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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혁신, 두려움 주지 않는 조직ㆍESG 경영
대학 혁신, 두려움 주지 않는 조직ㆍESG 경영
  • 경남매일
  • 승인 2023.05.1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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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칼럼
이범종칼럼이범종 인제대학교 방사선화학과 교수
이범종 인제대학교 방사선화학과 교수

최근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기어이 방류하겠다는 뉴스가 들려 왔다. 이 뉴스는 필자에게 TV를 통해 수없이 보았던 지난 2011년의 무시무시한 대지진 쓰나미를 다시 상기시켰다. 쓰나미로 인한 원전의 폭발이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같았지만, 2012년에 이에 대한 조사에서 내린 결론은 `제1 원전의 폭발 사고는 분명히 인재이며, 직접적인 원인은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사고 이전에 2000년의 도쿄전력 자체 조사, 2006년의 원전 내진성능기준 재검토 회의, 그리고 2009년의 일본 지진연구센터의 조사를 통해 여러 차례 원전의 방파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사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문화에 뿌리 깊이 박힌 관습에 있다. 이는 곧 무조건적인 복종 문화와 권위에 대항하지 않는 태도, 일률적인 프로그램만 고수하려는 방식, 그리고 집단주의와 편협성에 기인한다` 필자가 위의 사례를 알게 된 것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쓴 `두려움 없는 조직`(The Fearless Organization, 최윤영 역, 2019)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필자는 이 제목을 `두려움을 주지 않는 조직`으로 풀어서 이해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떤 조직이 성공하려면 구성원이 갖는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두려움 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두려움을 주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는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고, 업무에 관해 어떤 말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구성원에게 줘야 한다.

현재 엄청난 쓰나미가 우리나라 지역대학에도 밀려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해 지역대학과 지자체에 과감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혁신의 시작은 자기 진단이다. 지금 대학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가? 지역 시민은 대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가? 그동안 대학은 대학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많았다. 특히 일부 사립대학은 파당적 권위주의 경영을 하며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제 대학의 경영 거버넌스를 권위주의에서 시스템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권위주의 경영은 `두려움을 주는 조직`의 한 전형으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특히 학연, 지연, 혈연 등의 특정 그룹 중심으로 경영하는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 편향의 덫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조직의 응집력이 강할수록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피하려고 만장일치의 의사결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집단사고에 빠지면 리더와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감히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찍이 이러한 현상을 커뮤니케이션학자 노엘레-노이만(Noelle-Neumann)은 침묵의 나선형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학이야말로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지성의 전당임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적 조직은 집단지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특히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러한 편향적 의사결정이 일어나면 그 조직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두려움을 주지 않는 조직`이 필요하다.

한편, 대학도 `ESG 경영`을 도입할 때이다. 그것은 대학이 대담한 혁신을 해야 할 시기이고, 이를 통해 우수한 대학을 넘어서 모범적인 대학을 지향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주지 않는 조직`에 더해 `ESG 경영`을 하면, 창의적인 조직 문화에 윤리적인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 ESG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를 뜻하는 머리글자이다. 따라서 `ESG 경영`은 기업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그리고 윤리 경영 및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착한 기업의 선호가 세계적인 추세이고, 2030년부터 우리나라도 모든 상장사의 ESG 정보공시가 의무화된다. ESG 경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제도적으로 편향적 의사결정을 피할 수 있는 장치는 갖춘 셈이다.

대학에서 ESG 경영을 도입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인제대는 `자연보호`를 교육의 이념으로 삼고 있는데, 친환경 경영으로 에너지 절약과 폐기물 감소 등의 물질적 효과와 함께 교육적 효과를 얻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경영을 통해 대학은 열린 캠퍼스를 지향하고,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과 발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러면 지역주민이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대학 경영구조의 개선으로 투명과 공정, 법과 윤리 준수, 지역사회 의견 수렴 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함으로써 대학이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더욱 효과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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