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寒天)하면 밀양을 떠올릴 만큼 이맘 때 즈음이면 산내면에 가면 우뭇가사리를 널어놓은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한천을 한방에서 석화채(石花菜), 감함(甘鹹)으로 부른다. 제주에서는 우미 그리고 천초(天草), 한천, 까사리, 가사리 등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그 모양이 `소의 털`과 비슷하다고 해서 우모(牛毛), 우모초라 한다.
과거 1814년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해동초(海東草)`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바다의 풀로 그 모양새와 제조방법까지 적었다. 밀양한천은 고 김성률 씨가 지난 1941년에 설립한 양산의 명곡한천을 모태로 한다.
해조류인 우뭇가사리를 가열해서 건조 상태로 굳힌 것을 보고 `우무(牛毛) 말린 것`이라 불렀는데, 한 스님이 우무 말린 것의 맛을 보고 `추운 겨울날 하늘의 차가운 기운으로 만든 것`같다 해서 한천이라 했다고 한다. 영어로는 한천과 우뭇가사리를 모두 아가(Agar)라 하는데, 이는 말레이어에서 나온 말로 현지어로는 젤리라는 뜻이 된다고 한다.
한천의 원료인 우뭇가사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남해안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한천의 세계 생산량이 1위이며, 소비량 역시 1위다.
한천 생산에 필요한 3대 요소는 기온, 지형, 수질인데요. 밀양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밀양시 산내면 주변은 구만산 등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로 이 지역은 일교차가 커 좋은 한천이 생산되기 최적의 조건이다. 겨울철 한천 생산 시기에 밤의 온도가 영하 5~10도로 내려가고 낮의 온도는 영상 5~10도가 돼야 하는데 이런 일교차를 만족시키고 있다. 밤에는 얼고, 낮에 녹는 과정을 약 20일 동안 거쳐 양질의 한천이 생산된다.
`성종실록(成宗實錄)`을 보면, 성종(成宗)이 12년(1481) 7월 13일 행사에 쓰이는 물품을 줄이기 위한 목록을 써서 보내는데, 거기에 보면 "제사에서 공상하는 우무 전량을 제감하라"는 어서를 내 보내는 기록이 있다.
과거 1700년대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는 수정회(水晶膾)를 만들어서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1925년에 쓴 최영년의 `해동죽지(海東竹枝)` 기록에 보면 우모포(牛毛泡)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당시는 묵 형태로 만들어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해동죽지에는 "여름철 별미였던 우모포가 어떤 연유인지 요즘은 경성에서 볼 수 없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를 통해 남해 연안에서 나오는 우모초가 있어서 우모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모포와 우무콩국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세종ㆍ문종ㆍ세조의 3조에 걸쳐 의관을 지낸 전순의가 쓴 `산가요록(山家要綠)`에 우모전과(牛毛煎菓)가 나옵니다.
당시 우무전과를 만드는 방법을 보면 `우무는 방법대로 응고된 것을 다시 삶아 국물 1사발에 꿀 5홉을 넣어서 산초가루에 섞어 끓여 엉기면 쓴다`라고 되어 있다.
한천의 주성분이 탄수화물인데, 저에너지 식품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성질이 따뜻하여 몸이 찬 사람이 먹으면 혈액을 정화하고, 호르몬 분비를 정상화시키며, 소화흡수 기능이 지나치게 왕성한 사람들의 비만 방지에 좋다. 한천만으로는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젤리, 양갱 등을 만들 때 보조 재료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