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구공항 착륙 직전 지상 약 213m(700피트) 상공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 출입문을 연 이모(33) 씨가 28일 구속됐다. 어이없고 황당하기까지 한 여객기 비상 출입문 개문사건은 안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갖게 하는 사건이 됐다. 이 씨는 경찰과 영장실질조사에서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너무 황당한 이유이다. 자칫 그의 돌발행동으로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음을 생각해 보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비상 출입문의 문은 열렸고 이 씨를 포함한 승객 194명은 세찬 바람 등으로 공포에 떨었다. 천만다행으로 큰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 된다.
탑승객 중에는 10여 명이 메스꺼움과 구토, 손발 떨림 증상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한 제주지역 초등학생과 지도사 등 65명 중 초등학생 선수 5명과 체육지도자 3명 등 8명은 29일 선박 편으로 제주로 귀가했다. 불과 사흘 전에 겪었던 사고로 인한 불안감 등으로 항공편 귀도 계획을 취소하고 여객선을 이용했다. 자칫 트라우마까지 갖게 한 이번 `공포의 착륙` 사건으로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항공기와 같은 기종의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중단하고 일부 다른 항공사도 비슷한 정책 변경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비상시 쉽게 개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손잡이를 만지고 싶어 하는 인간 심리를 볼 때 유혹은 도사리고 있다. 좌석을 비워둔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속담에 열 사람이 지켜도 도적 하나 못 막는다고 한다.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