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0:11 (목)
부처가 이땅에 오신 참 뜻
부처가 이땅에 오신 참 뜻
  • 이태균
  • 승인 2023.05.31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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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 균 칼럼니스트
이 태 균 칼럼니스트

네팔에서 탄생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중국의 문화가 접목되고 또한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해진 불교가 우리나라 토속신앙과 어우러지면서 석가모니 부처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불교의 수행방식과 가르침도 많이 변모되어 본래 불교의 수행방식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북아로 전해진 부처님의 가르침은 소승불교에서 혼자만의 성불과 수행 중심이 든 것에서 대승불교로 승화되어 나만이 아닌 우리모두가 함께 성불하기 위한 수행으로 발전했다.

붓다 본래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의 불교수행 방식이 현재 시점에서는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 그러기에 중국에서 불교의 꽃을 피운 육조 혜능 대사나 유마힐 거사가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원효와 의상대사, 무학대화상과 윤필거사가 있었다.

중국과 한국의 불교 역사를 보면 반드시 출가해야 큰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마음자리 하나만 잘 닦으면 재가에 머무르면서도 부처에 버금가는 족적을 남긴 위대한 선지식이 출현했음은 보통사람에게 깨달음이 무엇인지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는 통불교라 일컫는다. 통불교란 수행을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 전통의 수행과 더불어 한국의 토속신앙과 문화가 뒤섞인 수행으로 성불을 향해 용맹정진을 하기 때문이다. 불교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는 방법은 경전 독경, 참선에만 집중, 염불과 주력에 집중하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위대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수행자의 근기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수행방식을 택하면 되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북한산에 위치한 도선사를 꼭 소개하고자 한다. 도선사는 사시사철 공양을 천여 명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무료로 제공하는데 `배고픈 사람은 좋은 진리를 만나도 배울 수 없고 지킬 수 없으니 배불리 먹도록 한 후 가르쳐야 한다`는 선대 조실스님의 유지 때문이란다.

대다수의 사찰이 경영합리화를 도모한답시고 공양간을 유료로 그것도 신도에 한해서 개방하는 추세임에도 도선사는 수십 년을 무료 공양으로 대중들에게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산속에 위치한 도선사 공양간을 찾은 이는 많은 등산객을 비롯한 일반인들이며, 불교 신도뿐만 아니라 타종교 신도들에게도 차별없이 공양간 문은 활짝 열려있다.

`일체중생 실유불성`은 대승불교 가르침의 극치다. 모든 대중은 부처의 성품을 갖고 있으므로 참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지혜만 깨달으면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부처의 가르침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잘남과 못남, 직업의 귀천과 직위의 고하, 재산이 많고 적고, 학식이 높고 낮고를 떠나 모두가 평등한 부처인 것이다. 사찰에 모셔진 부처를 보라. 그 부처는 항상 자비의 미소를 머금은 채 평안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그러한 부처의 모습으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보통 사람들은 다 같이 어울려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사는 것이 사바세계의 인생살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제등행렬은 최근에는 외국인의 참가자가 크게 증가해 금년도는 약 30%가 외국인이어서 불교계와 일반 대중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등행사가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발전한 것은 한국불교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증표가 아니겠는가.

최근 각 사찰에는 부처탄생을 기념해 특별법회가 열리고 있어 목소리가 우렁찬 법사의 사자후가 일주문 밖에서도 들린다. 그 사자후가 대중들이 속세에서 묻은 내면의 때를 씻어주고 삶에 지친 보통사람들의 번뇌를 소멸해주길 소망해 본다. 세상사는 부처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극락이지만, 사바세계의 중생들은 하루하루 아등바등 거리면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 초파일이 지났다. 연등이 있어도 연등이 없어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초파일을 보내면서 모두가 부처님 오신 참뜻을 새겼으면 좋겠다. 부처는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알려주려고 온 것임을 깨달으면 내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가 극락정토다.

극락세계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살아생전 극락을 만나지 못하면 사후에도 극락엔 갈 수 없다는 것이 부처의 참 가르침임을 명심하고 즐겁게 일상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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