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릉비의 해석을 두고 한ㆍ중ㆍ일의 사학계는 첨예하게 대립해 왔으며 총칼 없는 `비문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지만 최초의 해석이란 프리미엄을 가진 일본이 현재 유리한 지점에 서 있다. 그러나 진실은 작아 보여도 그 힘은 강하고 가짜는 대단해 보여도 정곡을 찌르면 한꺼번에 무너진다. 사실 문제가 되는 신묘년조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허점투성이들이다.
요코이 다다나오가 <회여록>에 발표한 영락 5년 <을미년조>에 등장하는 신묘년 기사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百殘新羅 舊是屬民 由來朝貢/ 而倭以辛卯年來 渡海破 百殘□□新羅 以爲臣民/ 以六年丙申 王躬率水軍 討伐殘國 "백잔과 신라는 옛날부터 속민이었으며 전부터 조공을 왔다./ 그런데 왜가 신묘년에 바다를 건너와서 백잔□□신라를 격파하고 신민으로 삼았다./ 이에 영락 육년 병신년, 대왕께서 몸소 수군을 이끌고 백잔을 토벌하였다." 이때 백잔은 백제를 말한다.
그럼 조작하기 전의 원래의 글자는 무엇이었는지 밝히고자 한다. 복원한 글자가 신뢰성을 얻으려면 문맥이 자연스럽고 모순이 일어나지 않아야 함은 필수적이다. 영락 5년 을미년, 변조 전의 원문으로 추정되는 글자를 복원해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百殘新羅 舊是屬民 由來朝貢 而倭 以辛卯年來渡/ [二]破 百殘[倭侵]新羅 以爲臣民/ 以六年丙申 王躬率水軍 討[倭]殘國 "백잔과 신라는 예로부터 속민이었으며 전부터 조공을 왔다. 그러나 왜는 신묘년부터 물을 건너 (조공을) 왔다./ 두 파렴치 백잔과 왜가 신라를 침공해 신민으로 삼으려 했다./ 때문에 영락 6년 병신년 대왕께서 몸소 수군을 이끌고 왜와 백잔을 토벌했다." 이때 잔국(殘國)은 쳐부술 나라 즉, 백제를 말한다.
■ 변조된 부분 渡海破 두 해석의 가장 큰 차이는 끊어 읽기이다. 여기에 따라 문단이 달라지고 해석도 완전히 달라진다. 또 변조되었다고 말하는 신묘년조의 渡海破는 이렇게 복원된다. 渡-->渡, 그대로이고 海-->二 로 바뀐다. 破-->破 도 그대로다. 변조된 글자는 渡海破의 세 글자가 아니라 `海` 한 글자뿐이다. 그리고 결락된 두 글자는 [倭侵] 이다. 여기서 `以`는 세 가지 뜻이 있다. 以辛卯年에서는 신묘년`부터`이고, 以爲臣民에서는 신민`으로서`이며, 以六年丙申에서는 `때문에` 육년 병신년에로 해석되어, 유래와 소유 그리고 이유로 세 가지 용법이 모두 다르다. `來`는 `오다`는 뜻으로 `(조공을) 왔다`라는 의미다. 앞 문장에서 백잔과 신라의 조공을 언급하였기 때문에 뒤이어 오는 왜에서는 `조공을` 이란 목적어가 생략되었다. 한자의 특성상 반복되는 주어 또는 목적어는 생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渡`는 `물을 건너다`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바다를 건너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破`는 `파렴치(破廉恥)`를 줄여 썼으며 형용사적 의미로는 `쳐부술`의 뜻이다. 당시에 전해오는 우리의 기록이 없어 용례를 찾을 수 없었으나 부정적 표현임은 분명하다. 후대의 기록이긴 하지만 서기 923년에 세워진 창원의 봉림사지 진경대사탑비에 의하면 `二破`처럼 `二敵`이란 표현이 있다. 終平二敵 永安兎郡之人 "마침내 (고구려와 백제) 두 적[二敵]을 완전히 평정하여 토군(兎郡)의 사람들을 길이 편안하게 하였다" 이때 二敵은 신라의 적이었던 고구려와 백제를 말하지만, 능비에서 말하는 二破란 두 파렴치 국가인 백제와 왜를 말한다. 고구려의 입장에서 보면 한 수 아래의 백제와 왜가 고구려 몰래 신라를 공격하니 야비하고 파렴치한 놈들로 보였던 것이다. 여기서 백잔(百殘)은 백제인데 `殘`의 뜻은 `죽일` `쳐부술` `무너뜨릴`의 뜻이다. 때문에 破와 殘은 `쳐부순다는` 같은 의미이며 `떨거지` `찌꺼기`쯤의 부정적 표현으로도 사용되었다.
二破에서 破는 殘과 같은 뜻이 있으나 뒤에 오는 百殘의 殘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破를 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殘國은 百殘을 지칭한다. 능비에서 왜를 倭寇, 倭賊으로 표현한 것처럼 백제를 비하해 百殘, 殘國으로 비하했다.
■ 글씨의 변조와 비문 왜곡<海의 변조 과정> ① 渡海破가 새겨진 부분의 海자는 같은 면인 1면 5행 22열에 있는 海자와 자형(字型)이 다르다. 또 삼수변이 종선에 걸쳐 있으며 처음부터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② 海의 원래 글자는 `두 二` 자다. ③ 원래 새겨져 있던 `두 二`는 가획을 하여 `매양 每`에서 `바다 海`자로 변조해 비에 새겼다. 이것이 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