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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폭우, 추모ㆍ경계의 비<雨>
어린이날 폭우, 추모ㆍ경계의 비<雨>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5.07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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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화려한 기념행사를 기대했던 올해 어린이날은 강풍을 동반한 비로 코로나19 때보다 더 못한 어린이날이 됐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일주일 앞두고 부산 영도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등교하던 한 어린이가 원통형 대형 화물 사고로 숨진 사건에 우리는 숙연하게 된다. 초등생 2명과 학부모 1명도 다쳤다. 이번 어린이날 비는 희생 어린이를 비롯한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등으로 희생된 어린이를 추모하는 비가 됐고 또 우리 사회에 내리는 경고가 됐다. 평소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어른에게 자연이 주는 경고ㆍ경계가 된 셈이다.

올해 어린이날은 많은 어린이가 고대했던 날이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가족, 친구와 함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흐려진 날씨는 결국 4일 오후부터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린 동심에 큰 실망을 안겨 줬다. 5일 어린이날 온종일 세찬 비가 오면서 `동심의 바다`에도 비가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101회 어린이날 행사를 용산어린이공원이 아닌 청와대 영빈관과 연무관에서 열었다. 행사에는 도서벽지 거주 어린이, 양육시설 및 가정에 위탁된 어린이, 또 한 부모ㆍ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그 보호자 320명이 초청됐다. 또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월 입학식에 참석했던 국립서울맹학교 학생들, 지난달 만났던 전몰ㆍ순직 군경의 자녀들도 초청됐다. 윤 대통령은 "어린이 한명 한명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건강,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양육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실 봄비는 단비다. 지난달 20일은 24절기 중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다. 이번 비는 지구를 지독하게도 괴롭히던 산불도 잠재우는 세상을 살리는 축복과 같은 비가 됐다. 그러나 어린이날 하루만이라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자연은 우리에게 큰 경고를 내렸다. 어린이날만이 아닌 평소에도 어린이들의 안전을 잘 보살피고 건강하게 잘 키우라는 천명(天命)처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념해야 할 날이 많이 있다. 최근 충남교육청 조사 결과 어린이들이 어린이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는 것`이라는 응답했다. 결국 어린이날 비가 오면서 각종 어린이날 축하 행사가 취소되고 나들이도 줄었다. 어린이날 못다 한 나들이는 8일 어버이날 찬스를 활용하면 된다. 코로나로 소원했던 조부모 등 온 가족이 함께 화목을 다지는 날이 됐으면 한다.

최근 TV에서는 자신의 생일날 자녀가 되레 부모에게 출산 위로(?) 선물을 챙기는 역발상적인 TV 광고가 나온다. 광복절 등 추모ㆍ기념일과는 달리 특정 대상을 위하는 날에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는 잘 챙기지 않으면서 기념일 그날 하루만 생색내듯 요란을 떠는 것이 불만이다. 그날만 상대를 위하고 챙기는 것은 당사자인 자기 위안과 만족, 또 생색내기, 통과의례라는 푸념이다. 평소 잘해 주면 굳이 그런 기념일이 필요할까? 라는 반문이다.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는 질문에 유럽의 한 유명 자동차 회사는 "우리 자동차는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고 그래서 서비스센터가 많이 필요 없다"는 역설적인 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기념일은 물론 평소에도 안전과 가족과 함께하는 나날이 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 변화와 국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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