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9:41 (토)
김해서 다양한 현대미술 마음껏 향유…'동방의 빛'을 보다
김해서 다양한 현대미술 마음껏 향유…'동방의 빛'을 보다
  • 박경아 기자
  • 승인 2023.10.15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7~28일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전관

15개국 국내외 초대작가 300여명 500여 작품 전시·유명 작가 참여
삼방동 '은석문화복지센터 전시실' 활용 지역민 전시 예술 즐겨
장유수 비엔날레 집행위원장 "김해서 언젠가 세계적 작가 나올 것"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많은 관람객이 '2023 김해국제비엔날레'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많은 관람객이 '2023 김해국제비엔날레'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해에 미술 축제의 장이 펼쳐지며, 많은 시민들이 김해 문화예술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남지역 예술인뿐 아니라, 해외 유명 화가의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뜻깊은 미술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이 가득한 2023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동방의 빛' 축제를 조명해 본다.

김해시는 지난 6월 '제3회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조직위원회 발대식을 가지며, 시민과 함께하는 미술축제의 초석을 다졌다. 홍태용 조직위원장은 장유수 집행위원장과 도명일 운영위원장, 정원조 추진위원장을 임명하고, 각계각층 대표를 조직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이만기 인제대 교수를 홍보대사, 이우석 화가를 예술 감독으로 위촉했다.

지난 7일 성대하게 막을 연 개막식은 김해문화의전당 야외 애두름마당에서 펼쳐졌다. 김해 지역 합창단과 국악팀, 오케스트라, 청소년 비보이의 공연을 통해, 김해지역 행사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풍성한 행사를 진행했다. 2023 김해비엔날레 장유수 집행위원장은 "김해비엔날레만큼은 타지역 인기 예술인의 잔치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지역 예술의 자리를 지키는 우리 지역 예술인에게, 골고루 행사의 혜택과 자부심이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장유수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집행위원장.
장유수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집행위원장.

도명일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운영위원장(김해미협 지부장)은 "현대 미술은 국경 없는 교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생산시간 후 남는 시간은 자신만의 문화, 예술에 할애하는 시대다. 삶의 질에 대해 갈구하는 문화유목민이 정착하고픈 도시의 브랜드네임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15개국 300여 명의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가와의 만남을 지향하며, 국제미술제로서 새롭게 탈바꿈했다. 김해시는 '동방의 빛'이라는 전시 주제를 가지고,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국내외 초대작가 작품 50점을 전시한다. 또, 기획전과 지역연계전, 부대행사를 통해 장소와 작가, 주제에 변화를 줬다.

기획전1- '예술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윤슬미술관 제2, 3전시실에서는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국내 초대작가 작품 50점을 전시했다.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는 경남지역작가전으로, 경남지역 작가 작품 50점을 전시한다. 지난 7일부터 오는 28일까지 22일간 윤슬미술관 제2전시실에서는 김영원 특별전도 진행한다. 광화문 세종대왕상의 김영원 작가의 작품 전시를 통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김해 시민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23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동방의 빛' 개막식.
2023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동방의 빛' 개막식.

기획전2- '지역미술의 현주소'를 주제로 진행된다.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윤슬미술관 제2, 3전시실을 통해, 지역 작가 작품 200여 점이 전시된다.

기획전3- '시선이 머무는 곳, 환경 미술'이라는 주제로 문화의 전당 입구에서 실시한다.

지역연계전4- '관광권역별 특별전:가야를 바라보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 행사는, 김해 역사와 문화를 현대미술로 재구성하는 전시와 지역 문화 명소 탐방이라는 컨셉을 가진다. 삼계 화정글샘생활문화센터와 진영 도슨트 전시관, 진례 분청도자박물관, 은석문화복지센터, 남명갤러리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기획전5- '작은 손길 예술기운 가득가득'은 예술가 레지던시를 통해 예술창작활동을 소통하는 시민 참여형 전시체험으로 윤슬미술관 로비와 김해분청도자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기획전6- 윤슬미술관에서 '명사와 예술인이 함께'라는 주제로 도자기에 명사의 기록예술과 예술가의 손길이 함께하는 참여형 행사를 진행한다. 부대행사로는 '시민의 빛 가야의 빛'이라는 주제로 어린이와 시민이 함께하는 참여형도 준비해 많은 시민의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허왕후 배를 모티브로 한 종이배 조형물과 메시지 트리 포토존 행사나 서예 글쓰기 체험, 색칠하면 도자기 구워 선물하기 등 각 권역별 관람객 참여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은석문화복지센터 전시실에서 서예 작품 포퍼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은석문화복지센터 전시실에서 서예 작품 포퍼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토록 다채로운 컨셉트와 장소를 선택해 미술제를 펼치는 것은, 요사이 각광받고 있는 '찾아가는 예술'의 한 형태다. 길거리 버스킹이 일상이 된 지금, 미술계도 보다 시민 친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은 결과물이다.

장유수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한 장소를 정해 크고 화려하게 펼치는 예술 축제를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작지만 지역민에게 예술 향유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장소의 적정성과 행사 규모의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고, 실제 장소가 구해지지 않아 어려움도 겪었지만, 결국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해냈다"며 "이번 행사 준비를 통해, 지금까지 문화 불모지로 남아있던 삼방동에 '은석문화복지센터 전시실'이라는 선물을 지역민에게 남기게 됐다. 삼방지역에 전시관이 없는 것을 이번 전시 준비로 알게 됐다. 행사장을 찾지 못해 헤매며, 무리를 해서까지 이 지역에서 전시를 해야 하나 하는 딜레마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 지역 주민에게 지금까지 문화예술이라는 햇빛이 비치지 않고 있었다는 안타까움과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예산을 집행해 조명도 달고 바닥도 손보며, 작지만 깨끗한 전시실을 만들었다. 문화는 우리 모두의 것이지, 일부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소신을 가지고, 전시장을 남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동방의 빛' 행사에 참여한 해외 작가가 김해 문화를 탐방하고 있다.
'동방의 빛' 행사에 참여한 해외 작가가 김해 문화를 탐방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고 기동력이 없는 실버 인구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무관심한 지역민까지 아우르자는 전략이다. 전시장이 있으면, 앞으로 다양한 전시 기획에서 소외되는 일이 적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해시는 특히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인구가 많다. 과거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문화의 전당과 서부문화센터는 시민에게 다양한 공연문화를 제공했다. 미술 전시도 이에 발맞춰 꾸준히 진행돼 왔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태어나 한 번도 미술 전시를 본 경험이 없다"라고 말한다. 지역민이 즐기는 문화 예술은, 그들 가까이에서 손 쉽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장유수 집행위원장의 신념이다.

그는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를 준비하며 지역축제의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말한다. "도비가 마지막까지 책정되지 않아 축제 규모를 정하지 못했다. 막바지에 다행히 도비가 정해졌지만, 시간이 촉박해 축제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행사를 진행하며, 부족한 예산으로 이런 큰 행사를 치르는 것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와 같이 행사장을 다양화하고, 해외 작가까지 아우르는 것은 더욱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시비와 도비, 후원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만, 행사장에서 수고하는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봉사로써 섬기는 것이 현실이다. 큰돈을 집행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김해와 경남 미술계에 비전을 심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역 안에 갇힌 우리끼리의 예술이 아닌, 세계인과 소통하는 예술을 지향했다. 작은 씨앗 하나가 큰 나무로 자라고 열매를 맺듯, 이번 2023 김해비엔날레를 통해 '글로벌'이라는 씨앗을 심은 것이다. 언젠가는 김해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를 목도할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고 말다했다.

김해 지역 작가전에 출품하는 노재환 작가의 '정물'/digital print/35.0x45.0
김해 지역 작가전에 출품하는 노재환 작가의 '정물'/digital print/35.0x45.0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사회운동가이자 미술가 키스 해링의 'Untitled'과 그라피티 예술가 장미셀바스키아의 'GOD LIFE', 미국 추상 표현주의 중 한 영역인 액션 페인팅의 대표, 잭슨 폴록의 'No. XX' 등 작품을 SNS가 아닌 가까이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은 경남 시민에게 큰 자양분이 돼 남을 것이다. 세계예술이 지향하는 바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경험은, 지역 미술인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고, 관람객에게는 신선한 문화적 선물이 된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 베트남, 스페인, 인도, 콜롬비아, 터키, 프랑스, 벨기에, 영국, 중국, 태국, 포르투갈, 필란드 등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주제전 국내 작가에는 고정애와 김상옥, 박성희, 신종식 등 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해 작가로는 허한주, 이동신, 조경옥, 도명일, 문영정, 이영미, 이갑임, 박우경, 강창숙, 권기회, 이진영, 기나현, 정정숙, 정미자, 김운균, 노재환 등 150여 명이 참여한다.

권역별 기획전으로 남명갤러리(율하동)에서 열리는 민화전에는 옥도윤 민화전시위원장과 김기선, 김서영 등 25명의 민화를 전시 중이다. 화정글샘생활문화센터(삼계동)에서는 2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해 분청도자 박물관(진례면)에서는 박경희 김해비엔날레 공예·도자 전시위원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김분석, 염영희, 옥현숙 등 10여 명의 작가가 공예작품을, 강길순, 김일권, 김정태 등 16명의 작가가 도자 작품을 전시한다.

도명일 김해미협 지부장의 '오메가의 꼬리'/470.0x270.0x490.0/대리석(베로나)
도명일 김해미협 지부장의 '오메가의 꼬리'/470.0x270.0x490.0/대리석(베로나)

은석문화복지센터(삼방동)에서는 서각 부분에 강삼수, 구자원, 김도순 등 17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서예 부분에는 고명숙, 김경순, 김다정 등 2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30분에 관광버스 투어가 무료 운영 중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지역 문화 예술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기 위해 김해 관광권역별 전시라는 시도를 통해 '누구를 위한 문화·예술인가' 라는 화두를 던졌다. 큰 전시장과 붐비는 관람객, 유명 예술인의 작품을 넘어선, 서민에게 다가가는 예술 초석을 다졌다. 세계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구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번 2023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동방의 빛' 행사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예술 향유의 장을 펼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