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44 (금)
최고의 곰탕 먹는 모습에 행복 넘치죠
최고의 곰탕 먹는 모습에 행복 넘치죠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3.03.29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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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3년 만에 진해 2호ㆍ서울 3호점 운영
가족 위해 만든 정성 어린 곰탕 깊은 맛 일품
`맛있다` 소문나 배송사업 시작… 단골 많아
준비하고 끓이고 꼬박 3일 작업은 기본
순수 한우ㆍ물ㆍ시간으로 맛내는 장인 정신

바로 이 곳! 아라정원 진해 경화점
창원시 진해구 병암북로3번길 8-4
진해 경화점.
진해 경화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마솥. 하루하고도 한나절 가까이 옆에서 지켜보며 끓여야 하는 고된 작업이라고 했다. 솥에 뼈를 넣어 끓이기 전에도 준비 작업으로 한나절은 더 걸린다고 하니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그 긴 시간을 거쳐 나온 육수의 맑으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에 퍼진다.

진해의 한 곰탕집이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맛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아라정원`(대표 이수경화)은 진해 해군, 관공서뿐만 아니라 창원ㆍ부산 등 인근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들면서 `아는 사람은 안다`는 맛집으로 불린다. 생긴 지 만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진해 경화점, 서울 건대점으로 지점이 확대되면서 그 맛을 증명하고 있다.

진해 제황산동에 있는 본점은 주택가 안쪽에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 마당에는 큰 가마솥 2개가 벽돌 받침에 걸려 있고, 내부는 넓은 창이 예쁜 아늑한 공간이 있다.

이 숨은 곳에 사람들이 어떻게 몰린 걸까. 본점에 방문한 날, 거실에서 단아한 복장으로 소복이 쌓인 고기를 썰고 있던 이수경화 씨가 말했다. "저희는 단골이 많아요. 한 번만 드신 분은 없어요. (웃음) 입소문으로 여기까지 오는 거죠. 어제도 창원에서 오신 분들이 `소문 듣고 왔다`며 옛날 우리 할머니가 해주던 바로 그 맛이라고 평했어요."

진해 제황산동 본점.
진해 제황산동 본점.

식당을 찾는 손님도 많지만, 배송이 훨씬 많다고 했다. 식당을 찾았다가 팩에 들고 가는 손님도 있다. "몇 년째 시켜 먹는 유명한 손님이 있는데, 엊그제도 6팩을 사 갔어요. 본인들이 하시는 말씀이 수백만 원어치는 사 갔대요."

이씨에게 인기 비결을 물으니 "우리 가족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만드는 정성과 좋은 재료, 진국을 내는 비법이 따로 있어요"라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전골 모듬수육도 인기다. 고기 삶은 물과 뼈 삶은 물을 혼합해 전골 국물을 만든다.
전골 모듬수육도 인기다. 고기 삶은 물과 뼈 삶은 물을 혼합해 전골 국물을 만든다.

◎현대인에게 건강한 음식 먹이고 싶어서

그는 음식마저 혼탁해진 세상에 현대인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소망이 사업을 하게 된 동기라고 했다. 의류 사업을 하던 그의 미적 감각까지 더해져 정갈한 곰탕이 나왔다.

처음에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했다. 그는 "우리 아들들도 직장생활을 하는데 음식이 문제였어요"라며 "그래서 이렇게 곰탕만 끓여 놓으면 김치만 있어도 든든하게 챙겨 먹을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라고 말했다.

배송 사업을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그가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 끓인 곰탕을 맛본 이웃이 "맛이 너무 좋다"고 해서 지인에게 선물을 했다. 그렇게 지인이 또 다른 지인에게 선물하고, 같은 방식으로 계속 퍼져나가다 보니 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료 본연의 맛으로 깨끗하게

아라정원은 순수하게 한우 원재료만 가지고 만든다. 방부제나 색소, 분말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이 맑고 거부감이 없다.

인기 메뉴인 아라곰탕. 아라곰탕 국물은 도가니를 끓인 국물과 꼬리를 끓인 국물을 섞어서 만든다.
인기 메뉴인 아라곰탕. 아라곰탕 국물은 도가니를 끓인 국물과 꼬리를 끓인 국물을 섞어서 만든다.

"간이 전혀 안 된 음식이죠. 물과 고기만 넣어요. 그리고 끓이는 시간으로만 맛을 냅니다. 한 살 된 우리 어린 손자도 잘 먹어요. 다이어트에도 좋죠. 특히 암 환자들도 많이 드세요. 항암 치료받고 나면 음식 먹는 걸 힘들어하는데, 암암리에 소문이 나서 우리 음식만 먹는 환우들이 주변에 있어요."

고기 품질도 우수하다. 원플, 투플 한우만 쓴다는 이 씨는 좋은 재료를 얻기까지 많은 노력과 행운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전라도 나주에 있는 `녹색한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찾아가 상담받고 공급받을 수 있었다. 녹색한우(녹색한우조합공동법인)는 지난해 축산물 브랜드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 대통령상 수상할 만큼 전국 최고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운이 좋았던 거죠. 그런 회사를 만난 것이. 주문을 하면 그날 잡은 소만 보내줍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양만큼 오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최고로 신선한 한우를 받아 만족합니다" 그래서일까. 거실에 소복하게 쌓인 고기에서는 여느 고기에서 날법한 잡내가 전혀 없고, 구수한 향기가 은은하게 났다.

◎곰탕 맛의 완성은 지극한 정성

곰탕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몰랐다. 이날 오후 3시경 본점에 도착했을 때, 큰 가마솥에는 이미 전날 오전 9시 30분부터 뼈를 끓이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 오후 6시경까지 더 끓인다고 하니 무려 33시간 가까이 되는 셈이다. 7~10일에 한 번 가마솥에 뼈를 끓일 때에는 밤을 새운다고 한다.

솥에 뼈를 넣기 전에도 할 일이 많았다. 고기를 잘라내고, 세 시간 동안 핏물을 빼고, 초벌 하는 데에만 16시간이 더 들어간다고 한다.

아라정원 본점 이수경화 씨가 고기를 썰고 있다.
아라정원 본점 이수경화 씨가 고기를 썰고 있다.

아라정원은 모든 과정이 다 수작업이다. 고기를 손질하고 포장하는 과정이 마치 가내수공업을 연상하게 한다. 오랜 시간 끓이고 나서 생긴 기름은 일일이 다 걷어내서 마지막에 대보자기에 완전히 거른다. 고기도 직접 썬다. 팩에 포장할 때는 그냥 끓여서 먹기만 할 수 있도록 손본다. 이렇게 깨끗한 상태로 직접 팩에 넣고 꽁꽁 얼려 냉동 보관, 배달한다. 한 팩에는 두 끼 분량이다.

뼈를 고을 때에도 특이점이 있다. 사골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오는 곰탕이 대부분 사골을 끓여 국물을 냅니다. 같은 국물에 고기만 따로 넣어서 무슨 곰탕이라고 이름 붙이죠. 그런데 우리는 도가니곰탕은 도가니만의 국물을 쓰고, 꼬리곰탕은 꼬리만의 오리지널 국물을 씁니다. 다른 곰탕처럼 사골이나 분말가루 없이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흔치 않습니다"

가장 구수한 국물 맛을 내는 시간도 알았다. 그것은 아라정원만의 노하우 혹은 비법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그 맛`을 찾기가 힘들다. 시간이 조금만 모자라거나 넘쳐도 국물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아라정원의 국물 맛은 이 씨만이 낼 수 있다고 한다.

가장 맛있는 곰탕을 맛보기 위해서는 식당에서 먹는 것을 추천했다. 메뉴는 한우 꼬리곰탕, 한우 도가니탕, 한우 아라곰탕, 전골 모듬수육이 있다. 포만감을 주기 위해 국수 또는 당면이 같이 나온다. 기호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아라곰탕과 전골 모듬수육이다. 아라곰탕은 도가니를 끓인 국물과 꼬리를 끓인 국물을 섞어서 만든다. 전골 모듬수육은 고기 삶은 물과 뼈 삶은 물을 혼합해 전골국물을 만드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돈보다는 정직이 우선이라는 철학

본점 마당에 있는 가마솥에서 뼈를 끓이고 있다.
본점 마당에 있는 가마솥에서 뼈를 끓이고 있다.

이씨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모든 정성을 쏟아서 만들고 있어요"라며 "정말 좋은 음식이니깐 사람들에게 많이 먹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윤보다 정직이 우선이라는 철학도 있었다.

"돈은 걱정하지 않아요. 저도 사업을 해 봐서 알아요. 바른 마음으로 남을 속이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면 돈은 저절로 와요. 이 좋은 음식 가지고 무슨 걱정을 합니까. (웃음) 제 막내아들이 서울(건대점)에서 장사를 합니다. 자식이 파는 거라서 더 정직해요. 음식에 불만이 나온다면 제 자식이 아프잖아요?"

아라정원은 제황산동 본점에 이어 지난해 8월 진해 경화점, 12월 건대점(건국대학교 입구 먹자골목)을 차례로 열면서 내방객들이 늘고 있다.

서울 건대점.
서울 건대점.

◎한옥과 고풍스런 분위기가 인상적인 경화점

구름 한 점 없이 벚꽃이 유난히 빛났던 어느 날 아라정원 경화점을 방문했다. 경화역벚꽃길 인근에 위치한 경화점은 바로 앞 나들이객을 위한 공용주차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한옥 양식이 인상적이었다. 내부에 들어서면 식당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걸려있다. KBS 심인보 아나운서, KBS 이예원 아나운서, 임웅균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군산상고 야구부 감독과 주장 등 각계각층 사람들의 사인이 눈에 띈다. 특히 테너로 유명한 임웅균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음식 맛을 칭찬하면서 이곳에서 노래를 직접 불러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원목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오래된 피아노, 바이올린 등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현주 작가(휴 갤러리 대표)와 그의 문하생들의 미술 작품은 감각적인 경험을 선물한다.

인기 메뉴인 아라곰탕은 잘 익은 김치, 깍두기, 양파ㆍ고추 된장무침 반찬과 함께 나왔다. 유난히 뽀얀 국물에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나면서 부드러운 고기 식감이 좋았다.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경화점은 아늑한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마당에도 테이블이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잔디가 있는 마당에서는 예술단체의 후원으로 작은 음악회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경화점 대표 신경희 씨는 "탁한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자라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니만큼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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