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나무 소재 작품 활용
그 어느 때보다 본질에 집중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요즘, 우리에게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자연이 있다. 무심한 듯 따듯하고, 모든 것을 내어주면서도 고요하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가 그것이다.(경계에서의 사유(나목)작가노트 중)
박근혜 작가의 '치유의 숲 세 번째 이야기-경계에서의 사유(나목)' 전시회가 지난 17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갤러리나무에서 열린다. 박근혜 작가는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소멸돼가는 플라타너스 나무라는 소재로, 오히려 인간이 상처를 치유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그려냈다. 그는 "개인전을 준비하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경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만남과 헤어짐, 인연과 갈등, 고통 그 모든 것이 결국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작품 속 나목(잎이 지고 가지가 앙상한 나무)은 열매도 잎도 그늘도 다 내어주고, 무자비하게 벗겨진 하얀 속살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나무는 희망을 노래한다. 내년에는 더 잘해야지 다짐하는, 야무진 경쾌함이 배어 나온다. 뚝뚝 부러진 가지는 가늘지만 힘 있게 뻗어나가며 '나는 괜찮아'라고 외치는 듯하다. 따사로운 햇살이 감싸 안고, 자연의 치유가 시작되면 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견딜 에너지를 스스로에게서 뽑아 올린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무분별한 착취가 존재한다면, 자연과 자연의 경계에는 인정과 회복의 메커니즘이 전해진다. 그는 작품을 통해 보는 이의 상처를 쓰다듬고, 인정하며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부러질 듯 가느다란 가지 구석구석까지 강한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작가는 나무를 응원하고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 있다.
작가는 수만 장의 사진을 찍고 구도를 구상하며, 겨울 나목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는 치유의 숲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개인전을 하고 있다. 풍요롭고 왕성한 나무와 같이, 헐벗고 잎이 다 떨어진 나무 안에도 치유의 강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앙상한 나뭇가지는 청명한 하늘을 품고, 쉼의 공간도 안고 있다. 나무를 타고 지난 시간의 잔재도 남아있고, 보라색이라는 치유 칼라도 섞였다. 실제 보라색 컬러 파워로 인해, 작업하며 작가 자신도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비구상 작품은 자유롭게 흩어 내리며 강렬한 색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를 관람한 한서윤(김해 내동·40) 씨는 "플라타너스 나무라는 평범한 소재로 작가의 사유를 입힌 기술이 뛰어나다. 소재를 집요하게 잡고 가는 작가로서의 집중력에 감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