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1:32 (토)
사마천의 사기 `조선열전`
사마천의 사기 `조선열전`
  • 이헌동
  • 승인 2023.05.11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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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 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이 헌 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필자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조선열전`(朝鮮列傳)을 여러 번 읽어보고 여러 역주 글도 보았다. 왕험성(王險城)과 패수(浿水)의 위치를 알면 `한사군`(漢四郡)의 위치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대 한문에 대한 언어 역량 부족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문성재의 <정역 중국정사 조선ㆍ동이전1> 책을 읽고 잘 이해하게 되었다.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이 세상을 떠나자 38세 때인 기원전 108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부 문서와 기록을 책임지는 태사령(太史令)이 되었다(이해에 위만조선이 멸망했다). 사마천은 아버지 대부터 수집해 놓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서를 저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원전 98년 젊은 장수 이릉(李陵)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처남인 이광리(李廣利)를 무고했다는 죄목으로 반역죄에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다. 완성하지 못한 역사서를 마무리하기 위해 치욕스러운 궁형을 자청하여 죽음을 면했다.

감옥에서 풀려난 사마천은 몸과 마음이 망가진 처절한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역사서 저술에 몰두했다. 옥살이와 궁형의 수모와 고독 속에서 인간과 세상, 권력과 권력자, 인간의 본질에 대해 철저하게 숙고하는 한편,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 와 같은 근원적 의문을 던지며 중국의 3000년 통사를 완성했다.

이로써 <사기>는 역사에서 인간의 역할을 누구보다 깊게 통찰한 최고의 역사서가 될 수 있었다. 궁형은 사마천 개인에게는 더할 수 없는 불행이었지만 인류에게는 값진 선물로 남은 `역설적 악역`이었다. (문성재의 <정역 중국정사 조선ㆍ동이전1> 책 소개 글 참조)

`정사`(正史)란 특정한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들로 후세 사람들로부터 공신력을 인정받은 역사서다. 중국의 정사는 삼황오제(三皇五帝)로부터 한나라 무제(武帝)까지의 역사를 다룬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위시하여 청나라의 정사인 <청사고(淸史稿)>까지 총 25종이 있다. 중국 사람도 아닌 우리가 왜 남의 나라 정사에 주목하는가? 그것은 그들이 `조선전`(朝鮮傳) 또는 `동이전`(東夷傳)이라는 이름의 매개체를 통하여 `타자`(他者)의 눈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사의 조선전과 동이전을 번역한 역주서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지난 1990년에 펴낸 <역주 중국정사조선전>과 고려대 한국사연구소에서 2019년에 펴낸 <역주 고조선사료집성>,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지난 2020년 5월에 펴낸 <역주 중국 정사 동이전>이 있다. 문성재는 "인문학자의 한사람으로서 일반인에게 보다 폭넓은 한국사 이해를 도모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각 연구기관의 이같은 시도와 노력들은 대단히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세 가지 역주서는 번역ㆍ주석ㆍ교열ㆍ문체 등 몇 가지 부분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한다.

문 박사가 이런 문제들을 찾아서 시정할 수 있는 것은 서울대와 중국 남경대에서 어학과 문학으로 각각 박사 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여서 고대 한문ㆍ현대 중국어ㆍ문학ㆍ철학ㆍ역사학 관련 중국어의 독해 및 연구에 출중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고대사 관련 한자를 매개로 한 역대 중국어에 대한 이해와 천착은 최고임을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기존 역주서들은 난해한 한자어가 많아서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들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번역에 있어서 한자오인ㆍ구두착오ㆍ맥락오독ㆍ배경지식 부재 등으로 잘못된 해석(오해)이나 잘못된 번역(오역)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고대사 분야에서 나온 전공서나 교양서들을 살펴보면 학계와 재야를 막론하고 원전에 대한 언어 훈련이 미흡하여 오류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강단은 1차 사료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언어훈련이 부족한데도 사학과 졸업증만 있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재야도 한문만 조금 알면 <사기>처럼 2000년 전에 지어진 역사서도 술술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양쪽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맥락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원문을 곡해하는 오류를 자초하고 있다. 연구의 주요한 텍스트인 사료의 원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해석과 연구가 가능할 수 있겠는가?

문 박사는 사료와 지구과학적으로 보면 패수는 중국 하북성 동북부를 흐르는 난하이고 조선열전에 묘사된 왕험성은 중국 하북성 산해관 남쪽의 창려현이라고 한다. 북한 평양이 결코 왕험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사마천의 `사기` 역주를 통해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정역 중국정사 조선ㆍ동이전1>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역사학자나 역사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 바른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좋은 책이다.

문성재의 <정역 중국정사 조선ㆍ동이전>은 3권(수서와 북서)까지 나왔는데 미국 명문 스탠포드대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도서관과 일본 도쿄도립도서관 등에도 들어가 있다. 외국에서는 이 책의 가치를 알고 적극적으로 소장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각급 도서관에서 구입 소장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는 집단이 있다고 한다. 역사학이 학문으로 제대로 발전하려면 식민사학 카르텔이 극복되어야 한다. 우선 국민들이 학교나 공공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기 위하여 찾아서 없으면 구입하도록 요청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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