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7:29 (금)
부담부 증여계약의 해제
부담부 증여계약의 해제
  • 김주복
  • 승인 2023.05.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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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증여(贈與)는 당사자 일방(증여자)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수증자)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554조).

이에 비하여, 부담부(負擔附)증여란 수증자가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부담, 즉 일정한 급부를 하여야 할 채무를 부담할 것을 부수적 조건으로 하는 증여계약이다.

예컨대,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파트를 무상으로 주는 것이 증여고, 나아가 이에 덧붙여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부양하기로 하는 의무를 지우는 경우, 이를 부담부 증여다.

부담부 증여에서는 수증자가 부담받는 부담의 한도에서 증여의 무상성(無償性)이 후퇴되므로 증여자의 담보책임에 관하여 특칙(特則)이 있다(민법559조2항). 또 증여의 규정 외에 쌍무계약(雙務契約)에 관한 규정이 일반적으로 준용된다(민법561조).

실무상 부담부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데, 이는 부담부 증여가 증여세를 줄이는 방편으로 자주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담부 증여에는 증여의 규정 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일반적으로 준용되므로(민법561조),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해제의 효과로서 증여한 재산을 반환(원상회복)할 것을 수증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한 사례를 보면서 알아보자. 큰아들과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는 큰아들이 성공하길 바라면서, 큰아들에게 서울 아파트를 마련할 비용으로 현금 3억 6900만 원을 송금해 주고, 1억 900만 원짜리 수표를 교부하였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효도각서`를 제안했다. 즉, `자식으로서 기본적인 의무를 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지키지 아니하며 효도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 시 원고에게 반환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이의나 청구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보통 효도계약서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자녀가 부양, 정기적 방문, 전화 연락, 병간호, 생활비 제공, 제사 등 효도 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증여재산의 목록과 금액, 계약해제 요건, 재산 처분의 시기 등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효도약정이 부가된 증여계약`은 증여자인 아버지가 아들이 부양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부(조건부) 증여`에 해당한다. 그러나, 큰아들은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아버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대노한 아버지는 큰아들을 상대로 법원에 `증여금 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부모와 자식 관계를 단절한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면 1년에 몇 차례라도 부모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자식의 기본 의무인데, 그런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은 큰아들은 효도각서의 조건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므로 큰아들이 아버지에게 4억 78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아버지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고 효도계약서를 쓴 자녀들이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건에서, `아버지에게서 증여받은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민법은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제555조), 그 증여계약이 부담부인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될까? 나아가 수증자가 이미 부담을 이행해 버린 경우에도 증여자는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하여 대법원(2021다299976 및 2021다299983)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담부 증여계약의 경우도 증여에 관한 민법 제555조 해제조항은 적용되지만, 부담의 이행이 완료된 이후에는 증여자가 민법 제555조에 의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민법 제561조는 "상대 부담 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본 절의 규정 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정한다. 이처럼 부담부 증여에도 민법 제3편 제2장 제2절(제554조부터 제562조까지)의 증여에 관한 일반 조항들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부담부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부담부 증여에서 수증자가 증여자의 증여 의사를 신뢰하여 계약 본지에 따른 부담 이행을 완료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증여자가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권 행사를 통해 손쉽게 증여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면, 수증자의 법적 지위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어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보면, 대법원의 판단은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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