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3:39 (목)
언제쯤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을까
언제쯤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을까
  • 신정윤 기자
  • 승인 2023.05.17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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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윤  사회부장
신정윤 사회부장

지난 1일 노동자의 날, 20대 우즈베키스탄 청년 노동자가 양산시의 한 배관 도장 공장 열탕에 빠져 숨졌다. 지난해 7월에도 양산시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40대 네팔 외국인노동자가 금속 다이캐스팅 기계 내 슬러지 제거 작업 중 기계에 머리가 끼여 목숨을 잃었다. 지난 15일에는 김해시 한 오수관로 준설 작업을 하던 업체 근로자 2명이 맨홀 아래에서 내국인 1명은 숨진 채 중국 국적 노동자 1명은 중태에 빠진 채 발견됐다. 특히 위험은 이주노동자와 같은 소수 약자들에게 집중된다.

산업 현장에서 죽음은 도처에 널려있다. 떨어져 죽고 빠져 죽고 깔려 죽고 끼여 죽는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재해 사망률을 보이는 나라다. 산업재해 현장에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됐는데 지난해 기준 227건 중대재해 중 고용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34건에 그치고 이마저도 기소 완료된 건은 11건에 불과하다.

위험은 예견되고 사전에 제거할 수도 있다. 안전 전문가를 채용해 위험성평가를 하고 근로자에게 안전성을 묻고 이를 측정하고 제거하는 등의 안전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안전에는 돈이 들고 일방적 지시에 의한 기업 운영 시스템이 일반화돼 있다 보니 도외시될 뿐이다. 양산 자동차부품 공장 다이캐스팅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진 노동자가 근무한 공장 대표이사는 기계에 결함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고 즉시 개선이 필요한 상태라고 여러 차례 평가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 해당 업체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형식은 안전을 말하는데 실제 삶의 내부 층위는 아직 전근대적이다. 토론하고 숙고하고 지혜를 모아서 이를 개선하는 게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위험은 밑으로 쏠리고 이익은 위로 쏠리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누구나 위험을 피하고 싶고 이익에 열광하고 싶지만 취약계층은 이른바 먹고 살기 위해서 피로한 몸을 이끌고 또 위험한 근로현장에 나가야 한다. 내 몸은 내가 지킬 수밖에 없는 전쟁터나 산업현장이나 다를 바 없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와 의무 규정이 모호한 규정이라고 주장하고 노동계에서는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은 `기업살인법`이 제정돼 조직체가 일으킨 사망재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고 `기업 등이 운영되고 조직되는 방식`의 실패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고 그러한 운영방식의 실패가 고위 경영진에 의한 것으로서 당해 기업이 사망한 자에 대해 부담하는 주의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는 때에 해당 기업을 처벌 한다고 규정한다.

운영방식의 실패란 기업 내부에 적절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 여부 또는 사업 수행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를 문제 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강한 원칙에 의해 처벌이 능사가 아닌 실제 삶의 현장에서 안전보건체계를 갖추고 이를 숙고하는 힘을 갖춰야 OECD 사망 1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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