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0:40 (금)
또 국회의원 특권, 정당 현수막에 도민 뿔났다
또 국회의원 특권, 정당 현수막에 도민 뿔났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3.04.09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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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ㆍ막말ㆍ음모 수준 내용 등 게시
총선 홍보용 현수막이란 비난도 쏟아져
마음대로 설치, 어린이 교통사고 유발 우려
도민 불편 주는 현수막 자진 철거해야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경남 도내 시ㆍ군, 도민 왕래가 잦은 목 좋은 거리마다 내 걸린 국회의원 또는 각 정당 현수막이 도민을 뿔나게 한다. 우리 정치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는 혐오감에 앞서 "누굴 바보로 취급하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시시콜콜하고도 가당찮은 것에서 검증되지 않아 음모론으로까지 비치는 내용, 특정 기관 비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려는 주장 등 황당하기가 그지없는 내용의 현수막이 도민 얼굴에 붉히게 만들고 있다.

정당 정책을 설명보다는 상대방 비방 문구로 가득 차 있다. 철거 민원이 접수되고 경남도 철거요청에도 이런 저질 현수막이 줄기는커녕, 되레 늘어나는 실정이다.

`경남 국가 공단지정, 5선 의원이 해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국가산단 지정을 위해 건교부 등 정부 부처를 오르내리며 고생한 경남도 관계자는 손을 놓았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지역 연고, 전 출마지역 등과 상관없이 `공천=당선이란 경남 보수 텃밭과 진보진영 진출이 쉬운 특정 지역에 대해 철새 정치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정치신인들의 진입을 손쉽게 막으려는 내년 총선용 홍보 현수막이란 비난까지 나온다.

내용 또한 애초 취지와는 달리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다룬다기보다는 상대 당을 비방하거나 인신공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보다 더 논란인 것은 "광우병으로 뇌에 구명이 숭숭 뚫린다며 수입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공포를 조장한 괴담 수준의 음모론이 판치는 우리나라, 이대로는 과학도 미래도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한일회담에 대해서는 정책 제안이 아닌 막말 수준이다. 최근 부산 엑스포 유치 행사에 이어 열린 전국 시도지사 회의 후, 부산 일광(日光)횟집 만찬을 두고 일광이란 지명에 빗대 `빛나는 일본`을 택했다는 등 음모론을 퍼 날랐다. 그렇다면, 부산 일광 시민이 토착 왜구인지, 일광해수욕장은 일본 해수욕장인지, 정치가 언론이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지, 참 딱하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 수가 우리 해안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세슘이나 삼중수소 농도 등의 측정도,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도 과학이다. 호남 가뭄 피해와 4대강 보상 시 개방과의 상관관계도 과학이다. 그러나 대중영합주의 음모론자는 과학을 이념 문제에 덧붙였다. 이 같은 음모론과 결을 같이하는 정당 현수막이 늘어난 것은 정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였다. 각 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현수막에 담을 수 있도록 한 `옥외 광고물업`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통과된 것을 기반으로 한다. 개정된 옥외광고물 법에 따르면 정당 정책, 정치적 현안을 담은 현수막은 정당의 명칭과 연락처, 설치업체의 연락처, 표시 기간만 기재하면 된다. 지자체에 별도의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아도 15일 동안은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다. 이 현수막에는 각 정당의 지역위원장이나 그 직을 겸하는 국회의원의 직위 성명을 포함할 수 있지만,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일반 당원은 안된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만을 위한 법 개정, 200가지 특권에 또 다른 특권이 추가됐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개정안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지정된 장소에만 게시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정당 현수막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게시대가 아닌 곳에 걸어도 되고, 개수 또한 마음대로다. 한마디로 마음대로 현수막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정당법 제37조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해 현수막 문구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 180일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현수막 등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현수막은 더욱 극성을 부릴 전망이다. 이런 까닭에 교차로와 가로등에도 정당 현수막이 걸려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남도가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에서 정당 현수막의 규격 수량 위치 등 세부기준을 마련해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라며 옥외 광고물법과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고 나섰다. 건의한 기준에는 △정당 현수막 게시 수량 제한 △신호기 도로표지, 어린이ㆍ노인ㆍ장애인 보호구역 등 현수막 설치금지 △정당 현수막 크기와 글씨 크기 제한 △설치 전, 설치 지역 자치단체 통보 등을 비롯해 옥외광고물 법 제5조에 따라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당 현수막은 즉시 철거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행안부도 의견을 수렴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대한민국은 국회를 위한 나라만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국민 눈 밖에 난 국회의원 처신을 고려, 옥외 광고물업 개정으로 `답` 해야 한다. 국회의원ㆍ정당 현수막은 분명한 특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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