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2:59 (목)
BIFF 내홍… 지역 한계는 아닌가?
BIFF 내홍… 지역 한계는 아닌가?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5.17 2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뜨겁다. 갑자기 상승한 날씨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5개월 남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와 관련한 홍보 이슈가 아닌 뜬금없는 BIFF 내부 인사 문제가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내홍 사태는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시네필(Cinephil)로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부하고 있는 BIFF의 뜻하지 않는 내홍이 그저 먹먹하기만 하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분야별 협업은 중요하다. `아바타` 등 초대형 작품을 제작 배급하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의 괄목한 발전은 시나리오에서부터 감독, 촬영, 배우, 음악, 미술, 분장 등 전 분야의 전문가가 일사불란한 협동과 협업으로 만들어 낸다. 시나리오 작업에서도 작가들의 협업을 통해 대본을 만들어 내는 협업 체계가 구축돼 있다. 영화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분야의 구성원들이 한 호흡 또 한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지 않으면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기는 어렵다. 한 편의 영화가 감독, 제작자, 주연 배우만의 작품이 될 수 없는 것은 영화가 안고 있는 태생적 협업체제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영화제작 참여자를 잘 조율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야 비로소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배급을 통해 상영돼야 영화의 여정은 마침표를 찍는다.

이번 BIFF 내홍 사태는 뜻밖이다. BIFF 운영위원장 신설 즉 인사 문제는 충분히 예상되고 또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자만을 했거나 상황을 쉽게 봤다는 이야기 될 수 있다. BIFF는 이용관 이사장과 2021년 부임한 허문영 영화제 집행 위원장 투톱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지난 9일 임시총회에서 조종국 운영위원장을 위촉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BIFF는 운영위원장 위촉 문제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있었고 직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공동위원장 도입으로 임시총회 이튿날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의 표명을 하면서 BIFF 내홍 사태는 부산지역 영화계, 대학 영화학과 교수 등으로 번졌다. 이 이사장의 BIFF 사유화 논란과 폐쇄적인 BIFF 운영 시스템의 한계라는 비판적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마련하고 진화에 나섰다. 송곳 같은 기자들의 지적과 비판에 이 이사장은 사태 해결 후 이사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오는 10월 4일 예정인 BIFF 개최를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집행위원장과 이사장 두 수장의 사의로 2023 제28회 BIFF에 먹구름이 꼈다. 개ㆍ폐막작 선정부터 초청 영화 선정과 조율, 감독 및 배우 초청 등 중요한 실무들을 한창 처리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16일 개막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집행위원장이 불참해 집행위원장 부재를 국제사회에 공인한 셈이 됐다. 이 같은 상황으로 내홍이 외부로 이어지면 올해 영화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올해 영화제를 쉬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내홍 사태는 그동안 BIFF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터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얘기인데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 총체적인 난국 해결은 털고 가야 하는 것밖에는 없다. 어쭙잖은 봉합으로는 곪아 있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번 BIFF 내홍은 지역의 한계도 함께 노출된 것 같다. 이번 사태에 관련된 영화계 인사들 모두는 BIFF 나아가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하거나 위한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되돌아보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중소기업이 잘되면 대기업이 제품을 모방하거나 아니면 아예 중소기업을 흡수해 버리듯 서울 즉 중앙의 입김은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버금가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지 않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중앙 집권, 수도권 일극 체제인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의 입김이 영화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결국 예산 문제인데 중앙 정부의 지원 또 기업 후원 없이는 부산시의 지원만으로 영화제 개최는 어렵다. 이 이사장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BIFF는 부산의 영화인들이 만든 영화제라는 지역 자부심이 강한 영화제다. 이 때문에 끈끈한 연고ㆍ연대가 영화계 인재 유입, 소통에 한계의 벽은 있지 않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다 중앙과 소통할 지역 영화 인재를 키워 내지 못하는 구조적 지역 난제가 BIFF의 튼실함 구축에 장애가 되지 않았냐는 점검도 필요하다. BIFF는 이번 내홍 사태를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