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16:33 (토)
국대는 국대다
국대는 국대다
  • 이영조
  • 승인 2023.04.25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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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조 신라대학교 초빙교수
이 영 조 신라대학교 초빙교수

31년 만의 씨름선수 복귀를 선언한 전직 씨름인이 세간의 화제다. 겁 없는 60대라고 부제를 덧붙이고 싶은 그는 현역 시절 씨름계의 황제로, 씨름계의 레전드로 불릴 정도로 화려한 프로필을 간직하고 있다. 천하장사 10회 등극, 장사 타이틀 49회 수상, 전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 기록들은 과거의 전적일 뿐이다. 은퇴 후 30년이 넘어버린 지금 그의 실력이 그대로일 수 없다. 체력, 근지구력 등 피지컬도 노화에 들어섰고 심리적 자신감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임에도 그는 위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의 대결 상대는 씨름계의 아이돌, 괴물로 불리는 현역 태백장사 허선행이다. 자신의 대결 상대를 알게 된 그의 얼굴에 얇은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대결 상대에 대해서 태백장사 타이틀을 두 번이나 거머쥔 씨름계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매치는 여러 이슈를 낳았다. 60세가 넘으면 고령자로 분류되는 사회의 통념과 육체의 노화와 함께 떨어지는 자신감, 그것을 극복해야 하는 이만기는 고령자의 건재함을 대변하는 상징성을 띄고 도전 의지를 밝혔다.

씨름은 강한 근육과 튼튼한 골격에 근거한 힘과 힘의 맞대결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이 선행될 때 가능한 스포츠다. 하지만 그는 모든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그 대결을 수락했다. 도전장을 받은 허선행은 도전자에 대해 레전드를 넘어 신적인 존재라고 추켜세우면서도 모래판에서 선후배란 없다고 당찬 승리의 출사표를 던졌다.

별들의 전쟁과도 같은 빅 이벤트가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 낼지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만기 선수의 무모하다 싶을 도전은 어디에 근거하는 걸까, 인간의 도전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질 수 없다. 반드시 이기겠다.` 순간순간 밝히는 전설의 마음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간절했다. 24세의 혈기 왕성한 피지컬에 대응하는 60대의 도전은 현대과학으로도 분석이 곤란하다. 그의 씨름 기술은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이 전부다. 씨름의 기술은 몸이 기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모래판을 떠난 지 30년이 지난 지금 몸이 기술을 기억할 리 만무했다. 기술을 쓰려면 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가 근골격 약화를 피할 수 없는 노화를 이겨내고 승리한다면 기적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 강인한 정신을 만들고 육체를 조종한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도전을 시도한 이만기는 정신도 황제이며 레전드였다. 생각하고 마음먹으면 어려운 도전도 가능하게 만든다. 할 수 있다는 각오, 반드시 해내겠다는 마음의 다짐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씨름계의 전설 이만기는 전 국민에게, 황혼기 장년들에게 `할 수 있다. 해보자`라는 메시지를 심어주었다.

경기를 위해서는 31년간 쉰 몸을 30일 만에 선수의 몸으로 만들어야 한다. 헬스트레이너인 아들이 제시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힘들다고, 못하겠다고. 나이를 핑계로 포기하려는 약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준비시간이 흐르고 결전의 날이 밝았다. 그의 도전을 무모하다고 말리던 이승삼 선배가 감독을 맞았고 비장한 모습으로 결전을 준비했다.

장사복을 입고 씨름장으로 들어선 두 선수에게서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심판의 경기 진행 지시에 따라 두 장사의 빅매치가 시작되었다. 샅바를 잡는 과정에서부터 두 선수는 한 치의 양보도, 선배에 대한 예우도, 나이 많음을 이유로 후배의 양보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두 선수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온몸에서 느껴졌다. 힘과 힘이 맞부닥쳤다. 누구도 승리를 예상할 수 없었다. 휘슬과 함께 시작된 첫 번째 판, 상대의 기술을 피하고 자신의 기술을 걸기 위한 힘겨루기가 계속되었고,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힘을 쏟아부은 허선행 선수의 승리, 결코 지고 싶지 않았던 이만기 선수는 두 번째 판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들배지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상대 선수는 단숨에 들어 올려졌고 순식간에 모래 바닥에 뉘어졌다. 일대일 동률을 이룬 씨름판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절대 불가로 여겼던 이만기 선수의 승리는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예상한 것을 가능으로 바꾸고 전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준 승리였다.

세 번째 판, 샅바를 잡고 일어선 두 선수의 승리에 대한 집념은 팔뚝에 솟은 핏줄과 터질듯한 종아리에서 알 수 있었다.

현역 장사의 수성이냐, 씨름계 전설의 건재함 과시냐, 승부는 현역 장사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아름다운 승부였다. 씨름계의 전설이었던 이만기는 후배를 안아주면서 승리를 축하해 주었고 승자는 대선배에게 존경의 예를 갖추었다. 과거 씨름판을 호령하던 이만기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지만 그의 도전은 피할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노화에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의 힘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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