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24 (금)
전기 무단사용과 절도죄 처벌
전기 무단사용과 절도죄 처벌
  • 경남매일
  • 승인 2023.06.0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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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최근 전기로 움직이는 도구나 설비들이 증가하면서, 전기배터리 충전이 상시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휴대폰이나 소형 전자제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배터리 충전에 많은 전기가 필요하지 않아서 타인의 전기를 사용하는 데 소유자의 동의는 필요치 않거나 묵시적 동의가 인정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전기오토바이 등 배터리 충전에 많은 전기가 필요한 도구들이 등장해서 대중화 되어 가고 있고, 이에 따라 전기충전시설도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의 영향으로, 허락 없이 타인의 전기를 훔치는 도전(盜電)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전 건수는 9793건으로 피해 전기요금은 37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전의 유형은 크게 ①한국전력전과 전기사용계약 없이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무단사용`, ②계량이 되지 않도록 조작하는 `계기1차측 도전`, ③전력량계를 훼손, 조작하여 정상계량을 방해하는 `계기조작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도전의 종류별로 보면, <무단사용>이 5911건(160억 원), <계기조작 등>이 3510건(199억 원), <계기1차측 도전>이 372건(16억 원)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관, 경찰관서와 같은 공공기관들도 가로등, 교통신호등, 경보등, 과속ㆍ감시카메라 등에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하였고 한다. 공영방송국도 촬영을 핑계 삼아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특히, 공동주택인 아파트단지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이 행해지고 있다. 아파트에 마련된 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이 있음에도 일반 220V 콘센트에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비상용 충전기로 충전하는 사례, 아동용 전동차를 주차장으로 갖고 나와 충전하는 사례, 소화전 내 콘센트에 멀티탭을 꽂아 개인 물품을 충전하는 사례 등이 있다. 무단으로 아파트 공용시설에서 전기를 사용하면 단지 전체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누진제를 시용하고 있는 전기요금은 전력량에 따라 요금단가가 증가하므로 사용한 전기량보다 누진적으로 상승한 전기료의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전기를 훔치는 행위를 형법상 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329조)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재물의 개념은 `재산적 가치 있는 유체물`로 정의되는데 `전기`는 유체물이 아니기 때문에 재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형법은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절도죄 등 재산죄의 재물로 간주하고 있으므로(법364조), 전기도 재물에 해당하게 되고, 전기를 훔치는 행위는 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전남 여수의 어느 아파트 입주민은 2014년부터 6년간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소화전 내부에 있는 비상용 콘센트에 전기선을 연결하여 자신이 거주하는 집으로 공용 전기를 끌어와 사용한 혐의(약 6년간 사용한 공용 전기는 1800여만 원어치로 추산)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도전 시간이 짧은 경우라도 처벌의 예외가 아니다. 최근 대전 동구의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콘센트에 허락 없이 자신의 전기오토바이 충전선을 꽂아 10~20분가량 충전하다가 적발된 사람에게 검사가 절도죄(해당 자치구가 관리하는 시가 미상의 전기를 사용해 절취한 혐의)로 기소하여, 법원이 `유죄` 판결(벌금 20만 원)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또, 서울 강동구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2021년 10월 자동차 튜닝업체 직원이 자신이 의뢰받은 차량의 겉면 랩핑 작업을 위해 드라이기를 지하주차장 벽면에 설치된 콘센트에 꽂아 약 10분간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했다가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고, 충북 청주에서는 입주민이 복도에 있는 계량기 콘센트에 보조배터리 2개를 꽂아 약 1시간가량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했다가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았다. 도전 범죄들은 대부분 벌금형 선고로 마무리되고 있는데, 이는 무단사용기간과 사용량 정도, 그리고 피해회복 여부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어느 아파트 입주민이 평소 알고 지내던 전기업자에게 부탁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복도의 공용 전기를 몰래 자신의 집으로 끌어오는 작업을 한 후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해 왔다. 약 7년 10개월간 약 240만 원 상당의 공용 전기를 몰래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전기업자도 절도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어 동일한 형을 선고받았음).

법원은 `죄질이 좋지 않고 범행이 장기간인 점 등을 불리한 양형으로 고려했지만, 피고인이 관리사무소 측에 해당 전기요금을 배상한 점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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