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는 근시안적 무사안일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총선을 앞두고 되풀이되는 떴다방식으로 반짝하는 신당은 대부분 국회의석 한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총선이 끝나면 사라진다.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철이라 정치권도 총선에서 한몫을 잡아 보려는 장사꾼 정치인들이 판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승기를 잡았다는 자만에 빠져 계파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1인 독주 체제에 반기를 들고 당내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일부 비명계의 반발과 저항이 이어지고 있으나 개딸을 중심으로 한 절대 지지층을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년 총선승리를 위한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한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를 출범시켰으나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다짐한 김기현 대표의 다짐은 혁신위가 주장한 영남지역 다선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 양보나 서울 등 험지출마 요청을 김 대표 자신부터 망설이고 있어 허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따라서 인요한 혁신위도 힘차게 첫 출발은 했으나 결국 국민의힘 혁신과 변화에는 실패하고 끝맺음을 해야할 운명의 기로에 서 있다.
총선에서 수도권의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자 국민의힘은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고 김포시 서울 편입과 부자 감세를 추진해 당 지지율을 올려보려고 발버둥이지만 국회의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입법화에 반기를 들고 있어 지금의 여소야대 구도하에서 이 두 가지 현안의 실현은 희박해 보인다.
신당 세력은 도처에서 미어캣처럼 고개를 내밀지만, 대체 무얼 위한 창당인지 모호하다. '양당체제 종식'이 신당 출현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계파 재정비와 자기 몸값 올리기, 개인의 명예 회복이 창당의 진짜 목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치는 실종된 채 총선용 합종연횡을 위한 눈치 싸움이 거듭되고 있다. 이렇게 이념과 정치적 목표도 불확실한 신당은 총선 이 끝나면 이합집산하고 말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 힘 대표가 신당 창당을 밝힌 후 그의 언행을 보면 일관성과 보편타당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세 번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의 '노원 병' 이 그가 정치를 시작한 곳이다. 그런데 그는 최근에 갑자기 자신이 뜻을 이루지 못한 노원 선거구를 떠나 영남지역에 출마할 듯한 아리송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세 번이나 고배를 마신 노원 선거구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내년 총선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금배지를 달겠다는 강박관념 때문인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정치 달인으로 여·야를 넘나들며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박사의 조언 속에 새로운 제3지대를 설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당대표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가시적 성과가 차츰 보이고 있다. 이것은 우리 정치풍토에서 제3지대에서 창당해 정치권의 주역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혼돈과 전환의 시대, 절실함과 진정성이 있으면 방법은 나오기 마련이다. 새로운 설계와 첨단 공법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정치는 이상이 아니고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 정치는 똑똑한 머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따뜻한 가슴도 가져야 한다. 자신과 대칭점에 있는 사람들의 사고와 주장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최선을 다해 그들을 설득해 포용하려는 넓은 가슴과 아량도 절실한 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신당 창당 깃발을 올린 이준석, 금태섭 씨와 양향자 의원은 대장부가 되고 싶은가 졸장부가 되려는가. 변죽만 울리지 말고 분명한 소신을 밝혀야 할 시점이다. 변화와 혁신에 적극적인 사회적 역동성을 가진 우리의 국민 정서는 지리멸렬한 정치인과 제3지대를 선호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금배지와 자리에 연연하는 시시한 탐욕 대신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국민의 민생복리를 선도할 배포 크고 야심찬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