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24 (토)
블라디보스토크와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와 부동항
  • 김제홍
  • 승인 2023.05.31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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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육지 면적을 가진 국가다. 그 영토가 물경 1713만㎢로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11%에 해당하고, 한반도 면적의 80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넓은 러시아의 땅에서도 연중 입출항이 가능한 부동항은 몇 곳이 안 된다.

먼저 북유럽의 발트해에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Petersburg)라는 러시아의 도시가 있다. 모스크바 다음가는 큰 도시로 거주하는 인구가 500만 명이 넘는다. 많은 사람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부동항으로 알고 있지만, 겨울에는 항구가 때때로 언다. 그런데 발트해에서 대서양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핀란드와 폴란드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핀란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을 신청한 상태이고, NATO 가입국인 폴란드는 러시아와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다. 최근 폴란드는 K-9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무기를 엄청나게 산 곳이다. NATO는 북미와 유럽의 31개국이 군국주의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정치ㆍ군사동맹이다.

그곳을 무사 통과하더라도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좁은 외레순 해협(Øresund), 덴마크의 섬과 섬 사이의 스토레벨트 해협(Storebælt), 또는 덴마크 육지부와 덴마크의 섬인 퓐(Fyn)섬 사이의 릴레벨트 해협(Lillebælt)이라는 좁은 해협을 통과해야만 한다. 덴마크는 NATO 창립국이다. 그곳을 무사히 통과해도 대서양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영국이 버티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유럽 쪽에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부동항은 폴란드 바로 위에 있는 발트해의 `칼리닌그라드`이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는 482㎞나 떨어져 있어 사실상 섬이다. 소련 해체 뒤에도 러시아 땅으로 남은 이유는 지난 1990년 동서독 통일을 허용해 주는 대가로 러시아가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부동항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 한 곳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의 최대 도시인 세바스토폴(Sevastopol)이다. 세바스토폴은 러시아가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동항으로 러시아의 흑해 함대(黑海艦隊)가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도 흑해를 빠져나오려면 NATO 가입국인 튀르키예의 좁은 보스포루스(Bosporus) 해협을 지나야 한다. 그곳을 통과하면 지중해의 수천 개의 섬을 만나는데 거의 모두 그리스령이다. 그리스 역시 NATO의 가입국이다. 게다가 지중해를 빠져나와 대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좁은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그 해협의 북쪽 지브롤트 지역은 여의도 2배 면적이고 영국 해군기지가 있다.

극동에서는 과거 1860년 베이징조약을 통해 얻은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가 있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 역시 결빙으로 완전한 부동항은 아니지만 쇄빙선을 동원하면 그나마 쓸만하다. 그러나 이곳 역시 태평양으로 진출하려고 하면 일본의 북해도나 대한해협을 지나가야 한다. 이곳은 한미일 군사동맹이 맺어진 곳이다.

최근 러시아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을 6월 1일 자로 중국에 내주었는데, 청나라 때 러시아에 뺏긴 지 163년 만이라고 한다. 중국은 물류비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는 군사 전략상 대단한 요충지이기에 양국의 협력은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응하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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