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8 16:18 (화)
법가 한비자의 47가지 망징론
법가 한비자의 47가지 망징론
  • 경남매일
  • 승인 2024.01.2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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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한비(韓非)는 중국 한나라 왕족 출신으로 성은 한(韓), 이름은 비(非)이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한 사람으로서 공자 노자처럼 자(子)자를 붙여 한비자(韓非子)라 부른다. 사마천의 <사기> '노자·한비열전'과 사마광의 <자치통감>에는 그에 관한 내용이 부분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사기> '노자·한비열전'에는 노자, 장자, 신불해 등과 함께 그의 행적이 전체의 반 정도 기술되어 전한다. '노자·한비열전'을 쓰기 전인 전한초기 사마천이 <한비자>를 접했을 때 이미 그에 관한 기록 대부분이 수록되어 있었다.

한비는 한나라의 사람으로 형명법술(刑名法術)을 좋아했으나 학설의 근본은 황로학(黃老學: 황제와 노자의 학문)이었다. 그는 심한 말 더듬이어서 구변은 어눌했지만, 뛰어난 저술로서 논지(論旨)를 명쾌하게 서술했다. 그는 젊었을 때 진시황제에게 분서갱유를 주청한 법가인 이사(李斯)와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荀子)에게 사사(師事)했다. 한비는 한 나라의 영토가 줄고 국력이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왕에게 국정쇄신을 수차례 상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나라의 왕은 나라의 법제를 정비하고 왕권을 바로 세워 신하를 통제하지 못하고, 인재발굴과 현인등용에 소홀해 부국강병책을 쓰지 않았다. 음흉한 간신 모리배들을 가까이해 나라가 망해가는 모습을 보고 통탄했다. 이에 그는 지난 역사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10여만 자에 이르는 법치와 부국강병책에 관한 글을 썼는데 이게 바로 <한비자>이다.

그는 <상군서(商君書)>를 쓴 상앙과 더불어 법가사상의 주요 인물로서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사상적으로 크게 기여했다. 한비가 법치와 부국강병을 전제로 법가사상을 주장하며 나라가 망하는 47가지 징조(망징 亡懲)를 조목조목 나열해 기록했다. 어찌 나라가 망하는 징조가 47가지뿐이겠는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한비자의 47가지 망징은 약과이다. 천륜을 배반한 패륜이 판치고,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가 넘쳐난다. 서민을 등쳐먹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돈으로 거래되는 불륜이 만연돼 도덕불감증이 심화되고 있다. 신앙을 빙자한 사이비 종

교단체가 시가지 중심에서 시민들을 유혹하며 혹세무민한다. 한비자의 47가지 망징은 법치와 부국강병의 큰 틀에서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현시대의 부조리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비록 오늘날과 동떨어진 주장도 있겠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권자의 치도(治道)에는 크게 다를 바 없다.

<한비자>5권 15편 '망징'에는 법가사상가답게 나라가 망하게 되는 47가지 징조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논리정연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중 일부를 발췌해 서술한다. 임금이 법치를 가볍게 여기며 법령과 금제를 따르지 않고, 모략과 책략에만 의존해 나라를 다스리면 국정의 혼란을 가져와 외세에 의존하게 돼 나라가 망한다. 신하들이 실사구시가 아닌 공리공론과 형식에 치우치고, 상인들이 탈세를 위해 재산을 도피시키고, 일반백성들이 법을 우습게 여겨 폭력을 일삼으면 국가 기강이 무너져 나라가 망한다. 중신에게 잘 보여 높은 관직에 오르기 위해 뇌물을 바치는 매관매직이 성행하면 나라가 망한다. 군주가 법률을 왜곡하여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법령을 함부로 고쳐 수시로 명령을 내리면 그 나라는 망한다. 귀족이 투기를 일삼고, 대신의 세도가 당당하고, 외부의 강한 세력의 지원으로 백성을 못살게 구는데도 그런 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대신이 극진히 존경받고 당파의 힘이 강대하고, 그 대신이 군주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국정을 멋대로 농단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정실인사로 탐관오리를 중용하고 유능하고 강직한 신하들이 배척당하며, 변방에서 행한 보여주기식 작은 실적이 높이 평가되고, 오로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신하의 공로를 저버리면 그 나라는 망한다. 군주가 국가재정에 도음 되는 좋은 기회를 어물어물하다 포착하지 못하거나, 환란이 미칠 징조가 있음에도 태만하여 그것을 경계하지 않고, 오직 인의(仁義)만을 가지고 형식과 겉치레(전시행정)만 힘쓰면 그 나라는 망한다.

지면상 47가지 망징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어 몇 가지만 인용해 언급했다. 시대변화에 걸맞지 않은 내용도 있지만 그 근본 취지를 현실에 대비해 보면 별 차이가 없다. 법치와 부국강병을 주장한 한비자의 사상은 인의(仁義)를 주장한 유가사상과 배치되는 점은 있지만, 그 당시 춘추전국시대의 혼란기를 생각하면 법가사상의 당위성을 엿볼 수 있다. 지금 강대국들의 틈새에서 샌드위치상황에 처한 한국의 지정학적 정황을 고려해 볼 때, 법치와 부국강병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대처방안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후 국력이 신장된 나라와 추락한 나라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한국의 성공사례는 개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적자생존과 각자도생의 21세기를 맞아 <한비자>의 법가사상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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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4-01-29 00:08:52
시대와 년도 구분을 정확하게 표시하면 혼동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비자는 두산백과에 의하면, 중국 전국(戰國)시대 말기 한(韓)나라의 공자(公子)로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주창한 한비(韓非:BC 280?∼BC 233)를 의미합니다. 대제국 漢나라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