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23:16 (목)
"기업 비전ㆍ지속가능성 제시하는 직원에게 큰 보상해 줘야"
"기업 비전ㆍ지속가능성 제시하는 직원에게 큰 보상해 줘야"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05.10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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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지면으로 읽는 일곱 번째 강의

강사_ 허성원 변리사(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주제_ 진문공의 논공행상

19년 유랑ㆍ62세에 왕좌 올라
신하 처세술 등 사례 들려줘
리더 덕목 `총명`ㆍ`자승자강`
보필한 신하 보상 기준 마련
포상등급 덕ㆍ재ㆍ공ㆍ노 나눠
철학 심어준 사람 높이 평가
"일시적 방편보다 멀리 봐야"
지난 9일 `제5기 경남매일CEO아카데미` 6차 강연에서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가 강연하고 있다.
지난 9일 `제5기 경남매일CEO아카데미` 7차 강연에서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가 강연하고 있다.

성공한 기업은 대표 혼자 힘만으로 일군 것이 아니다. 각자 분야에서 땀 흘려 일한 조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기업이 성과를 내고 투자를 받을 때에는 직원에게 포상이 뒤따른다. 이때 공평한 분배는 충성심을 고취시키지만, 그렇지 않다면 회사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논공행상(論功行賞ㆍ공을 논하여 상을 시행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기업 대표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 춘추시대, 이 문제를 앞서 생각한 현인의 지혜를 듣는다면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가 지난 9일 김해 아이스퀘어호텔서 열린 제5기 경남매일CEO아카데미에서 `진문공의 논공행상`을 주제로 강연했다. 허성원 변리사는 현재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특허법률구조사업 심사위원, 경남변리사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특히 세계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칼럼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경남매일신문사에 매주 수요일, 총 110편 이상 기고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2600년 전 춘추시대 진문공(진(晉)나라 22대 군주 BC 636년~628년 재위)이 했던 논공행상에 관련된 이야기들로부터 직원들에게 포상하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진문공은 춘추시대 두 번째로 패업을 이룬 진나라 군주로서, 정치적인 핍박을 피해 19년 동안 근 1만 리에 이르는 망명의 유랑생활을 하며 62세가 되어서야 귀국해 임금 자리에 오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년 유랑생활, 왕을 보필한 신하들 이야기

허 변리사는 진문공이 19년이라는 오랜 세월 타국을 떠돌며 망명생활을 한 만큼 논공행상에 대한 고민은 깊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여러 신하들의 처세술 내지 지혜로움을 보이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한다.

진문공이 망명생활 중 제나라에서 한 여인을 사랑해서 본분을 잊었을 때 충성했던 신하가 있었다. 당시 제나라에서 내란으로 위험에 처했는데도, 중이(왕이 되기 전 이름)는 "인생이 이렇게 편한데 다른 일을 알아서 무엇하겠소? 반드시 여기서 죽을 것이니 떠나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당시 신하였던 조최와 구범은 중이를 취하게 한 다음 수레에 실어 떠났다. 이에 중이는 화를 내며 창을 들어 구범을 죽이려고 했다. 이때 구범은 "신을 죽여 주군이 뜻을 이룬다면 그건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라고 했다. 이에 중이가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그대를 씹어먹을 것이다"고 하니 구범은 "이 구범의 고기를 비려서 어찌 드시렵니까"라고 맞받아쳤던 일화가 유명하다.

`진문공의 논공행상`을 주제로 강연하는 허성원 변리사.
`진문공의 논공행상`을 주제로 강연하는 허성원 변리사.

또한 신하의 도움으로 위기를 재치 있게 넘긴 사례도 있었다. 위나라를 지나가는데 그곳 사람들이 중이를 무례하게 대했다. 그곳을 떠나 한 장소에서 중이가 배가 고파 촌사람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자 촌사람은 그릇에 흙을 담아 내놓았다. 중이가 노하자 조최가 이렇게 말했다. "흙은 땅을 갖는다는 의미이니 주군께서는 절하고 받으시지요."

또 다른 신하는 후일에 자신의 공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비유와 반어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호언(狐偃)은 진문공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은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신은 찌그러진 제기나 깨진 밥그릇과 같아서 다시 제상에 오릴 수 없고, 해진 볕가리개나 구멍 난 돗자리와 같아서 다시 펼쳐 쓸 수도 없습니다. (중략) 이런 까닭에 신은 떠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들은 진문공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힘들었던 시절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교훈이다.

강연 말미에 허 변리사는 진문공의 진정한 덕목을 `총명`(聰明)이라고 했다. 여기서 총(聰)은 남이 하는 거슬리는 말도 수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명(明)은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强)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리더의 핵심덕목을 총(聰)과 명(明), 그리고 자승자강(自勝者强)으로 정리했다.

△이끄는가, 보좌하는가, 지키는가, 받드는가

논공행상의 순서를 설명하기 전에 한 일화를 들려줬다. 진문공이 유랑 생활을 마치고 왕이 되었을 때 하급 관리 호숙이 공신록에 빠져있음을 알고 따졌다. "신은 주공을 따라 발꿈치가 모두 갈라지도록 천하를 뛰어다녔습니다. (중략) 혹 신에게 잘못이 있습니까?" 이에 진문공이 대답했다. "천하를 돌아다닌 수고로움(勞)은 필부의 힘을 쓴 것이니 다른 가치(德ㆍ才ㆍ功)보다 아래에 있다. 세 가지 상을 시행한 후에 너의 차례가 올 것이다." 호숙은 부끄러이 승복하고 물러났다.

진문공의 포상등급의 기준은 덕(德), 재(才), 공(功), 노(勞)의 순이다. 허 변리사는 "각 덕목에 대한 수식어만 보아도 각 상에 대한 의미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며 "덕(德)은 `마음을 열어준 사람`, 재(才)는 `부끄럽지 않게 한 사람`, 공(功)은 `창칼을 무릅쓴 사람`, 노(勞)는 `뛰어다닌 사람`이다. 혹은 이들은 각각 `이끈 사람`, `보좌한 사람`, `지킨 사람`, `받드는 사람`으로 표현돼 있다.

강연을 마친 후 제5기 경남매일CEO아카데미 회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강연을 마친 후 제5기 경남매일CEO아카데미 회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덕(德)은 군주를 인의로서 이끌어 바른 인성 및 철학을 심어주고 포부를 키워 큰 비전을 가진 리더로서 성장시켜 줘 가히 가장 높은 공적을 차지할 만합니다. `재`(才)는 지략으로 군주를 도와 조직의 생존과 자존심을 지켜줬습니다. 이는 타인이 만든 상황에 반응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힘, 즉 생존역량을 제공합니다. `공`(功)은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충성과 용기에 기초한 덕목입니다. 군주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하지만 상황 반응적인 개인의 헌신이기에, 리더십과 조직 역량의 기초가 된 덕(德)과 재(才)의 아래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노`(勞)는 지시에 응하여 성실하게 자신의 힘을 다한 소극적 가치이니 가장 낮게 평가됐습니다."

허 변리사는 이러한 덕목들을 스타트업에 적용해 쉽게 설명했다. 덕(德)은 기업의 존재 이유 즉 비전을 구축하는 리더십의 요체이다. `재(才)`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구축하여 비즈니스 주도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연구개발이나 기획 분야이다. 영업이나 생산 분야와 같이 실적을 중시하는 영역은 `공(功)`의 몫이다. `노(勞)`는 지시받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실무자의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각 영역의 주요 가치는 각각 리더십(德), 주도성(才), 사명감(功), 성실성(勞)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봤다.

△백 세의 이로움인가, 일시의 방편인가

또 다른 논공행상 기준도 제시했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일시적인 방편을 제시한 사람과 지속가능한 비전을 제시한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쉽게 춘추시대 이야기로 이 내용을 풀어냈다.

진문공은 당시의 강대국인 초나라를 상대로 한 성복전투에서 크게 승리했다. 그때 "초나라는 병력이 많고 우리는 적다. 어찌하면 좋겠는가?"라고 물으니 구범은 "신이 듣기로는 예(禮)를 좋아하는 임금은 겉치레를 지나치다 하지 않고, 전쟁을 자주 하는 임금은 속임수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임금께서도 그런 속임수를 쓰는 것이 마땅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구범의 말을 들은 옹계(雍季)가 말했다. "연못의 물을 다 퍼내어 고기를 잡는다면 어찌 고기를 잡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다음 해에는 물고기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숲을 불태워 사냥한다면 어찌 짐승을 잡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다음 해에는 짐승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속이는 술책을 쓰면 비록 지금은 훔칠 수 있겠지만 다시는 되풀이할 수 없을 것이니, 올바른 방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옹계는 소위 `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다)의 비유를 들어 속임수를 쓰지 말고 정당하게 전쟁에 임할 것을 간언한 것이다.

결국 진문공은 구범의 말을 듣고 초나라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논공행상에서는 승리 계책을 제언한 구범을 제쳐놓고, 그에 반대한 옹계를 으뜸 공신으로 올렸다. 이에 좌우신하들이 부적절함을 간하자 진문공은 이같이 답했다. "옹계의 말은 `백 세의 이로움`이지만, 구범의 말은 `일시의 방편`이다. 어찌 `일시의 방편`이 `백 세의 이로움`에 앞설 수 있겠는가."

허 변리사는 "기업이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가까운 이익에 마음이 흔들릴 때 반드시 멀리 있는 옳음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見利思義)"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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