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6:28 (수)
판결 우습게 보는 인식 바꿔야
판결 우습게 보는 인식 바꿔야
  • 이태균
  • 승인 2023.05.02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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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 칼럼니스트정치인 1심 유죄 나와도 검찰 비난시간 끌기ㆍ옆 사람 떠넘기기 예사
이태균 칼럼니스트정치인 1심 유죄 나와도 검찰 비난시간 끌기ㆍ옆 사람 떠넘기기 예사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지만, 정작 자신들이 만든 법률을 잘 지키며 생활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통상적으로 고소나 고발, 인지수사 등으로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후 유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사가 법원에 기소를 하게 된다. 기소가 되면 옳고 그름을 따져 유ㆍ무죄에 대한 판결을 위해 담당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오판으로 인해 피고인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3심제도를 두고 있으며, 1심인 지방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를 고등법원에 하게 되고, 고등법원의 판결에도 불복할 경우 최종으로 대법원에 상고를 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무죄 추정 원칙을 들먹이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다고 반성도 없이 되레 기소를 한 검찰을 비난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연출하면서 1심 판결을 우습게 보기도 한다.

정치인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면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오면 피고인의 신분임에도 마치 독립투사나 영웅이 된 듯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 앞에서 검찰을 강하게 비난하고 자신은 정치적 탄압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시킨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당히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힌다. 반대로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지만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정도의 벌금형을 받으면 `송구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면서 기자들을 피해 도망치듯 자리를 뜬다.

징역형을 받고 공직을 상실하게 될 경우 그 정치인과 공직자는 억울해하며, 정치적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바로 항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후, 1ㆍ2심 판결에도 불복한 후 상고해 대법원까지 시간을 끌면서 결국 자신의 국회의원 임기를 채우거나 단체장 임기를 누리고 만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신속한 재판 진행이 절실하다.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거론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지 않는 한 유죄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정치인들은 대부분 전직 법원장 또는 검사장 출신 등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에 임한다. 재판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지만 전직 거물급 변호사의 피고인 변론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유권 무죄 무권유죄`라는 뜬소문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범죄 혐의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그들이 대응하는 행태를 보면 오랜 학습 효과에 의하여 거의 정형화된 순서와 행태를 보인다. 첫 번째는 오리발 내밀기 작전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실무근 또는 논평할 가치도 없다면서 무대응하거나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한다. 심지어 기자나 상대 당이 소설을 쓰고 있다거나, 정치적으로 국면 전환용으로 터뜨린 사건이라고 물타기를 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혐의 사실을 보도한 언론이나 고소인에 대하여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사건 내용이 폭발력이 있어 여론의 추이가 심각하면 당 지도부는 해당 의원을 신속하게 탈당하도록 조치해 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어서 정황 증거가 조금씩 나오면 듣기는 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아는 바 없다고 말머리를 돌리면서, 당 차원에서 조사 중이거나 확인 중이라면서 시간 끌기 작전으로 여론의 추세를 지켜보는 전략을 편다.

이렇게 해도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사실과 다르게 언론이 너무 앞서가고 있고 검찰이 언론에 정보를 흘리고 있다면서 책임 떠넘기기 전략을 취한다. 그럼에도 비교적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게 되면 말을 바꿔 보좌관이나 담당자가 알아서 한 일이라면서 제2차 떠넘기기 작전을 시도한다. 더 큰 문제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신의 잘못한 사실은 망각한 채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 상태가 되어 얼굴에 철판을 깔아버린다. 도덕 불감증과 정치적 책임도 의식하지 않는 이 전략은 기소된 후 법정 재판에서는 `기억이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1심 판결은 장시간에 걸쳐 많은 증언을 포함해 원고인 검찰과 피고인 또는 피고 대리인인 변호사와 열띤 법정 논쟁을 통해 나온 결과다. 1심도 엄연한 사법부의 판결임을 명심해 1심 판결을 우습게 보거나 비웃는 듯한 피고인들의 인식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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