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4:19 (토)
수명 늘고 돈은 줄고 `노후 리스크`
수명 늘고 돈은 줄고 `노후 리스크`
  • 박춘성 기자
  • 승인 2023.05.31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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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성 지방자치부 부국장
박춘성 지방자치부 부국장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할 때 만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걸었던 것 같은데, 불과 23년이 지난 2023년 현재, 지방소멸ㆍ인구감소와 더불어 `장수 리스크`가 이젠 언론에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다루는 일상의 단어로 자리를 잡아 가는 듯하다. 초등학교 어릴 적 할아버지가 오래 살았다고 마을에서 환갑잔치를 열었던 기억을 해보면, 오래 사는 것이 우리 모두의 오랜 염원이었는데, 오래 사는 것이 문제가 된 장수 리스크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70대 중후반에 생을 마감한다는 생각으로 노후를 준비했지만,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생활비는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병원비, 노후생활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고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에서는 은퇴자들의 파산이 매일이다 시피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은 장수 리스크의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본다. 돈이 다 떨어져 다 쓰고 죽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노후가 된 셈이다.

자신의 수명을 평균 수명에 기대어 판단하지만 더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기대수명이다. 2020년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남자 80.5세 여자 86.5세이다. 문제는 앞으로 살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수명이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검진, 건강관리 등으로 실제 개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수명이 더 늘어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장수리스크를 피하고, 노후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죽을 때까지 경제적인 부담을 본인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내 돈을 자신이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사망시점까지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수령액이 노후를 감당할 만한 금액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4, 50대부터 노후를 대비한 장기전략으로 투자나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나 자치단체에서도 장수리스크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매년 고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노후복지 비용 증가에 따라 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인구가 증가하면 그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늘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이 비용을 국가가 해결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알고 있고 걱정하는 바와 같이 저출산 등으로 인해 더 이상 그런 기대는 어렵다는 것이다. 노후 복지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선거 때마다 1표의 힘을 가진 노후 은퇴자들로 인한 정치적인 이유로 축소는 불가능한 것이다. 노후 리스크는 단순히 은퇴자들의 개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부, 자치단체, 학계 등 전문가들이 장수로 인한 노후 리스크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야 할 때다. 1990년대만 해도 오래 사는 걸로 인한 위기가 우리 앞에 올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생각, 새로운 방법 마련이 시급한 202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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