의 벚나무와 편백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도시! 이 신비로운 진해의 바다와 장복산, 벚꽃이 한편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떠올리게 하고 아름다움은 예술과 창작을 잉태한다. 필자와 같은 범인도 이 미적 상상력을 경남도민과 함께 나누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하여 진해문화센터 실무자들과 깊은 숙고를 거치고 내놓은 해답이 바로 오스트리아의 황금빛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였다.

대한민국에서 세기의 명화 '키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황금빛에 홀려 영혼이 환희의 찬가를 부르는 그의 작품 속에는 인간의 기쁨과 원초적 본능, 숙명, 죽음에 순응하는 삶이 치밀하고 완숙하게 녹아있다. 클림트 애호가의 팬심이 아니더라도 그의 작품이 수많은 경남도민을 전시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사실로 이루어졌다. 설날 무휴, 군항제 기간 2시간 연장 운영의 틈새 전략을 업고 기염을 토하며, 진해야외공연장 전시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관객 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입장객은 또 다른 유의미한 역사를 품고 있다. 경남은 문화예술 전시의 불모지로 무료 전시가 일반화되어 있는 곳이다.

창원에는 여름·겨울 방학 시즌에 맞춰 유료 전시가 있지만 진해 입장에서는 대단한 모험이었다. 시민의식 속에 '돈 내고 전시를 왜 보나, 공짜도 많은데...' 하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 대부분이 시설들이 신진 또는 원로 미술작가들의 전시회가 많고, 요즘은 지원사업도 활발해 무료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발상으로 세계 수준의 작품 전시로 큰 감동을 받을 수만 있다면, 경남도민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란 믿음이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엄청난 호응을 보냈다. "이런 수준 높은 전시라면 기꺼이 표를 사서라도 전시회장을 찾겠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시민들은 예술에 목말라 있었고, 좋은 문화예술 콘텐츠는 힘이 세다. 아름다운 음악은 휴식과 치유를 주고, 세계적인 천재 화가의 예술 작품은 영혼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예술에 대한 경남도민의 목마름이 이번 전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진해 클림트 전시는 또 하나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경남 일대에서 온 관람객들은 진해 곳곳을 관광하며, 바다와 근대 건축물, 시내를 누볐다. 중앙시장과 경화시장, 주변 식당과 커피숍은 가족 단위의 전시 관람자와 연인들로 즐거움과 흥겨움을 경험했다. 전시장이 어디 진해뿐이랴 만은, 그들은 기꺼이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드라이브 삼아 진해 바닷길을 달려 전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진해 투어에 나섰다. 문화 예술이 관광콘텐츠로서 충분한 결과를 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경남 문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가치 있는 경험을 선사하라! 관객은 내 도시를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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