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6:05 (금)
영화관으로 변신한 `부산모카`
영화관으로 변신한 `부산모카`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3.04.19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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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미술관이야? 영화관이야?" 부산현대미술관에 영화 상영 전용관이 생겼다. 한마디로 미술관에 극장이 생긴 셈이다. 격조 높은 미술품만 전시하는 미술관에 대중적인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생긴 것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 미술관의 변신이 경이롭다. 미술관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관에서 미술작품도 감상하는 문화 장르 융ㆍ혼합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다. 일찍이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며 미술과 영상의 경계를 허물기도 했다. 종합예술인 영화 역시 극장에서 미술 전시 등 토탈아트 공간을 꿈꾸고 있지만 구조ㆍ공간적인 문제로 미술 전시는 여의치가 않다. 그나마 미술관은 공간 확장, 활용 부담이 적어 영화, 영상 상영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번 `2023 부산모카 시네미디어`는 부산현대미술관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했다. `MoCA`는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약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난 6일 `2023 부산모카 시네미디어`를 개최했다. 개관 5주년을 맞은 부산모카가 올해부터 격년제로 새로운 정례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첫 영화 정례 전시로 `2023 부산모카 시네미디어_영화의 기후, 섬, 행성, 포스트콘텍트존`을 시작한 것이다. `부산모카 시네미디어`는 국내외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최초다. 새로운 형식의 영화 전시로 생태학, 인류학, 정치경제학 그리고 영화의 역사에 이르는 포괄적인 주제로 설치 작품부터 영화, VR 작품까지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 특히 이상기후는 기후위기로 이어지면서 지구환경 문제는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다. 지질 연대에 `인류세`(人類世)를 붙이자는 말이 나온다. 인간 활동이 지구에 끼친 영향이 너무 커 그런 시기를 자연적으로 생성된 지질 연대와는 구분하자는 개념이다. 환경을 훼손한 인간의 행적을 기리자는 뜻으로도 해석돼 마음이 편치 않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첫 영화 정례 전시로 `기후`를 다룬 영화 100편을 엄선했다.

상영작은 동시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오닷 이스마일로바, 차이밍량 등 78명의 영화감독의 작품이다. 15편의 작품은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상영 기간은 오는 8월 6일까지 장장 5개월이다. 대다수의 영화는 1회 상영에 그치는 점이 아쉽다. `극장 을숙` `극장 행성` `시네미디어존` `시네미디어 라운지` 등 4개 공간에서 100여 편을 상영하기 때문이다. 이들 극장은 업사이클링 자재를 활용해 환경친화적으로 구축했다. 각 공간의 장소성은 행태적인 존재로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며, 환경과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다층적 시각을 `재세계화`(re-Worlding)라는 키워드로 제시했다.

`극장 을숙`은 전시장 내에 70석의 극장 시스템을 도입해 미술관과 영화관이 친연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미술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과 영화관에서 미술을 관람하는 방식의 경계에 관한 과감한 질문을 던진다. `극장 을숙`에서는 매일 2~3편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 상영을 한다. `극장 행성`에서는 콜롬비아와 프랑스에서 영화를 제작해 라틴 아메리카의 식민지와 디스토피아 장르를 가로지르는 라우라 우에르타스 밀란의 `에쿠아도르 2012`와 영국에서 스마트폰인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 스콧 발리의 `찰나, 2017`, `배후지`, `슬픈 나무, 2015` 등 5편의 영화를 루프로 상영한다. `시네마 라운지`에서는 사오딧 아시마일롭의 작품과 동시대 AI 가장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는 글렌 마샬의 작품을 상영한다. `시네미디어 존`에서는 2023 광주비엔날레 초청 작가이기도 한 에미리아 스카쿨리터 감독의 `무광지대 아포틱존`(2022)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작품을 멕시코만을 배경으로 식민주의의 공포와 산업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생태계 파괴를 관객으로 하여금 목격하게 한다. 특히 대형 극장인 `극장 을숙`에서는 C.W 원터, 인더스 에드스트롬 감독의 장장 8시간 상영되는 `일과 나날`(2020)이 전시 기간 내 총 4회(4월 6월 각 1회, 7월 2회) 상영된다. 오전 9시 30분부터 휴식 시간 10분을 제외하고 연속 상영한다. 지난 15일 여성영화 상영과 함께 국내 대표 여성 감독인 변영주, 정재은, 김희정 감독과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은결 강사(한국예술종합학교)가 나와 우즈벡ㆍ프랑스ㆍ한국의 여성영화가 바꿔낸 영화사에 대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미술관의 도전은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2023 부산모카 시네미디어` 프로그램 디렉터 김소영 영화감독(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ㆍ트랜스 아시아 영화문화연구소장) 등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이제 시민들은 미술관의 변신. 즉 스크린 속으로 스며들면 된다. 지구환경을 위해 느리게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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