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16 (금)
"격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
"격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04.23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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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차 김해경제포럼
올해 세 번째 포럼

강사 문승욱 연세대 특임교수
주제: `격변 시대, 경남산업 과제`

중국ㆍ미국 갈등, 공급망 위기
디지털 가속화에 미리 준비해야
친환경 생산기술 확보 및 투자
인구감소 심각 인도와 협력 제안
177차 김해경제포럼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77차 김해경제포럼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조업이 중심인 경남산업은 지속되는 공급망 불안정, 높은 에너지 가격과 이자율, 디지털 전환 가속화, 인구 감소, 탄소중립과 ESG경영 부담 속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격변의 시대, 경남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남도 경제부지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문승욱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가 김해시를 찾아 경남산업 위기 요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7시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5층 대연회장서 열린 제177차 김해경제포럼에서 강연했다. 문승욱 전 장관은 경남도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남도 경제부지사를 지내면서 경남이 전국적으로 앞장서 스마트산단으로 탈바꿈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침체 위기에 있던 조선산업 분위기 반전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김해 NHN 데이터 센터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격변하는 경남 제조업 현 상황을 다양한 통계자료를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이어 우리 산업 위기 요인을 크게 `공급망 개편` `디지털 전환` `탄소 중립` `인구 감소` 범주로 나누고 각각 대응 과제를 제시했다.

△경남경제, 단기적으로 회복세… 장기적으로 위험

그는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경남경제가 단기적으로는 회복세에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조선 수주가 증가하고 있고,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또한 최근 미국ㆍ중국 간의 갈등에도 제조업 공급망이 비교적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료를 외국에서 받아서 가공해 수출하는 업체가 많은 경남은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타격 입기 쉽고, 시장의 디지털 전환 속도에 비해 중소기업의 대처가 느리다고 걱정했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유럽에서 에너지 위기를 겪음에 따른 여파, 급격한 친환경 움직임에 따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세계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무엇보다 인구감소 문제가 가장 걱정이 된다고 했다.

△공급망 재편… 중요 부품은 자체 생산 필요

공급망 재편 문제부터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중국에서 물자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자, 경제가 마비된 사건을 대표적 피해 사례로 꼽았다. 우리나라 또한 중국에 수출길이 막히자 대기업이 철수하는 사례도 들었다.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국은 오래전부터 세계에서 일등 부자나라로 군림했습니다. 그러다 근대화 시기 1840년 아편전쟁 이후 그 자리를 미국에 양보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언젠가는 세계 패권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있었으며, 도광양회(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 과정에서 WTO가입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서 많은 나라에 도움을 줬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철강, 자동차 등 생산 세계 1위, 반도체 분야까지 석권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동안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과 생산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결국 코로나19로 치명적 유통 마비를 경험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중국 제품에 관세를 매겨 수입을 억제하고, 자체적으로 산업을 키우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유통을 안 하겠다고 하면 경제 마비가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가 중요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공급망 불안을 대비해서 센서와 같은 중요한 부품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남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소극적… 속도 내야

"요즘 어디 식당을 가도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서빙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시켰습니다. 하지만 경남 기업들은 아직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문 전 장관은 인터넷쇼핑의 확산, 배달산업 성장, 키오스크 도입, 재택근무 본격화, 스마트 공장, 무인공장과 로봇 확산 등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과정에서 경남 기업의 대응이 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남 기업들은 스마트공단화가 많이 이뤄졌음에도 대기업에 비해 중견, 중소기업들은 아직 활용도가 낮고 디지털기술 투자 비율도 낮다고 했다. 지난 2018년에 실시한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설문조사(응답업체 888개 사 기준)에 따르면 경남 부품업체 주 생산품 중에서 40% 이상이 내연기관과 관계가 있음에도 79.1%의 기업에서 전기차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에 따라 빅데이터, S/W기술, AI 등 기술, 시스템 반도체, 이차전지, 센서, 정밀모터 등에서 경쟁력을 키워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탄소중립 가속화… 친환경 인프라 전환 중요

"유럽을 비롯한 외국은 일찍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을 크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재해가 빈번해지자, 젊은이를 중심으로 기후 위기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이 앞서갈 기회가 될 것입니다."

문 전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배출량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계속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 당장에 우리 상품의 수출이 막히고, 소비자 반응이 식을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전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5층에서 열린 `제177차 김해경제포럼`에서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강연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5층에서 열린 `제177차 김해경제포럼`에서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강연하고 있다.

ESG경영도 강조했다. 그는 "이미 시장에서 ESG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요소로 부상했다"며 "기업이 조기에 준비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정부 간 대응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한 패트병 업체를 예로 들면서 "요즘은 라벨에 색깔이 있거나, 라벨을 뜯기 불편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이렇게 섬세한 부분에서도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생산도 친환경적으로 하고, 납품받는 부품도 친환경 전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현직 장관으로 있을 때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방한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문 전 장관은 코스타리카가 우리나라에 커피나 망고 같은 품목이 아닌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출한다는 이야기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이어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대책으로 친환경 생산기술의 확보 및 선제투자, 친환경기업으로서의 시장의 신뢰 확보, 기존산업 시설과 인력의 친환경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RE100 실현 시도의 좋은 예시로 전남 해안 기업도시 솔라시도를 들었다. 이처럼 친환경 전력 인프라를 확보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감소 지속… 인도와 협력 제안

"제가 학력고사 칠 때만 해도 100만 수험생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수험생이 50만 명이라고 하더군요. 이제 태어나는 아이들이 한 해에 25만 명이라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데리고 일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가 가져온 경남지역 출산율과 인구추이, 전국대비 경남 인구 비율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하락세였다. 이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는 낮아지고,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에는 앞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경제가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인구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인도와의 협력으로 인력을 들여오자고 김해시에 제안했다. 그 근거로 인도는 14억 인구로 현재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위연령이 27세로 젊은 국가라고 했다. 또한 영어가 가능하며 IT, 의생명분야 고급인력이 풍부한 것을 강조했다. 유학 후 귀국하지 않고 현지 정착을 선호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들었다.

한편, 제177차 포럼에서는 홍태용 김해시장, 이찬호 중소벤처진흥공단 경남동부지부장, 정영철 NH농협은행 김해시지부장, 김민자 김해시여성기업협의회 회장, 박성호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장, 정창훈 경남매일신문 대표이사 등 김해 경제인 18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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