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32 (토)
부당한 소송행위와 손해배상책임
부당한 소송행위와 손해배상책임
  • 김주복
  • 승인 2023.04.26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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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의 법률산책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사인 간의 일상적인 분쟁은 스스로 해결되기보다는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로 넘어가서 법적 분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예전보다 빈번하다. 고도의 산업화로 인한 초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하면서, 어떤 사소한 분쟁도 스스로 해결할 마음의 여유를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그 결과 민사나 형사소송의 사건 수가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양 당사자가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 이르면 사건의 해결 방법도 간단치 않게 되었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제27조), 국민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면 법원에 권리구제를 청구할 수 있고, 자신 스스로 권리를 지키고 찾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재판청구권을 남용하는 데서 발생한다. 즉,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았거나 권리침해가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상대방에게 괴로움이나 겁을 주기 위하여 부당한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제기하거나, 반대로 상대방이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재판청구를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허위진술과 허위증거로 부당한 응소를 하는 경우가 있다.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법원에 대하여 당해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을 구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근간에 관계되는 중요한 일이므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는 반면, 소를 제기당한 사람 쪽에서 보면, 응소를 강요당하고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하여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경제적ㆍ정신적 부담을 지게 되는 까닭에 응소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당한 소송행위(제소나 고소, 응소 등)가 잘못된 행동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거나 권리실현을 방해할 수 있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부당한 소송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제750조 이하)가 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일까?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제소행위나 응소행위가 불법행위가 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어도 재판제도의 이용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되지 아니하도록 신중하게 배려하여야 할 것이므로, 법적 분쟁의 해결을 구하기 위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행위이고 단지 제소자가 패소의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그 소의 제기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당해 소송에 있어서 제소자가 주장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가 사실적ㆍ법률적 근거가 없고, 제소자가 그와 같은 점을 알거나(고의) 통상인이라면 그 점을 용이하게 알 수 있음(과실)에도 불구하고 소를 제기하는 등의 경우(소의 제기가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다(2010다15363,15370판결).

만약, 부당한 소송행위가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손해배상은 어떤 방법으로 청구할 수 있을까? 민사소송의 경우, 소송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재판확정 후 민사소송비용법의 규정에 따른 소송비용액확정절차를 거쳐 상환 받을 수 있고,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86다카2200판결). 그러나, 소송비용액확정절차를 거치더라도 그 절차에서 상환 받을 수 있는 소송비용금액을 초과하는 손해는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2010다96997판결). 또한, 부당고소로 인하여 피고소인 등이 그에 대응하기 위하여 변호사선임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면 고소인 등은 위 비용을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배상할 의무가 있다(대법원76다2491판결).

그렇다면, 부당한 소송행위로 인하여 받은 정신적 손해(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을까? 민사소송의 경우 이를 `특별손해`로 보아 제한적으로 책임을 인정한다. 즉, 부당한 소송을 당한 상대방이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은 통상 당해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에 의하여 회복되고, 승소하여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은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것이므로, 부당한 소송으로 인한 위자료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승소나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될 만한 특별사정의 존재와 그러한 특별사정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대법원93다50116판결 등).

반면, 형사고소의 경우는 고소(고발)이 불법행위로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위자료 지급책임도 인정된다. 하급 심 판결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남성이 자신을 고소한 여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여성의 무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부당한 고소로 인한 피해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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