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0:27 (금)
"이주민 차별ㆍ혐오 방치하면 큰 혼란 올 것… 선제 대응 필요"
"이주민 차별ㆍ혐오 방치하면 큰 혼란 올 것… 선제 대응 필요"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05.25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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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인터뷰

강미 팀장(김해시 여성가족과 가족지원팀)

이주배경청소년 위한 사업 선정
내외국인 이용 공동육아나눔터
가족서비스 확장 등 선제 대응
지역 네트워크 구성도 역할 커
인식 개선…함께 할 기회 필요
매체에 이주민 노출빈도 높여야
열정적 평가에 "좋아하는 일"
"지역자원 잘 활용할 때 행복"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한 발짝씩 앞서간다. 김해시 다문화사회 복지 행정 일선에서 일하는 강미 여성가족과 가족지원팀장은 이주배경 사람들 정착이 장기화됨에 따라 생기는 문제에 선제 대응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료들로부터는 `열정적이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그간의 성과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고 담백하게 말한다.

그가 앞장서 추진한 사업은 이주배경 아동ㆍ청소년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김해시에 꼭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주배경 청소년 지역자원 연계사업`은 결혼이민자 자녀들이 자라거나, 혹은 타국에서 어린 시절을 살다가 중도 입국한 이주민 자녀들이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역자원을 활용해 도와준다. 지난 2021년 여성가족부 공모사업에 신청한 이 사업은 이전까지 전국에서 단 3개 지자체에만 시행했을 정도로 경쟁이 있었음에도 김해시가 당당히 선정됐다.

이외에도 시내와 멀리 떨어진 진영읍ㆍ한림면ㆍ진례면 등에서도 소외받는 이주배경 사람들이 없도록 `김해시 가족센터 진영사업소` 설립에도 큰 역할을 했다. 아울러 내외국인이 함께하는 중앙공동육아나눔터(동상동) 공간을 확보 할 때에도 도시재생사업팀에 적극 필요성을 피력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또한 지역 다문화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민ㆍ관ㆍ학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와 함께 수년째 일 해온 사회복지사는 강 팀장을 두고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었고,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 사업 추진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해시 가족센터에서 강미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업들은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나요?

강미 김해시 여성가족과 가족지원팀장은 "외국인 주민이 증가하고, 정착 주기가 장기화 되면서 다문화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여러 문제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미 김해시 여성가족과 가족지원팀장은 "외국인 주민이 증가하고, 정착 주기가 장기화 되면서 다문화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여러 문제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배경 청소년 지역자원 연계사업은 다문화 아동ㆍ청소년들이 많아지면서 학교에서 부적응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졌어요.(지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에 따르면 김해시 이주배경 아동ㆍ청소년은 5061명이며 증가 추세이다.)한국어를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 오는 실정이었죠. 이렇게 놔두면 학교 밖 청소년이 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한국어 등 학습언어 지원, 기초 학습지원, 보건ㆍ의료, 진로ㆍ진학, 경제ㆍ문화, 심리ㆍ정서 문제까지 개입하는 내용이 담긴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김해시 가족센터 진영사업소 설립은 진영읍ㆍ한림면ㆍ진례면에 김해시 다문화가족이 30% 이상 살고 있고, 이들이 한국어 학습 등 열의가 높은데도 마땅히 수업을 들을 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 젊은 부모들이 많아서 가족 사업에 대한 욕구도 높았습니다. 때마침 공간이 있어서 주민 설명회와 대표회의를 거쳐서 동의를 받고, 욕구조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시비로 인력도 지원받게 됐습니다. 중앙공동육아나눔터 또한 동상동 일대에 내외국인이 함께하는 서비스 공간이 없어서 건의했습니다.

또한 민ㆍ관ㆍ학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 계기는 국가기관이나 공교육에서 할 수 없는 서비스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지역자원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관 대표협의체 및 실무협의체에서 공론화해 상담통역사(한국의 심리상담 전문가와 대면할 때 능숙한 이중언어를 활용해 정서적인 부분까지 통역하는 사람)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등 많은 일을 합니다.

뀴 지역의 니즈를 어떻게 찾으시나요?

현장에서 여러 주민들과 만나다 보면 현안이 무엇인지,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또한 시의원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하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잘 듣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사업 진행에 어려움은 없었나요?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저 혼자 하고 싶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업이 지역사회에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공감이 있어야 하고, 서로 논의하고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진행됩니다. 특히 김해시 가족센터 진영사업소같이 분소를 설치하는 것은 직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센터장님을 포함한 직원들이 "지역주민들에게 너무 필요한 사업이고, 우리가 이런 욕구들을 해소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십분 공감을 했습니다. 이주배경 청소년 지역자원 연계사업과 같이 힘든 사업에도 직원들이 필요성에 공감했고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문화사회가 성숙하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할까요? 김해는 이주배경 인구가 총 5.4%(2021년 11월 기준 2만 9488명)를 차지하고 있는 다문화사회입니다. OECD는 이주배경 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분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배경 사람들에게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방치한다면 결국 큰 혼란이 올 것입니다. 그 전에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식개선이 중요합니다. 다문화 아동ㆍ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유능한 글로벌 인재가 된다면 지역에서도 인식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들이 사회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V나 신문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 하고,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겠죠. 사실은 저도 이 업무를 맡기 전에는 외국인 밀집 지역에 가는 것을 꺼렸지만, 그들과 많이 만나다 보니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동상동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외국인 주민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다고 합니다. 이에 저희도 내외국인이 함께 만나고, 즐기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중앙공동육아나눔터에는 히잡을 쓴 엄마와 아이들이 선주민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주배경 사람들에게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나요?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아직까지는 내외국인이 잘 섞이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도 노출이 점점 많아지고, 관련된 법과 제도가 강화되면서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과거에는 인권 문제가 심각했다면 요즈음에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법이 강화됨에 따라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도 기본적인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한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도 기본적인 문화나 언어를 학습해야 합니다. 김해시 업무에는 결혼중개업소 관리도 포함되는데,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아주 엄격하게 행정처분 합니다. 요즘은 주말에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 수업을 들을 때, 남편들이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흐뭇합니다. 그리고 김해지역 결혼 이주 여성들도 은행이나 관공서 등에서 직업을 가지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주배경 주민들의 작은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복지를 위해 많은 성과를 냈다. 열심히 일하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도 지역의 사회복지사잖아요?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나의 일이고, 또 저는 이런 일을 즐거워해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0년 뒤에 김해시 다문화사회가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제게도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대체로 그렇게 일을 해왔던 것 같아요.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역의 자원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계했을 때가 가장 기쁩니다. 보기에도 제가 차분한 성격은 아니잖아요?(웃음) 지난해 심장질환이 있었던 아이에게 의료비 지원을 해줬던 일과, 거동이 불편한 아동에게 휠체어 지원을 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일을 맡기 전에도 지역 기업 등에서 물품을 후원해 주신다고 하면, 빨리 손들어서 필요한 사람에게 연계해 줬어요.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도 뿌듯하고, 우리도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잖아요.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주 들었던 말은 "이렇게 하면 보람 있지 않겠어요?"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죠?" 와 같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표현이었다. 의무감보다는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이 나비효과가 돼 10년 후에는 김해 다문화사회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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