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8:30 (일)
현대도자로 상상담아 존재의 '빛' 빚어요
현대도자로 상상담아 존재의 '빛' 빚어요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2.12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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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박공주 도예작가
현대도자에 상상과 스토리 입혀
다양한 소재 접목해 예술성 확장
실용도자기로 예술과 생활 접목
박공주 도예작가
박공주 도예작가

지난달 김해 부원동 공 갤러리에서 박공주 도예작가를 만났다. 싱글인 박 작가는 현대도자의 길을 17년 동안 걸어왔다.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아담한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이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말을 걸어왔다. 화사한 색감들의 도자가 눈에 띄었다. 박 작가는 패션디자인과를 나와서 20대에 옷가게를 운영했고, 29세에 신부수업 명분으로 도자공방에서 도자를 배웠다. 박 작가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을 유연성을 가진 흙으로 구현해 낼 때 이루어지는 창의적인 과정에 재미를 느끼게 됐고, 뒤늦게 대학에서 도자를 전공하게 됐다. 현대도자를 자신만의 관점과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작품 세계를 넓혀가는 젊은 박 작가를 통해, 현대도자의 특징과 작가의 방향성, 도예작가의 힘든 점 등을 짚어봤다.

전통도자와 현대도자와 차이점은 무엇인지, 전통을 계승하되 어떤 방향으로 도자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은가?

전통도자는 옛것을 전승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재료와 형태, 텍스처, 쓰임 등을 창조하는 것이 현대 도자라 할 수 있다.

도자기라는 소재에만 국한돼 있지 않고 다양한 소재를 접목해 나만의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

박공주 도예작가의 '거울아 거울아' 개인전 전시 작품들.
박공주 도예작가의 '거울아 거울아' 개인전 전시 작품들.

도자에 스토리를 입히고 있다. 주로 어떤 스토리를 입히고 있는지

작업의 모티브는 사랑이다.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나의 사랑 이야기와 18년 동안 키웠던 강아지가 2019년에 하늘의 별이 되고, 우연히 아픈 고양이인 '나비'가 들어오게 되면서 강아지와 고양이의 스토리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박 작가 자신의 작품 특징은

현대 도자 기술을 바탕으로 사랑이란 주제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에 대한 스토리를 넣어 화려한 색상과 패턴을 작품에 입히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중 '가가' 고양이 모자를 쓴 사람과 고양이 오브제 인형이 있다. '가가'는 경상도 사투리로 "가가(그 사람이) 가가(그 사람이 맞아요?)"라는 뜻으로 남녀의 사랑을 다양한 표정으로 표현했고 성별이 구분돼 있어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스토리를 제공한다.

박공주 도예작가의 '거울아 거울아' 개인전 전시 작품들.
박공주 도예작가의 '거울아 거울아' 개인전 전시 작품들.

실용도자기도 만들고 있는데 예술과 실생활을 접목하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방향성은

개인적으로 조형물이나 도자기 오브제 인형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작업은 작품으로의 수입이 많지 않고, 공방을 유지하기 위한 수입을 위해 생활도자기 작업을 시작했고, 잔과 컵을 만들어도 그 쓰임을 다하는 도구뿐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활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고양이와 동백을 한 묶음으로 디자인해서 도자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 다른 이야기를 도자에 적용하고 싶은 계획은

동백꽃이 피는 겨울에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나에겐 동백꽃은 고양이이다. 다양한 고양이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낼 것이고 별이 된 강아지도 나만의 조형 언어로 이야기 하고 싶다. 지금은 나만의 사랑 이야기지만 좀 더 넓게 우리의 사랑 이야기도 하고 싶다.

박공주 도예작가의 '거울아 거울아' 개인전 전시 작품들.
박공주 도예작가의 '거울아 거울아' 개인전 전시 작품들.

도자의 색상이 밝고 따뜻하다. 좋아하는 색상이나 패턴이 있다면

작업할 때마다 좋아하는 색상이나 패턴이 달라지는데 지난해 작품을 보면 평소 화려한 색상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보색을 많이 사용한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은 '다시 꿈꾸고 싶다' 개인전에서는 내가 경험했던 다양한 사랑의 감정들을 인형으로 표현했다. 2023년 '거울아 거울아' 개인전에서는 하늘색과 붉은색을 많이 사용했다. 하늘색은 별이 된 강아지고 붉은색은 나를 표현했다. 도트무늬를 많이 사용했는데 윤회하는 뜻을 넣어 '별이 된 강아지를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다'라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

공 갤러리의 특징은? 차별화된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작업의 60%를 캐스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캐스팅 기법은 원하는 원형을 만들어 석고로 틀을 제작하고 흙물을 넣어 비어 내는 방법으로 완성품의 내부는 비어있어 가볍다. 술이나 차 등의 액체를 담아내는 꽃잔은 외부가 다양한 원색의 색상과 단순한 패턴으로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내부에는 작은 꽃 모양을 넣어 마치 꽃향기가 나는 듯하게 했다.

박공주 도예작가의 인형_다시꿈꾸고 싶다
박공주 도예작가의 인형_다시꿈꾸고 싶다

앞으로 전시 계획은 어떤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하고 싶은지

지난해에 도자와 거울을 접목해 작업을 했다. 소재가 주는 의미와 특징이 좋아서 더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거울은 겉모습을 비춰 주는 일차원적인 역할을 넘어 공간의 깊이감을 주고 빛을 반사해서 어두운 공간을 환하게 만들어 준다. 거울을 보면서 느끼는 사람의 감정은 모두가 다르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빛나는 스스로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 것이다.

현대도자 공예를 하면서 힘든 점은

도자기란 만들기부터 건조, 유약, 초벌, 재벌이 있는데, 본소성 이후에도 3, 4회 소성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다. 오랜 기간을 거쳐 성형한 결과물은 높은 값이 측정되지만 대중들이 찾기에는 힘든 분야라는 점이 숙제인 것 같다.

내게 힘을 주는 말이 있으면 어떤 말인가? 읽은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면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중 누구한테도 바라는 것이 없이 스스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은 둘이 있어도 귀찮게 느껴지지 않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뜻의 '스스로 온전한 사람' 이란 글을 좋아한다. 개인전에 작가노트 중 "당신은 존재만으로 빛이 나니 애쓰지 않아도 빛이 난다. 충분하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한다.

박공주 도예작가 프로필

김해 출신으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으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유연한 흙으로 구현해내는 과정에 흥미를 느끼고 뒤늦게 도자를 전공한 도예작가이다. 2014년 경남공예품대전 입선, 2023년 경남공예품대전 입선, 2022년 제1회 양산미술대전 최우수상, 성산미술대전 3회 입선, 특선 1, 개인전 3, 단체전 20회 이상 전시했다. 공 갤러리에서 작품도 전시하며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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