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06 (금)
대통령만 누리는 자유
대통령만 누리는 자유
  • 김은일
  • 승인 2023.05.09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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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의식 기반 권력욕 문제
여당 아부하는 기회주의자뿐
진심보단 순리 따르는게 낫다
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취임 후 30%대를 거의 벗어나지 못하더니 최근에는 27%를 찍기도 했다. 취임 1년 된 대통령이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경우는 필자의 기억으로는 처음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억울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애초부터 기울어진 언론환경, 사회의 좌경화가 정점을 찍은 이념환경, 전임 문재인이 저질러놓은 외교 붕괴, 경제 붕괴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너무나 많고, 난제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국회 권력이 야당에 있어서 손발이 묶인 상태로 받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이 엉클어 놓은 한미일 관계를 복원하는 일은 지금은 박한 평가를 받지만 후하게 쳐줄 날이 올 것이다. 규제를 줄이고 기업의 기를 돋우어 수백조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은 기립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도 국민 평가가 이렇게 박한 이유가 무엇인가.

호사가들은 일본 문제, 영부인 문제, 여당 지도부의 설화 등 사건에 중심을 두고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으나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미움받는 본질적인 이유는 하나다. 모든 권력을 자기 손에 다 쥐고 싶어 하는 것. 물론 권력을 탐하는 사심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소명 의식에 기반한 권력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손으로 그냥 뜨면 모래는 많이 담기지만 움켜쥐면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권력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역사는 수없는 사례로 가르쳐 왔다. 아무리 의도가 선하다고 해도 일을 배타적으로 하게 되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것이 세상 이치다.

듣도 보도 못한 편법을 써서 당원들이 필요에 의해 선출한 당 대표를 몰아내었고 이어진 당 대표 선거에서는 당원들이 원하는 당 대표 후보를 대놓고 주저앉히고는 당 대표로서의 아무런 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5% 지지율의 김기현을 당 대표로 만들었다. 방법이 거칠면 명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명분이 없으니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비칠 뿐이다. 거기다 여당 주류나 대통령 측근이랍시고 나서는 자들 중에 소명의식으로 사심 없이 국가에 헌신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히려 권력에 줄 서고 아부하며 자리나 노리는 기회주의자들이 훨씬 많아 보인다. 어느 하나 국민의 마음을 얻을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당내의 일이라 국민들이 나서서 제어하지는 않지만 저 기억 한 편에 선명하게 저장해 놓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축적된 비호감은 언젠가 대통령과 여당의 급소를 치게 되어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류 세력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을 수도 있다. 국가를 위해서, 좌익들이 망쳐놓은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렇듯 불철주야 노력하는 데 그 진심을 몰라준다고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심이 아니고 잘하는 것이다. 순리를 역행하거나 마음만 앞서는 진심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순리에 따르는 가식이 세상에 덜 해롭다.

이제 대통령이 그렇게 싫어하던 내부 총질은 국민의힘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반대로 이제부터는 여당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대통령에게 화살이 향할 것이다. 내부 비판은 사라졌지만 당은 초라해졌고 국회의원들은 비루해졌다. 여당 정치인들을 횟집 앞에 줄을 세워 도열시킨 대가로 여당은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얼굴을 잃었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는 입만 열면 단일대오를 강조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단일대오가 있을 수 있나. 누구를 위한 단일대오인가. 입만 열면 자유, 자유 외치는 대통령의 자유는 자기만의 자유를 말하는 것인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다양함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총 효용을 증가시키는 것이 선진국 시스템이다. 보수의 기본 가치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다양한 생각과 주장을 공존시키고 움직일 공간을 열어 주어야 한다. 지금 여당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다운 철학과 주장이 없다는 것인데, 현재의 방향은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역주행이다. 점점 생각이 있는 정치인들은 내쳐지고 하달받은 명령만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완수하려는 행동대장들만 득세하는 곳이 되어간다. 여당 의원들을 찬양 일색으로 만들어 놓으면 대통령은 당장 편하겠지만, 우리는 경험상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면 결과는 항상 좋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이렇게 편한 길만 쫓다가 선거에서 지면 역사에 그 죄를 갚을 길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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