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28 (토)
자공이 한 번 나서 다섯 나라 운명 바꾸다
자공이 한 번 나서 다섯 나라 운명 바꾸다
  • 허성원
  • 승인 2023.05.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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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싸우지 않고 이겨라` 손자병법 최고의 가르침이다. 창칼로 맞싸우거나 성을 두고 공방하는 전쟁은 돌로 돌을 치는 것과 같아서 이기든 지든 적잖은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손자병법은 상대의 책모를 공략(벌모伐謀)하여 싸울 의지를 꺾는 것이 최상이고, 외교적으로 공격하는 것(벌교伐交)이 그다음이라고 하며, 출혈 없는 전쟁을 하라고 권한다.

최상의 전략인 `벌모`(伐謀)는 압도적인 군사력만 가졌다면, 누구도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니, 굳이 애써 도모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동될 것이다. 하지만 강한 군사력이란 것은 풍부한 전쟁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막대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소요하니 국력의 소모가 크다. 그리고 힘이란 것은 늘 흐르는 강물처럼 변하는 것이며 또 상대적이다. 나도 변하고 상대도 변하니 언제까지나 한결같이 절대적인 우위를 지킬 수는 없다. 그래서 `늘 강한 나라도 없고 늘 약한 나라도 없다`(國無常强 無常弱 _ 한비자).

무력에 의존한 벌모(伐謀) 전략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부드러운 지략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략은 주로 외교적 노력으로 수행된다. 각 나라의 내부 정치 상황, 나라 간의 이해관계, 군주들의 욕구 등을 넓고 깊게 통찰하고, 잘 짜인 전략을 기초로 설득과 협상을 통해 군사적 위협이나 대립을 조절하여 정리한다. 무력에 비해 경제적이고도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 모범 사례가 `자공일출`(子貢一出, 자공이 한 번 나서다)의 고사이다.

자공(子貢)은 공자의 뛰어난 제자 공문십철(孔門十哲) 중 한 사람으로서, 언변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재에도 밝아 대단한 재력을 이뤘다. 당시 제나라에서는 권력가인 전상(田常)이 모반을 도모하였다가, 다른 권세가들의 반발이 두려워 군대의 침공 방향을 노나라로 틀었다. 공자가 자신의 모국이 처한 위기를 걱정하니 자공이 나섰다. 자공은 노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제, 오, 월, 진 네 나라를 도는 유세 길에 올랐다.

자공은 먼저 제나라로 갔다. 전상(田常)을 만나, `노나라는 약하니 정복하기 어렵고, 오나라는 강하니 정복하기 쉽다`고 했다. 그 엉뚱한 궤변에 전상이 언짢아하자, `약한 노나라를 쳐서 이기면 군주와 다른 신하들의 입지가 강화되어 귀하의 큰일(모반)을 이루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강한 오나라를 쳐서 패배하면, 군주는 외로워지고 반대 세력이 줄며 그들이 백성들의 원망을 살 것이니, 귀하의 큰일을 이루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상이 공감하였다. 다만 정벌 대상을 바꾸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하여, 자공은 오나라로 간다.

오나라 왕을 만난 자공은, 강한 제나라가 노나라를 탐내어 오나라와 패권을 겨루려 하니, 이 기회에 오나라가 제나라를 치면 좋은 명성과 함께 패업까지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왕은 그 말에 기뻐하지만, 그 틈에 인근의 월나라가 옛 원한을 보복해 올 것을 우려하였다. 이에 자공은 월나라로 갔다.

자공은 월왕을 만나, `보복할 마음도 없는데 의심을 사는 건 어리석고, 보복할 마음을 가졌는데 그것을 알게 하면 위태롭고, 보복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앞서 새어나가면 위험하다`고 하며, 오나라의 의심을 풀기 위해, 오나라의 제나라 정벌에 군대를 보내어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조언한다. 오나라가 제나라에 지면 그것은 월나라의 복이 되며, 오나라가 이기면 진나라와 계속해서 전쟁을 치러 나라가 피폐해질 것이니, 그때 손쉽게 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월왕은 몹시 기뻐하며 자공의 말에 따르기로 한다.

자공은 끝으로 진나라에 갔다. 오나라가 제나라와 싸워 이기면 진나라로 쳐들어올 것이니 대비하며 기다리라고 일러준다. 자공이 노나라로 돌아오자, 오나라는 제나라에 크게 이겼고, 그 기세를 몰아 군대를 이끌고 진나라를 침공하였다. 그러나 단단히 대비하고 있던 진나라에 대패하고 만다. 월나라는 그 소식을 듣고 오나라를 공격하여 오나라를 멸망시킨다.

이런 자공의 행적을 사기(史記)는 이렇게 간단히 평가했다. "자공이 한 번 나서자, 노나라는 보전되고, 제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오나라는 깨지고, 진나라는 강해지고, 월나라는 패자가 되었다" 자공은 세치 혀로 한 차례 돌아다녀서 다섯 나라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그중 운 나쁜 나라도 있었지만 노나라에게는 더없이 효과적인 벌모 전략이 되었다.

자공의 이 고사는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다!`라고 외치며, 그가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을 웅변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다음 명언들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적을 망가뜨리는 방법은, 그를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_ 에이브러햄 링컨. "친구는 가까이 두라. 적은 더 가까이 두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_ 영화 대부의 돈 꼴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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