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13 (금)
"지역 고유문화 발굴ㆍ보존ㆍ계승 통해 김해 핵심 가치 알릴 것"
"지역 고유문화 발굴ㆍ보존ㆍ계승 통해 김해 핵심 가치 알릴 것"
  • 박경아 기자
  • 승인 2023.04.16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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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락 20대 김해문화원 원장 취임
인터뷰서 각오를 말하다

양동리 국제항구도시 유물 출토
`두루록` 등 김해산문ㆍ시 발견
향토사연구소 `유리건판…` 펴내
근대 김해 유물 등 책으로 펴내
기부확산 재정 토대, 지원 힘써
제20대 김해문화원 원장 김우락.
제20대 김해문화원 원장 김우락.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변함없이 김해역사와 문화 연구에 온 힘을 기울이는 이가 있다. 제20대 김해문화원 선거에서 신임 원장으로 당선된 김우락(65) 원장이 그 장본인이다.

"김해 지역 고유문화에 대한 발굴, 보존, 계승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김해만의 민속문화와 기록문화, 천연기념물 문화 등을 연구하고, 김해의 뿌리가 되는 핵심가치인 김해역사의 산물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인터뷰에 응한 김우락 원장의 말이다. 김우락 원장이 김해 역사문화와 함께 한 발자취를 되돌아보자.

김우락ㆍ최학삼 저서 김해부사이야기.
김우락ㆍ최학삼 저서 김해부사이야기.

김 원장은 거창 출신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가 경남은행 김해지점에 근무 당시는 산업단지가 개발되며, 토지 보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즈음 김 원장은 토지 보상자 명단 리스트를 들고, 집집이 돌며 예금 유치에 여념이 없었다. 이것이 김해 문화 유물과 김우락 부원장의 접점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당시 김해에서는 토지를 잡종지로 용도변경 해 공장 건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곳곳에 공장이 세워지고, 농촌이 놀라운 속도로 도시화됐다. 한번은 김 원장이 전임자가 진행하던 토지 담보대출을 인계받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생각지도 못한 큰 문제가 터졌다. 토목공사를 하고 있는데, 땅에서 뜻밖의 유물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지금이야 긴급발굴단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대학유물단이 발굴을 담당하던 시절이다. 그런데 이들이 대학생이다 보니 발굴은 속이 터지도록 늦어졌다. 지주는 발을 동동 구르며 관공서를 뛰어다녔다. 그러나 발굴보고서가 나오지 않으면 사유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그 공장 건축은 시작도 못 한 채 부도가 났다. 그 당시 김 원장은 `매장문화재법`이 악법이라고 생각했었다. 문화재에 대한 가치 정립이 아직 없던 터라, 땅 주인의 입장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2월 경남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와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 협력으로 김우락 원장이 마을기록 협력지원가로 마을구술채록 아카이빙을 진행하는 모습.
지난 2021년 2월 경남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와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 협력으로 김우락 원장이 마을기록 협력지원가로 마을구술채록 아카이빙을 진행하는 모습.

그런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땅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야유물은 신비하고 놀라워 보였다. 김 원장은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가슴이 떨린다고 말한다. "문화재가 발굴되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유물 자체에 대한 감흥은 놀라웠다. 가야, 중국, 일본 유물과 선박 파편이 땅속에서 발굴됐다. 이 두 가지의 조합이 옛적 김해가 국제적 항구도시였다는 사실은 시사한다는 것이 놀랍고 경이로웠다" 그 엄청난 유물이 발굴된 곳이 바로 양동리 고분이다. 그는 이때 가야에 큰 관심을 갖게 돼, 문화원을 자기 발로 찾게 됐다. 지금은 어언 2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의 `김우락 원장`을 있게 한 의미 있는 걸음이었다.

이후, 그는 부산지점으로 발령이 나면서,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김해 관련 고문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다 이병연 선생의 지리서 `조선환여승람` 등의 고서적 몇 권을 발견했다. 다리가 아프도록 헌책방을 쏘다니다 책 한 권을 찾아낸 순간의 감동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 낡은 책을 통해 `김해 것의 가치`라는 개념이 김 원장의 가슴 속에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우락 원장이 부원장 당시 제20대 원장 당선을 기념해 김해문화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우락 원장이 부원장 당시 제20대 원장 당선을 기념해 김해문화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이 많다. 지리산(당시 이름으로 두루산)을 다녀온 후 남긴 글 `두루록`에서 김해 산문과 시를 발견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영남 사림파 김종직 선생과 죽암선생의 `죽암집` 등도 있다" 김 원장은 고서의 흔적을 더듬으며, 김해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키웠다.

지금은 박물관 자료가 디지털화돼 김해의 옛 모습과 유물을 정리하고 내려받기가 쉽다. 구석구석을 발로 뛰어다녀도 진척이 더디던 연구조사가 다운로드 몇 초 만에 빠르게 진행되는 데 대해 그는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김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가 기획하고 김우락 원장(김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직분을 맡은 당시)이 총괄해 편찬한 책 `유리건판으로 보는 근대 김해`는 김해 옛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시 김두만 김해문화원장과 구자준, 김병기 등이 향토연구위원으로 참가해 이 책을 편찬했다. 김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3만 8000여 점의 역사문화 유물 중, 김해 관련 유리건판이 333점 있다. 그는 그 대부분을 책자에 올리며, 김해 옛 모습과 삶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었다. 100여 년 전의 수로왕릉과 허왕후릉, 낙동강과 김해평야, 분산성을 위시한 김해의 산성과 토성, 고인돌과 고분 등에는 당시의 전경과 사람들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해문화원은 이 김해 문화재와 유물의 가치를 시민에게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김해문화원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김해민속박물관을 방문해보면, 어릴 적 기억 속에 존재했던 반닫이와 약장, 책상 등이 전시돼있다. 그중 김해 고유한 특징을 지닌 반닫이가 있는데, 고리 끝부분이 동그랗게 말려 있다. 이는 미적으로도 아름답지만, 혹시라도 고리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상의 지혜가 담긴 디자인이다. 희소성이 높아 보존 가치가 큰 가구다. 또한, 김해 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물건이기도 하다.

김해문화원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김해민속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말린 손잡이 반닫이.
김해문화원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김해민속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말린 손잡이 반닫이.

김 원장이 반들반들 윤이 나는 책상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책상은 유서 깊은 물건이다. 아버지가 쓰시던 것을 5자녀가 물려받아 모두 이 책상에서 공부했다. 지금도 가끔 기부자가 찾아와 책상을 보고 갈 정도로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즐거운 김 원장의 목소리는 민속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이 약장은 조선 시대 것이다. 당시 양반들은 혹여 고뿔에라도 걸리면, 한약을 직접 조제할 정도로, 약초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 똥장군과 박바가지를 통해 당시 변소(재래식 화장실)를 기억하고, 가래(흙을 떠 옮기거나 논둑을 깎는 데 사용한 도구)를 동네 이장이나 마을의 높은 사람이 들고 권위를 표시했다는 김해 옛적 이야기가 그의 입술에서 술술 나왔다.

"여러분은 참 행복하다. 아니 행복해야 한다. 여러분은 가야의 자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최인호 선생이 대성동 고분박물관 앞에서 `제4 제국` 출판기념회 때 한 말이다. 이때 김우락 원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경주나 고령만 하더라도 자기 지역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김해 사람들은 가야라는 유구한 문화유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없거나 약하다. `내가 무엇을 하면 김해 시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부심을 높일 수 있을까?` 김우락 원장은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지난 2021년 2월 경남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와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이 협력해 습지 주변의 생태문화 마을공동체 조사 및 기록을 시작했다. 김우락 원장은 지역 문화역사 그리고 마을기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창녕군 우포늪 주변 3개 마을의 구술채록을 맡았다. 이 또한 그에게 김해에 대한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김해 지역 고유문화에 대한 발굴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조사ㆍ보존하고, 다음 세대에게 계승하는 것은 김해문화원의 숙원사업이다. 우리 고유 민속문화, 기록문화, 천연기념물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 계승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정적 토대를 위해,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재정적 접근이 독립의 토대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김 원장은 말했다.

또 그는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보이스피싱 같은 한 가족의 삶을 뿌리째 무너뜨리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 안타까운 사회문제를 위해 `화폐 인문학을 통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과 `김해인물이야기`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우락 원장은 김해의 뿌리를 찾아내는데 강산이 두 번 바뀐 이 지점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제20대 김해문화원 원장으로서 인생 제2장을 여는 지금, 김해 근대사 지킴이 `김우락 원장`의 김해 사랑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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