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까지 해운대 신세계갤러리
추상의 세계 속, 피사체인 벽은 시간의 흔적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나를 만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조용히 묻고 있다. 자세히, 곰곰이 바라보던 관객은 한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그래, 나는 매일 너를 만났지. 그런데도 너를 자세히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구나` 장사익 사진전의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은, 이렇듯 낯섬과 익숙함의 줄다리기를 마주하게 된다.
소리꾼 장사익의 사진전 `장사익의 눈`이 오는 25일까지 해운대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사진전은 2019년 서예전과 2022년 사진전에 이은 장사익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작품 43점을 전시한다.
오프닝 행사는 진옥섭 전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미술평론가 치바 시게오의 즉흥 인터뷰와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장사익 사진전은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장면을 프레이밍해 대상의 구체성을 분리시킨 독특한 작품이다. 추상성과 모호성, 의외성, 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장사익의 작품은 얼핏 추상화로 느껴진다.
장사익은 주로 동네를 산책하며 전봇대에 붙은 부착물이나 벽의 낙서, 떨어진 페인트칠 등의 소재를 일관되게 촬영했다. "치열하게 작업하는 선생님들에게 혼나지나 않을지 모르겠어유. 배움도 없이 그냥 내 멋대로 노래하듯 해본 일인데 민망해유" 이렇듯 얼굴을 붉히는 작가의 말과는 달리, 작품은 간결하고 회화적이며 상징적이다.
과감한 프레임으로 단순화시킨 `벽` 위로 묻어있는 시간의 노래는, 때로는 발랄하고, 때로는 암울하며, 또 다른 순간은 공허하다. 그것이 시간이고, 인생이며, 삶의 성찰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수년간 직접 화랑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장사익은, 젊은 시절부터 인사동 전시장을 드나들던 그림 애호가였다. 노래와 글씨, 그림으로 체득한 그의 미적 감수성이 이번 사진전을 통해, 장사익이라는 한 예술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프레임에 담아 전한다.
미술 평론가 치바 시게오는 `벽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벽이 아닌 것으로 이끌리고 있다. 벽에서 벽을 초월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 시선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행위`와 닮아있다고 치바 시게오는 표현한다.
`장사익의 눈`을 들러 관람한 송정 김윤자(57)는 "흔히 보는 사진전인 줄 알고 왔는데, 강렬하고 임펙트있는 작품들에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