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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석의 인절미와 나그네 떡
풍석의 인절미와 나그네 떡
  • 경남매일
  • 승인 2023.10.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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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혼인 때 많이 만들어 먹는다는 데서 유래한 떡이 인절미다.

혼례 때 인절미를 만들어 상에 놓기도 하고 사돈댁에 인절미를 이바지로 보내기도 하는데, 혼례에서 사돈댁에 이바지로 보낼 경우 떡의 크기를 큼직하게 잘라 푸짐하고 정성스럽게 담았다. 떡이 '안반만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큼직하게 잘라 고리짝에 담아 사돈댁에 보냈으며, 이 떡을 혼례상에 올릴 때는 놋동이에 가득 담고 고물을 대개 두 가지로 한다.

이는 찰기가 상한 찹쌀을 사용하므로 끈적거리고 잘 들러붙는 성질처럼 한 몸이 돼 잘 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이나 경기도 파주 장단에 출신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는 장단과 가까운 '연안(延安) 인절미'를 좋게 평가했다.

연안(延安) 백천(白川) 지방의 기름지고 찰진 찹쌀로 만든 인절미를 '연안(延安) 인절미'라고 한다. 그 이유는 단지 찹쌀이 다른 지방보다 좋아서만이 아니라 먼저 쌀을 찧어 가루를 만든 뒤에 무르게 푹 쪄서 떡메를 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가루 내지 않은 인절미에 비해 기름지고 찰지고 밥 알갱이가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다른 인절미 종류로 붉은 대추 살을 섞어 찌기도 하고, 당귀잎 가루를 섞어 찌기도 하며, 먼저 붉은 밥 즉 약밥을 짓고 바로 다시 쳐서 떡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들 모두 별미라고 한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鼎俎志)' 가루를 만든 후 떡메로 친다면 찹쌀의 입자가 미세할 정도로 고와 노화를 막아 빨리 굳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식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절미의 맛은 찹쌀과 콩가루 등 부재료가 좋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고, 펀칭 횟수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진다.

반면에 펀칭횟수가 적으면 찹쌀의 입자가 거칠지만 식감이 좋고 소화가 잘되지만 반면에 노화가 빨라 빨리 굳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인절미의 절대 미각은 펀칭의 황금률을 찾아 찹쌀의 입자를 어느 정도로 하느냐 하는 노하우와 얼마만큼 고소하고 감미로운 콩가루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그런지 조선 후기의 학자·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제30권에 '인절미는 너무 무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옛날 먼 길을 떠나는 집에서는 인절미를 만들어 그 안에 엿을 집어넣고 고물을 묻혀 일부러 굳힌다.

이렇게 굳힌 인절미를 괴나리봇짐에 넣고 길을 가다가 인가를 만나지 못해 끼니를 해결할 수 없을 때 가랑잎을 긁어모아 불을 집혀 굳힌 인절미를 구워 요기를 하는데, 이것을 구운 떡 또는 나그네 떡이라고 했다. 이 나그네 떡은 오히려 펀칭 횟수를 적게 해 입자가 거칠게 하므로 노화를 빨리 시켜 인절미가 돌처럼 딱딱하게 해 창호지에 싸가지고 다니다가 먹을 때 불에 구우면 오히려 말랑말랑해져 먹기가 좋고 안에 엿이 들어가 나그네의 먼 길에 지치고 시달린 노독(路毒)을 빨리 풀어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인절미는 용도나 각자의 기호에 따라 펀칭횟수를 가감하므로 맛을 달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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