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0:09 (토)
최초 다문화가정 수로왕ㆍ허왕후 이야기 세계인 마음 흔들다
최초 다문화가정 수로왕ㆍ허왕후 이야기 세계인 마음 흔들다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05.25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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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문화축제서 중요 주제
고려시대 삼국유사에 기록
인도 아유타국서 온 황옥 공주
가야국 시조 김수로왕과 혼인
인도서 가져온 파사석탑 현존
김해시는 올해 진해군항제에서 4년 만에 개최하는 2023 가야문화축제를 `수로왕행차 퍼레이드`로 알렸다.
김해시는 올해 진해군항제에서 4년 만에 개최하는 2023 가야문화축제를 `수로왕행차 퍼레이드`로 알렸다.

김해 사람이라면 매년 4~5월쯤 열리는 가야문화축제와 관련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고대인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서 행진하는 퍼레이드는 저절로 시선이 집중된다. 가장 앞에 보이는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은 과거 김해지역을 수도로 한 금관가야(가락국) 시조 수로왕과 그의 부인 허왕후이다. 신비로운 사실은 허왕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결혼을 위해 왔다는 것이다. 역사에 남아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결혼인 셈이다.

가야문화축제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

가야문화축제는 과거 화려했던 옛 가야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리고자 김해지역에서 열리는 가장 큰 지역축제이다. 61주년을 맞이하면서 축제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명품축제로 알려지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는 지난 5~7일까지 대성동고분군 일원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축제 기간 내내 비가 내려 야외 퍼레이드 등 야외 행사가 취소되면서 관람객들이 아쉬워했다.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결혼은 가야문화축제의 중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메인 행사가 왕과 왕비의 행차 퍼레이드인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과거 이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삼국유사에 기록된 허왕후 신행길과 혼인

2000년 전 수로왕과 허왕후의 이야기는 고려시대에 쓰여진 삼국유사(일연스님作)에 나와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기 48년 음력 7월 어느 날, 붉은 돛과 붉은 깃발을 단 배가 가락구 별포나루(현재 가주터널 부근으로 예상)로 향하고 있었다. 배 안에는 화려한 비단과 비단옷, 빛나는 구슬로 장식된 장신구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기나긴 항해길을 보호해 준 파사석탑도 있었다.

한편 그 시각, 가락국의 수로왕은 신하들을 불러 명을 내렸다. "지금 별포나루로 가거라, 아유타에서 온 여인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나라의 왕비가 될 분이다." 수로왕은 목련으로 만든 키와 계수나무로 만든 노가 있는 아름다운 배를 보내 공주를 데리고 오게 했다.

오페라 `허황후`에서 수로왕과 허왕후를 연기한 배우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공주가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을 위해 가야에 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페라 `허황후`에서 수로왕과 허왕후를 연기한 배우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공주가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을 위해 가야에 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하들이 도착하자, 허황옥 공주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너희들이 누군지 어찌 알고 경솔하게 따라가겠느냐, 왕이 직접 나를 데려가게 하거라." 이에 신하들은 황망히 뒷걸음질하며 물러났다. 그 말을 들은 수로왕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왕은 "참으로 지혜로운 여인이구나, 지금 당장 대궐 밖에 있는 장막 궁전을 쳐라. 내가 궐 밖에서 공주를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수로왕은 대궐 밖 산언저리에 화려하고 웅장한 장막을 치고 공주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 소식을 들은 공주는 먼저 가락국의 신들에게 폐백을 올릴 준비를 했다. "가락국의 신들에게 고합니다.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은 가락국의 김수로왕과 혼인을 하고자 합니다. 신의 뜻을 받들어 가락국의 왕후가 되고자 하니 굽어살펴 주옵소서." 축문을 외고 나서 공주는 입고 있던 비단바지를 벗어 하늘 높이 던졌다. 그러자 어디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었고 비단바지는 별포나루 언덕을 넘어 푸른 바다로 훨훨 날아갔다.

수로왕과 황옥 공주는 장막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왕은 "여기까지 오는데 두 달이나 걸렸다고 들었소. 무사히 도착해서 정말 다행이오. 나는 신의 명으로 태어난 사람이니 내 배필이 먼 곳에서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소. 고마울 뿐이오."

이에 허황옥은 "제 아버님의 꿈에 상제가 나와 가락국 수로왕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니 공주를 그의 짝이 되게 하라는 말씀을 하셨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배를 탔지요. 파도신의 노여움으로 배가 가라앉을 뻔했으나, 아버지가 파사석탑을 배에 실어주셔서 무사히 여기까지 오게 됐답니다"라고 말했다.

수로왕은 "배 안에 있는 붉은 색을 띤 석탑을 말하는 것이오? 공주를 지킨 영험한 탑이니 성문 앞에 두어 만백성이 보도록 하겠소"라고 답했다.

수로왕이 황옥 공주와 혼인한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가락국에 퍼졌다. 백성들은 "수로왕처럼 훌륭한 분이 지혜로운 왕후를 맞이하니 아무 근심 걱정이 없이 살게 됐어요. 하늘과 땅, 해와 달, 양과 음이 다 있으니 천지가 조화를 이루었네요"라며 축하했다. 수로왕과 황옥 공주가 혼인하는 날은 바람도 향기롭고, 햇살도 부드러웠다. 천지 만물이 신의 명을 받들어 혼인하는 두 사람을 축원했다.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 속에서 수로왕과 허왕후는 1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허황옥이 인도에서 올 때 배에 실어 왔다는 파사석탑은 경남도 문화재자료로써 현재 수로왕비릉으로 나아가는 길 오른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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