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민주주의와 지도자 미덕
겸손은 민주주의와 지도자 미덕
  • 경남매일
  • 승인 2023.12.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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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 칼럼니스트
이태균 칼럼니스트

갈등이 깊어질수록 갈등하는 사람들이 그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잘 알겠지만, 피상적 수준에서 아무리 공방을 벌여봐야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그 이유의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권력의 지배나 통치가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수의 국민은 우리나라에서 언론 자유가 통제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을 하지만, 되레 언론의 자유가 넘치다 보니 일부 유튜브 방송과 정치권에서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면서 국민과 여론의 오판을 유인하기까지 한다. '내로남불'과 '남 탓'의 상례화를 낳고 있다.

한국도 권력의 집중과 경계를 위해 3권 분립을 통한 상호 견제와 감시 시스템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절차 때문에 능률과 효율은 크게 떨어지지만, 그런 비용을 부담하는 게 권력의 오ㆍ남용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더 낫다는 게 국민들의 묵시적 합의다.

"권력을 손에 쥐면 권력자의 뇌가 바뀐다"는 말은 진실에 가깝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부패의 과정은 권력자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눈에 보이지 않게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혁신과 개혁을 위해 양당 모두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쇄신해 보려고 했으나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당권을 거머쥔 당 지도부는 개혁을 앞세우며 국민을 향해 애드리브로 구미를 맞추려고 한다.

혁신위가 범할 때는 마치 전권을 혁신위원장에게 줄 것처럼 말해놓고 혁신위가 개혁안을 내놓으면 당 대표와 지도부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혁신안에 반론을 제기하며 어물쩍 넘어가고 말았다. 선당후사와 희생이란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얼마나 어려운지 현직 당 대표나 당 지도부 국회의원들의 자리 지키기에 대한 욕망은 한이 없어 보인다.

개혁을 앞세우는 사람들은 그들이 개혁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보다 더 착하고 정의로운 세계관을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과연 그들은 부동산과 자녀교육 문제 등의 일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알고 보면 그들도 다를 게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들은 법과 상식에 목숨을 건 듯한 과장된 수사법을 구사하는데, 그럴수록 일상에서 그들이 보이는 행태와의 괴리만 커질 뿐이다.

권력을 거머쥔 집권세력은 인물과의 인연과 코드를 따지면서 모든 걸 자기들끼리 독식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과 인사정책을 혁신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허물 있는 사람을 장관후보로 지명하고 과거 정부와 비교해 이 정도면 무난하지 않느냐는 강변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인사검증도 완벽은 어렵더라도 경찰청 발행 범죄수사경력회보서만 보면 알 수 있는 후보의 범죄 사실까지 눈감아서는 변화와 혁신은 물 건너가고 만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려면, 대통령부터 겸손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가능해진다. "민주주의는 겸손 위에서 발전하고 번영한다. 겸손은 얌전하고 순한 성격 혹은 굴종과 혼동해서는 곤란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며 오만한 자존심의 해독제이다. 이는 자기 자신과 타인의 한계를 알고 인정하는 능력이다." 진정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개혁을 하려면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이 민심에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의 솔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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