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2:49 (수)
유령어업(Ghost fishing)
유령어업(Ghost fishing)
  • 경남매일
  • 승인 2023.06.0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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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지구의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한 해 1200만t에 달한다. 그 플라스틱 중 바다에 버려지는 어업 도구들이 10%를 넘게 차지한다. 전 세계에서 대규모 연승어업(주낙)이 하루 사용하는 낚시줄은 지구 전체를 500바퀴 감쌀 수 있는데, 그중 많은 양이 잘려져 바다로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그물이나 낚싯줄에 걸려서 물고기가 죽는 현상을 유령어업 또는 고스트 피싱(Ghost fishing)이라고 부른다. 즉, 버려진 폐어구에 걸린 물고기가 미끼가 되어 더 큰 물고기가 연쇄적으로 유입되면서 물고기가 죽어가게 되는 것이다.

유럽의 발틱 해의 경우 하나의 유실 어구가 미치는 수산물 감축 효과는 2만 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미국 체서피크 만의 경우, 연간 3만 2000개의 유실 어망이 수거되고 있으며 이는 40만 달러의 손실을 야기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는 14.5만t/년 정도이다(KMI, 2008). 이 중 65.3%는 육상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고, 26.6%가 어선어업으로 생긴 그물, 밧줄 같은 폐어구들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어구 사용량(연근해어업 및 양식장)은 약 9만 6000t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만 4000t의 어구가 수거되지 않고 바다에 그대로 남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배나 양식장의 어구인 그물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회수되지 않고 버려져 일어나는 유령어업으로 연간 어업생산량의 10% 정도인 4147억 원의 손실을 가져 온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폐어구는 선박의 프로펠러에 감겨 해양 안전사고는 물론 물질하는 해녀의 안전에도 큰 위협을 줄 수 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전체 해양사고 중 폐어구로 인한 선박 부유물 감김 사고가 11%에 달한다.

유령어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노력하고 있다. 먼저 노르웨이는 어부들이 어구의 손실을 보고토록 의무를 부과했다. 또, 어망에 ID가 부여된 태그를 부착하여 신호를 보내는 장치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캐나다 또한 해양환경과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유령어업 어구를 제거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연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그물을 포함한 생분해성 어구는 해양쓰레기를 줄이고 유용 수산자원의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4종의 생분해 어구가 개발돼, 그중 대게용 자망을 비롯한 10종이 현장에 보급되어 있다.

생분해 어구의 가격은 나일론에 비해 비싼 것은 아직은 생산량이 적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니 생분해 어구의 생산량을 늘려 가격 차이를 극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생분해 어구들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정부의 보조와 연구기관의 노력, 그리고 어업인의 바다를 지키려는 의지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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