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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이야기
멸치 이야기
  • 김제홍
  • 승인 2023.05.10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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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멸치는 국물을 우려내는 데 사용하고 버리거나, 혹은 말리고 삭혀 다른 음식의 감칠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 물고기로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훨씬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정어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굳이 구분하자면 정어리는 아래턱이 더 길고 멸치는 위턱이 더 길다. 멸치의 생존 생존전략은 조숙(早熟)과 다산(多産)이다. 보통 봄, 가을에 산란하는데 부화한 어린 물고기들은 빠르게 성장하여 한 해가 채 되지 않아 번식을 할 수 있게 된다. 수명은 2~3년 정도이고 한꺼번에 4000~5000개의 알을 낳는데, 몸집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멸치 잡는 어법은 크게 유자망(流刺網), 기선권형망(機船權現網), 죽방렴(竹防簾) 등이 있다. 유자망으로 잡은 멸치는 멸치털이를 해야 한다. 봄이 되면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이나 남해 미조항의 멸치털이가 볼 만하다. 기선권현망은 어선(40t 규모) 2척이 하나의 그물을 끌면서 중상층에 있는 멸치를 잡는 어업이다. 멸치의 80%는 기선권현망 어선들이 잡는다. 죽방렴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천과 남해에서만 설치된 고유한 어획법으로,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 제3호(2015)로 지정되었고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ㆍ충청지역은 김장을 할 때 새우젓을 많이 사용하지만 동해안 지역에서는 꽁치나 청어젓을 사용하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남해안 지역에서는 멸치젓을 많이 이용한다. 제주에서는 멸치젓과 자리젓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멸치젓을 사용하는 식문화는 우리나라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기원전 로마시대 `가룸(garum)`이라 불렸던 생선발효 어장(魚醬)은 우리의 멸치액젓과 유사하다. 강한 향의 향신료를 깐 항아리에 멸치와 소금을 손가락 두 마디 두께로 층층이 교대로 항아리가 가득 찰 때까지 깔아서 일주일 동안 햇빛을 쏘이고 다음 20일 동안 막대로 저어가며 숙성시켜, 위에 뜬 액젓만 떠낸다. 밀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하는 로마 병사들은 가룸이 있어 멀리까지 행군할 수 있었다. 일본의 숏츠루(しょっつる), 베트남 `느억맘`(nuoc mam)이나 태국의 `남쁠라`(Nam pla) 역시 멸치와 소금으로 발효시킨 어장(魚醬)이다.

발효를 시키면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만들어지는 것은 콩을 사용하는 간장이나 된장과 같은 원리이다. 생선을 보존하기 위해 소금에 절이는 방법이 발견되고, 여기에서 나오는 액을 사용하는 어장(魚醬)이 만들어졌다.

세계 5대 어장의 하나인 페루 앞바다에서 잡힌 멸치류는 물고기, 바다새나 해양포유류 등의 주요한 먹이가 된다. 그리고 양식사료의 어분 원료, 산업용 기름, 건강보조식품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세계 멸치 어획량의 15%를 차지하는 이곳의 멸치류(Anchovi)의 어획량이 급감한다. 사료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어분이 부족하면 콩이 대체재로 사용되고 콩값이 오르면 두부값, 간장값과 반찬값이 덩달아 오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올해 라니냐가 엘니뇨로 바뀌면서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늦여름인 오는 8월부터 11월 사이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을 66%로 제시했다. 올해 멸치로 인한 불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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