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6:04 (화)
이범종 교수 미래형 인재? 통섭형 인재!
이범종 교수 미래형 인재? 통섭형 인재!
  • 이범종
  • 승인 2023.04.19 2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범종 인제대학교 방사선화학과 교수
이범종 인제대학교 방사선화학과 교수

2016 다보스 포럼(세계 경제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의장이 현재 진행되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처음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을 붙였다. 어떤 현상에 알기 쉬운 이름을 붙여줄 때, 그 이름은 놀라운 확장성을 갖는다. 이전에 ‘환경 호르몬’이 그랬다. 다소 어려운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란 전문용어로 부르던 이 화학 물질에 ‘환경 호르몬’이란 이름을 붙이자, 이 말은 환경오염에 대한 지구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인 공통어가 되었다. 클라우스 슈밥이 제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던진 2년 뒤, 그는 자신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 더넥스트’를 통해 디지털, 물질, 인간, 환경의 4가지 영역에서의 12가지 핵심기술을 제시했다. 세계 가전제품 전시회(CES)에서는 슈밥의 말을 반영이라도 한 듯 그가 제시한 핵심기술을 적용한 신제품들이 선보였다. 그것은 블록체인,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양자암호, 사물 인터넷(IoT), 무인 운송, 3D 프린팅 기술 등이다. 이들 기술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확산 적용되어 산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은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할까?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대학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 인재를 길러내고, 미래를 선도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 우물만 파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문분야에 매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양도 마찬가지여서 ‘만능 재주꾼은, 제대로 하는 게 없다’(Jack of all trades, master of none)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산업이 전문화와 분업화로 가던 시기에 그에 적합한 인재상을 표현한 말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이제 산업의 구조가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은 전문화와 분업화에서 통합화와 다분화로의 변화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의 역량은 무엇일까? 이미 여러 교육학자, 발달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제시했는데, 그 역량들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최고의 교육’(Becoming Brillant)이란 책을 통해 로베르타 골린코프와 캐시 허시-파섹이 강조한 역량은 6C이다. 즉, 협력(collabora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 콘텐츠(content),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그리고 자신감(confidence)이다. 또한 이들 역량을 갖춘 미래형 인재를 표현하는 용어도 여럿 등장했는데, 스팀(STEAM)형, 융복합형, T자형, 파이(π)형, 폴리매스(polymath)형, 통섭형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개념은 각각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한 우물만 파지 마라”는 것이고, 오히려 영어 속담의 앞부분(Jack of all trades)에서 말하는 “만능 재주꾼이 돼라”는 것이다. 즉, 빠르게 변화하는 대전환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하나 이상의 전문 지식을 갖추면서도 다른 분야도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줄기세포처럼 어느 방향으로나 분화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적 사고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찾는 데 효과적이다.

위의 인재상 표현 중에서 가장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통섭형’이다. 그동안 많은 화제를 몰고 온 ‘통섭’이란 말은 최재천 교수가 2005년도에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저서 ‘콘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하면서 사용한 용어이다. ‘콘실리언스’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지식의 통합이란 의미로 윌슨 교수가 만든 단어였고, 최재천 교수는 깊은 생각 끝에 이를 통섭이란 말로 번역한 것이다. 통섭은統攝(통섭)과 通涉(통섭)의 두 가지 한자로 쓰인다. 사전적 의미로 전자는 ‘전체를 도맡아 다스린다’는 뜻이고, 후자는 ‘사물에 널리 통하다’ 또는 ‘서로 사귀어 오가다’라는 뜻이다. 최재천 교수는 콘실리언스의 뜻으로 전자를 택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통섭형 인재상은 위의 여러 의미가 다 포함된다. 즉, 통섭(統攝)이 구성 요소를 전체적으로 다스리는 수직적 역량이라면, 통섭(通涉)은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넘나드는 수평적 역량이다. 이 둘을 다 갖춘 것이 통섭형 인재이다. 필자는 후자에 쓰인 건널 섭(涉) 자가 특히 마음에 드는데, 필자가 근무하는 인제대(仁濟大)의 ‘제’ 자도 건널 제(濟)로 같은 맥락이어서 뜻이 통하기 때문이다. 인제대 교명은 창립자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을 뿐만 아니라, 창립 정신인 인술제세(仁術濟世)와 인덕제세(仁德濟世)에 기반한 것이다. 이것은 각각 ‘인술로써 세상을 구한다’와 ‘어짊과 덕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뜻이다. 창립 정신에서는 이와 같이 제(濟)를 ‘구한다’의 의미로 해석했지만, 이것을 섭(涉)과 마찬가지로 ‘건너다’로 풀이해 보면, 인제대의 교명은 이미 통섭형 인재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제대는 앞으로 교명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에 널리 통하고, 어진 마음으로 사람들과 오가며, 세상을 이롭게 할 창의적 기술을 개발하는’ 통섭형 인재를 길러낼 것이다. 이것은 곧 대전환의 시대에 마땅히 담당해야 할 대학의 첫 번째 소명이고 책무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