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3:38 (금)
흥부전의 비극버전… 민초 아픔 그리다
흥부전의 비극버전… 민초 아픔 그리다
  • 박경아 기자
  • 승인 2023.04.20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산문예회관 `후궁 박빈` 공연
극단 아시랑 김수현씨 등 열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의 차별과 부조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가난하고 입 많이 딸린 흥부네가 궁중에서 수난을 당하고 가족이 몰락하는 이야기가 양산을 뜨겁게 달구었다.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는 지난 20일 극단 아시랑의 연극 `후궁 박빈`이 공연했다. 극단 아시랑은 2023 경남도공연장상주단체육성사업에 선전돼,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양산 시민을 만난다. 그 첫 공연으로 선정된 `후궁 박빈`은 2023년 제41회 경남도연극제 단체 은상과 연기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후궁 박빈`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행복한 한 가족이,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왕가에 의해 몰살되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 풍자극이다. 민간설화 `흥부전`을 모티브, 궁중 권력 암투와 핍박받는 서민의 애환(哀歡)과 한(恨)을 날카로운 풍자로 묘사한 수작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의 고통과 불합리를 돌아보고, 진지하게 `공정`과 `정의`라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배우 김수현(흥부처 역)과 이선무(흥부 역), 김효신(임금 역), 조주현(이인문 역), 최원봉(상선 역), 김령현(중전 역), 이종관(도승지 역) 등이 열연을 펼쳤다. 배우들은 기획 의도에 맞는 과장된 연기와 빠른 템포로,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코믹과 진지가 오가는 밀당 연기가 볼만한 연극이었다.

연출을 맡은 손민규 연출가는 아는 것, 가진 것이 권력인 극 중 상황을 빠른 호흡으로 보여주며, 못 배우고 없는 이의 불행과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흥부 가족의 몰락을 통해 우리의 돌아보게 하는 연출가의 손길이 극 곳곳에 묻어나는 작품이다.

극단 아시랑은 양산문화예술회관을 통해 다양한 연극을 양산시민에게 제공하고, 시민이 연극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