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2:01 (금)
소멸시효 중단사유와 배상명령신청
소멸시효 중단사유와 배상명령신청
  • 김주복
  • 승인 2023.05.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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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법률산책
김주복

권리는 무한정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를 일정한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 소멸시효 완성으로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을 `소멸시효`라고 하는데, 민법에서 제162조부터 규정하고 있다. 즉,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하고,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민사채권은 시효기간이 10년인데 비해, 상사채권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채권은 시효기간이 5년이다. 이와 별개로 민법은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데, 3년이 시효에 걸리는 권리(민법 163조)와 1년의 시효에 걸리는 권리(민법 164조)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판결이나 파산절차, 재판상의 화해,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 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판결 확정 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한 채권일 것)은 비록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연장된다(민법 165조).

그렇다면, 소멸시효에 해당하는 기간이 지나기만 하면, 권리는 무조건 소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시효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권리자가 일정한 조치를 취하거나 의무자가 일정한 행위를 하면 시효기간이 중단될 수 있고, 중단된 시효기간은 다시 처음부터 진행한다. 시효가 중단되는 사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민법은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그리고 채무승인 등을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민법 168조). 특히 `청구`의 구체적인 유형으로는 재판상 청구, 파산절차 참가, 지급명령,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 최고 등 5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재판상 청구`란 자기의 권리를 재판상 주장하는 다양한 방법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민사소송(이행의 소, 확인의 소)이고, 재심청구, 공시최고의 신청, 반소, 청구취지 변경신청 등도 포함된다. 여기서 재판상 청구를 하기만 하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시효중단이 확정되는가? 그렇지 않다. 재판상 청구가 있더라도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가 있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된다(민법 170조)이에 비하여, 형사소송, 행정소송은 그것이 사권(私權)의 행사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사권에 대한 시효중단 사유가 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하여 실무상, 형사소송 절차에서 피해배상을 받기 위해 이용하는 `배상명령신청`이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포함되는가에 관한 문의가 많다. 하급심판결 중에는 `배상명령제도`는 범죄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일정한 손해를 형사절차와 병행하는 간이ㆍ신속한 절차에 의하여 배상받을 수 있게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으로서, 형사소송에서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한 경우 이는 민사소송에서의 소의 제기와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이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이 직접적으로 판단한 사례는 없으나, 고소나 형사재판이 소멸시효 중단 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98다18124판결)을 하면서 형사소송은 피고인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형사소송에서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서 정한 배상명령을 신청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고소하거나 그 고소에 기하여 형사재판이 개시되어도 이를 가지고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 판시를 반대해석하면 `대법원도 배상명령신청을 소멸시효 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배상명령에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판결 등과 같이 10년으로 연장된다고 볼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하급심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배상명령은 형사소송에서 당해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됨을 전제로, 피해 금액이 특정되고 배상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명확한 경우에 한하여 선고되는바, 이러한 배상명령제도의 취지나 배상명령신청이 갖는 시효중단의 효력, 배상명령이 선고되는 요건 등을 고려하면, 배상명령에 의해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손해배상채권의 존재가 확정되면 그에 대한 다툼의 여지나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없어지고, 피해자로 하여금 단기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여러 차례 중단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할 것이어서, 배상명령에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다고 보더라도 민법 제165조 제1항의 입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 지급명령과의 균형상으로 보아도, 배상명령에 의해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다고 해석하는 하급심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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